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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친구] 35부 : 죽은 아내모습으로 나타난 귀신

귀신친구 |2006.11.06 17:22
조회 4,084 |추천 0

 


'띠띠... 띠띠... 띠띠... 띠띠... 띠띠...'

 

책상위의 자명종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창문은 회색빛 물감으로 물들여진듯 하다. 밖에 비가 내리나......
일어나서 창문을 살짝 열었다. 하늘은 흐리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띠띠... 띠띠... 띠띠... 띠띠... 띠띠...'

 

"알았다. 알았어..."

 

평소엔 자명종소리를 들어도 십여분 더 뒤척이다가 일어나곤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벨소리가 더 유난히 크게 들리고, 방안에 습기차서 그런지 쌀쌀하기도 했다.

 

새로 직장을 다닌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직장을 옮기면서 집도 옮기고, 가족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산다. 혼자 살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는건 기본이고, 점심 저녁도 거의 매일 밖에서 먹다보니 냉장고에는 술과 안주로 거의 채워놓다시피 한다.

 

머리감고 면도하고, 출근준비를 마치고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일어나서 출근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총 30분. 현관문 안쪽 미닫이문에 걸어놓은 가족사진을 난 매일 본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와 백일이 지난 아기,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내 모습......

 

일년전 난 사랑하는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아내가 밤늦게 택시타고 집에 귀가하다 생긴 교통사고였다. 사랑하는 아내와 내 아이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반년동안 매일 술로 방황하다가 다시 마음을 잡고 직장을 새로 구하면서 집도 옮겼다. 내일이면 아내가 죽은지 꼭 만 일년이 되는 날이다. 남들 다 하는 연애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연애기간 내내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떼를 쓴 덕에 결국 나와의 결혼을 허락해주었던 아내였는데, 나를 잘못만나서 그런지 먼저 아이와 같이 저 세상으로 간 아내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온다. 나와 결혼하지 않고 그냥 혼자 살았었다면 내 아내는 작년에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끔 난 제정신이 아닐때가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작년에 아내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그 집이 싫어 지금의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아내와 처음만나 연애기간서부터 결혼한 이후에 찍은 모든 사진들, 아내가 평소 아껴했던 물건들 모두 작은 창고에 넣어두고 이사온 이후로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지금 현관문 안쪽 미닫이문에 걸어놓은 사진 하나만으로도 나에겐 아내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흔들리지 않음을 매일매일 일깨워주니까......

 

출근길 지하철안은 주말을 제외하곤 이 시간에 사람들이 항상 많다. 더군다나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좁은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있을 때 나는 그 특유의 냄새가 코를 진동했다. 더군다나 습기까지 합류하여 아침 출근길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내일이 아내가 세상을 떠난날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회사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는데 내 옷자락이 뒤로 잡아댕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거기엔 우리 회사에 입사한지 며칠되지 않은 여직원이 내가 뒤를 돌아보자 움찔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대리님. 대리님 옷 뒤에 여자머리카락이 있어서 몰래 떼어드릴려고......"

 

"아, 하하하. 떨어졌나요?"

 

"아뇨, 그게...... 머리카락 끝만 살짝 잡아당길려고 했는데 안떨어져서...... 약간 힘주어서 떼어낼려고 하는데 옷자락까지 끌려오네요."

 

"아...... 그럼 그냥 놔두세요. 제가 올라가서 떼어내죠 뭐."

 

"네......"

 


엘리베이터에 그녀와 같이 탔다. '4'버튼을 누르고 '5'버튼도 눌렀다. 나는 4층, 그녀는 5층......
4층에서 문이 열리자 내 뒤로 그녀도 같이 내렸다. 그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곧,

 

"아, 화장실에 갔다 올려갈려고요."

 

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회사건물이 작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건물에는 여자화장실이 4층, 남자화장실이 5층이었다. 그녀의 약간 부끄러운듯하면서도 밝은 미소... 오늘 출근길에 평소보다 더 죽은 아내 생각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의 미소가 아내의 미소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광고 : 귀신과 관련된 문의는 mydiary@lycos.co.kr 로 보내주세요. 괜히 뒤에 nate.com 으로 보내서 제 답장을 받지 못하셔서, '귀신친구님이 내 이메일 씹었어! ㅠ.ㅠ' 라고 오해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사무실 내 자리로 와서 자켓을 벗어 뒤를 살펴보았다. 지하철탔을때 묻은 건지는 몰라도 진갈색의 긴 여자 머리카락이 자켓에 붙어있었다. 가만히 끝자락을 잡고 잡아당겼다. 약 30cm 정도 되어보이는 머리카락...... 쉽게 당겨지는데 아까 그 직원은 제거하지 못했던걸까...... 아내가 생각났다. 나와 결혼하기 전에는 긴 생머리였는데 결혼하고나서, 아줌마는 아줌마다워야 한다고 숏커트로 그 길던 생머리를 싹뚝 잘라냈던 아내...... 결혼하고나서도 몸이 안좋아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매번 아내의 머리카락을 쓸어담아 버렸던 그 때가 생각났다. 아내의 머리카락도 이 정도 길이었었지 아마......

 

사무실 PC를 부팅시켰다. 윈도우 로고가 뜨면서 메인화면이 보였다. 오른쪽 하단 일정 알리미 달력에 불이 반짝거렸다.

 

'직원전체회식 - 오후 7시'


과장급 이상 오전내내 회의가 있어서 그런지 내 위의 팀장님도 업무적인 얘기가 없었고, 아래 직원들도 표정이 무표정하니 덤덤하게 사무실 분위기가 흘러갔다. 비가 와서 그런가......


과장급 이상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 난 몸이 안좋다고 하고 다른 직원들끼리 식사하러 나가도록 했다. 1층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 사들고 5층 휴게실로 올라갔다. 휴게실이라고 해봤자 복도 끝에 의자 몇 개와 파티션으로 의자들 가린거 하나...... 오늘 유난히 죽은 아내 생각에 담배연기가 평소보다 더 진하게 퍼져나가는 듯 했다.

 

"식사하셨어요?"

 

오른쪽 뒤에 오전에 봤던 그 여직원이 자판기커피를 든 채 서 있었다.

 

"아... 오늘은 그냥 속이 안좋아서요. 식사하셨어요?"

 

"아... 아뇨. 저도 오늘은 몸이 안좋아서요."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그녀도 오른쪽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상쾌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기본화장에 양쪽볼에 볼터치를 살짝 한 그녀. 피던 담배를 계속 폈다. 그녀가 살짝 내 눈치를 보더니 화장품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냈다.

 

"저도 좀 필게요."

 

"네......"

 

그녀가 담배를 입에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 시작하는데, '찰칵' 소리만 요란했다. 내 라이터를 그녀앞에 쭉 밀어주었다. 나를 보며 생긋 미소짓더니 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한동안 서로 말없이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오전에 보았던 하늘과 같았다. 희뿌연 하늘, 희뿌연 담배연기......

 

"오늘 회식때 오실거죠?"

 

그녀가 묻는다.

 

"네? 네..."

 

"그럼 이따 뵈요."

 

그녀가 또다시 미소를 짓는다.

 

 

 

 


우리 회사는, 보통 회식할때 요란하게 한다. 1차는 횟집, 2차 소주 아니면 맥주, 3차 양주, 4차 노래방. 2차까지는 별 무리 없는데, 내 개인적인 문제는 3차 이후다. 1차는 가볍게 저녁겸 먹는거고, 소주나 맥주도 어느정도 하는데, 2차 끝날무렵이면 서서히 취해온다. 3차는 보통 단란주점에 가는데 사장님과 과장님, 팀장님이 따라주는 술을 거절할 수도 없고, 평사원들이 따라주는 술 또한 거절하기가 그렇기 때문에 매달 회식자리에서 거의 제정신으로 집에 귀가한 적이 한번도 없다. 며칠전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들 환영회도 이번에 겸했기 때문에 쉴새없이 권해지는 술이 나를 더더욱 취하게 했다.

 

"이대리님 일어나세요."

 

누군가가 날 흔들어 깨웠다. 조명이 휘황찬란한게 노래방인것 같은데...... 내 눈에 그 여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아유~ 많이 취하셨나봐요."

 

"......"

 

사장님과 과장님들이 저 앞쪽에 걸어나가는 것이 보였고 다른 직원들도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는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났다. 부축해주겠다는 직원들을 마다하고 비틀거리긴 했지만 노래방 출구쪽으로 향했다. 사장님과 과장님, 팀장님 모두 귀가하고 아직 혈기왕성한 신입사원들은 내 몫이 되었다. 가까운 소주방으로 직원들을 데리고가서 간단하게 소주 몇 잔 더 하고 같이 자리를 나왔다.

 

"대리님 집이 어디세요?"

 

"XX동이요. 집이 어디세요?"

 

"oo동이요. 옆 동네에 사시네요?"

 

"아, 그렇군요.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에고. 아직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이수정이에요. 이. 수. 정."

 

"네. 수정씨......"

 

 

 

 

 

"대리님 일어나세요. 다 왔어요."

 

"......"

 

눈을 떴다. 택시 앞유리로 보이는 우리집 근처 편의점. 택시 뒷자석 옆 손잡이 위에 붙여져 있는 광고카피문구가 눈에 띄였다.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때 귀신친구님에게 빼빼로 주실 분을 찾습니다. 주소는 서울 XX구 XX동......] 죄송합니다. 핫핫핫~! ㅠ.ㅠ

 

 

 

택시비 계산을 하고 내렸다. 그녀도 뒤따라 내렸다.

 

'부웅~'

 

나를 태웠던 택시 뒤를 한동안 보다가 그녀를 보았다. 내가 비틀거릴때마다 안간힘을 쓰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저 많이 무겁죠? 하하."

 

"네. 많이 무거운데요. 호호."

 

"여기서 같이 내리시면 어떻게해요."

 

"옆동네이니 여기서 걸어가도 돼요."

 

"네..."

 

술이 많이 취하긴 했나보다. 내가 사는 빌라 보안문 비밀번호 입력하는 단말기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몇 번이에요?"

 

"xxxx번요."

 

그녀가 나 대신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자동문이 열렸다. 2층 현관문앞 단말기가 나를 또 반긴다.

 

"이건요?"

 

"xxx번요."

 

현관문을 열고, 미닫이문을 열고,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녀도 따라 들어왔다. 한번도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 집에 들어온적이 없었는데 그녀에게 미안했다. 더군다나 남자도 아니고 여자인데......

 

"가족사진인가봐요?"

 

그녀가 미닫이문에 걸린 사진을 보며 얘기했다.

 

"아... 네."

 

"대리님 저 물한잔 주실래요?"

 

"네. 그러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맥주들 사이로 작은 생수 패트병 하나가 보였다.

 

"에이... 술밖에 없네... 캔 하나 주세요."

 

"......"

 

캔을 하나 꺼내 수정씨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도 하나......

 

"대리님, 가족들은 어디에 계세요?"

 

"...... 하늘나라에요."

 

"네?"

 

"작년에 사고로 저 세상으로 갔어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뭐...... 일년되었으니 이젠 무덤덤해요."

 

"...... 아닐것 같은데요."

 

"......"

 

어색한 분위기속에 서로 맥주를 비워나갔다.

 

"저 이만 갈게요. 대리님."

 

"아, 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네."

 

현관문이 점점 닫히는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미닫이문에 걸린 사진을 보았다. 아내는 여전히 나를 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자켓을 걸어놓고 침대에 앉을려고 했는데 침대위에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에 하나를 집었다. 진갈색의 여자머리카락. 오전에 내 자켓에 붙어있던 그것과 동일해보였다.

 

'왜 이 머리카락들이 내 침대위에 놓여있는거지......'

 

머리카락들을 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샤워를 하니 술이 조금은 깬 듯했다. 시계는 새벽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엌겸 작은 거실 공간 가운데 주저앉았다. 아내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아내가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어디서 들어온 바람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샤워하고나서 화장실 창문을 열고 나온것을 기억해냈다. 화장실 창문을 닫고 나왔는데 현관문쪽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현관문쪽으로 바라보았다.

 

'헉......'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내가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자...자기?"

 

"......"

 

현관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분명 작년에 죽은 내 아내였다. 어떻게 이런일이...... 아내가 점점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냐, 이건 분명 꿈일거야.

 

"여보......"

 

"자기, 어떻게... 어떻게... 자긴 죽었는데..."

 

"당신이 보고 싶어서 나타났어요. 매일 내 생각으로 힘들어하는 당신 보기가 안쓰러워 그동안 당신 곁에 있다가 오늘 당신과 같이 갈까 해서요."

 

"어딜? 어딜가?"

 

"저랑 같이 가요. 당신도 저와 같이 있는게 더 좋죠? 우리 둘이 같이 살아요."

 

"...... 그래. 어차피 당신없는 세상...... 당신과 같이 있을수만 있다면..."


아내가 앉아있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어 내 얼굴에 갖다대었다.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죽은 아내가 두 손으로 내 목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아내가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 당신과 같이 간다면... 비록 지금 죽는다해도 후회하지는 않아."

 

그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면서 수정씨가 들어왔다. 수정씨의 표정이 무섭게 변해있었다.

 

"이 요상한 귀신년아! 저리 썩 꺼지지 못해!"

 

"......"

 

"어디 대리님 앞에 나타나서 GR이야!"

 

죽은 아내가 수정씨를 돌아보았다. 내 목을 감싸고 있던 아내의 손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호호호호호호. 우리 남편과 같이 갈거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야 미친귀신년아. 니가 대리님 아내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순간 난 술에서 확 깨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대리님 떨어지세요. 저 귀신은 대리님 와이프가 아니에요."

 

"......"

 

"저 잡귀년은 대리님 죽은 와이프 모습으로 나타나서 대리님 해칠려고 한거란 말이에요."

 

"......"

 

"이 잡귀년을 그냥!"

 

수정씨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것도 그렇지만 평소 말투와는 다른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죽은 아내가 귀신으로 나타난 것도 놀랐지만 수정씨가 어떻게 알고 다시 왔는지에 대해서도 놀라고......

 

"야 이 잡귀년아. 너 안가면 내가 봉인시켜버린다!"

 

수정씨가 언제 준비했는지 노란 부적을 하나 꺼내보였다.

 

"이 CB... 너만 아니었으면 다 된 일인데."

 

죽은아내의 모습을 한 귀신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난 넋을 잃었다. 멍하니 수정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죽은 아내가 아니었더라도...... 아내 모습을 한 잡귀라 할지라도... 조금만 더 볼 수 있었으면..."

 

"정신차리세요. 대리님. 그년은 몹쓸잡귀년이라고요!"

 

 

"......"

 

"하마터면 대리님 그 잡귀년에게 죽을뻔했단 말이에요!"

 

수정씨가 내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흔들었다.

 

"대리님, 생전에 와이프께서 사용하던 물건들 보관하고 계세요?"

 

"아......"

 

난 창고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수정씨가 창고문을 열었다. 수정씨가 몇 분 뒤적이다가 작은 함을 하나

꺼냈다.

 

"이거죠?"

 

"네."

 

"보세요. 대리님. 함에 구멍이 뚫려있어요."

 

"......"

 

수정씨가 함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함의 뚜껑을 열었다. 죽은 아내의 사진과 아끼던 악세사리, 각종 장신구들 사이에 희뿌연 먼지가 쌓여있었고 조그만 바퀴벌레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함 바닥에 가지런히 깔아놓았던 아내의 머리카락들이 이리저리 흐뜨러져 있었다.

 

"함 옆에 보세요. 쥐가 갉은 흔적이죠. 쥐가 함 속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훼손시킨거 봐요."

 

"......"

 

"다른건 몰라도 왜 머리카락까지 보관하셨던거죠?"

 

"그건... 다른건 몰라도 머리카락은 내 아내 신체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에..."

 

"그러니까 이 머리카락에 잡귀들이 달라붙어가지고 대리님 목숨을 노린거잖아요."

 

"......"

 

"대리님이 평소 죽은 아내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어서 잡귀들이 그걸 이용한거라고요."

 

"......"

 

 


빈 과일통조림캔 안에 타들어가는 아내의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사진과 머리카락, 악세사리들... 미닫이문에 걸려있던 사진도 같이 태웠다. 아직 일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모두 태워야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들어가는 중간중간 태우지말걸 하는 후회도 하였지만 그냥 모두 태우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죽은 아내도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밖으로 회색빛이 스며들어왔다. 새벽5시. 수정씨는 집에가서 화장새로 고치고 출근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따 회사에서 뵈요. 일어나지마세요."

 

"......"

 

수정씨를 아무말없이 보기만 했다. 수정씨도 내 기분을 이해하는듯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수정씨가 새벽에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뿐, 산 사람은 자신의 삶이 다 할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그래야 죽은 사람도 마음 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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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귀신친구입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 올리는군요... ^-^*

왜 사람들은 끼리끼리 논다고... 위의 글 내용은 저와 친분이 있는 어느 한 무당님에게 찾아왔던 의뢰인의 실화를 조금 꾸며서 써본 겁니다. 실제로는 의뢰인이 매일 밤부터 이른새벽까지 내내 죽은 아내인줄 알았던 잡귀의 농간에 걸려 고생하다가 제가 아는 무당님이 그 잡귀를 쫓아내준 상황인데 이 부분만 짧게 쓰면 재미없어서 길게 써봤습니다. ^^;;;

 

죽은 사람을 너무 많이 그리워하다보면 기가 약해지고 그 약해진 틈을 타 잡귀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죽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그 이후에 살아갈 나날들을 위해 다시 마음을 굳건히 잡고 힘내서 살아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도 간혹 계시죠......

 

몸과 마음이 튼튼하면 절대 잡귀들이 해꼬지할 수 없습니다. 비가 내려 추운 오늘...
감기 조심하시고 몸과 마음을 항상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세요... ^-^*

 

 

 

P.S. 돌아오는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토요일 하루................................라고

생각할렵니다. ㅡㅅ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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