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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연가 - 열번째 이야기』

Cute_zLol |2006.11.24 10:38
조회 947 |추천 0

정민이 두 남자를 따라잡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재하보다 작은 체구의 남자는 바닥에 누워 재하의 밑에 깔려있었고, 터진 입술 주변으로

피가 번져있었다.

재하를 노려보며 욕설을 뱉고 있는 작은 체구의 남자의 멱살을 잡고있는 재하. 그때 다른

한손이 주먹을 쥔채 또다시 남자의 얼굴에 내리 꽂혔다.

 

"아! 너 이새끼, 안꺼져?"

 

다시 치켜든 재하의 주먹은 정민의 등장으로 멈춰질수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정민은 재

하의 뒤에서 끌어안다싶이 하며 재하를 막았다.

 

"그만! 그만해, 재하야. 그만둬!"

"이사람 누구야, 정민아."

"씨팔! 야. 너 이새끼 당장 꺼지라고 안해?"

"재하야.. 그만해.. 놔줘.."

"아는 사람이야? 누구야?"

 

재하는 정민에게 말을 하는 중에도 행여 남자가 도망이라도 갈까싶어 남자의 멱살을 놓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정민을 보고있는 재하는 숨이 찬듯 했다.

정민은 이를 꽉 물고 재하의 아래 깔려있는 동생 정호를 원망하듯 돌아보았다.

이런 꼴까지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정민이 지금 처한 상황이 구질구질 할지라도,

어릴 적 순수했던 서정민으로 보이고 싶었다. 달리 포장이라 할것도 없었지만 정민을 감

싸고 있던 모든 것이 벗겨지는 것만 같았다. 정민은 입술을 꺠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내 동생이야. 놔줘..."

"뭐? 동생?"

 

그제서야 놀란 재하는 벌떡 일어섰고 정민의 동생이라는 남자는 재하와 정민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일어섰다.

 

"씨팔. 돈이나 벌러 다닐 것이지, 주제에 남자 호리고 다니냐?"

 

정민은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있는 동생에게 다가가 입술의 피를 닦아냈다.

 

"괜찮아? 많이 아프니?"

"꺼져. 씨팔."

"말씀이.. 너무 심하신거 아닙니까?"

"허, 말씀이 너무 심하신거 아닙니까? 내 말씀이 심한것 같으면 돈이라도 한뭉치 쥐어주던

 지. 보아하니 꽤 사는 놈 같은데. 돈 한뭉치 정도야 거지한테 적선하는 셈치고 줄수있지 않아?"

"이보세요.."

"그만 가."

"니 이거냐?"

 

정민의 동생 정호는 새끼손가락을 쳐들며 비꼬듯 물었다.

 

"빨리 가란 말이야."

"이 씨팔년이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왜? 내가 쪽팔리냐? 좀 사는 새끼랑 어울리다 보니까

 내가 쪽팔려?

 쪽팔린 동생 빨리 사라져 줄테니까 니 깔다구한테 돈좀 풀어보라고 해."

"그래. 그래, 서정호. 나 너 쪽팔려. 쪽팔리고 챙피해. 그러니까 빨리 가. 우리 싫다고 나간건

 너야. 거지같은 집안 꼬라지 지긋지긋하다고 나간건 너야, 서정호."

"이년이 돌았나. 오늘 진짜 죽어볼래?"

 

정호는 소리를 지르며 정민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재하에 의해 정호의 주먹은 허공

에서 저지되었다. 재하는 얼른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수표몇장을 빼들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전부입니다. 이거면 됩니까?"

"민재하. 뭐하는 짓이야! 그 돈 다시 집어넣어."

"이게 다야? 샹, 어이. 형씨. 다음에 만날때는 두둑하게 준비해놔. 알았어?"

"돈 이리내, 서정호!"

 

정호의 손에 들려있는 수표를 뺏으려는 정민을 밀치고 정호는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뜻밖의 수확에 만족한듯 정호는 유유히 정민과 재하에게서 멀어졌다.

 

"서정호!"

"됐어. 어디 다친데는 없어? 어떻게 된 일이야?"

"너 뭐니. 지금 내 앞에서 돈 자랑하니?"

"돈 주면 간다잖아. 안그럼 밤새 이러고 서있으려고? 됐어. 갔잖아."

"하아..."

 

정민은 눈물을 참아보려 두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가린다하여 서러운 눈물이 멈춰지진 않겠

으나 정민이 할수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재하는 정민의 어깨를 감싼후 길목에 있는 벤치에

정민을 앉쳤다.

정민을 위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자신의 말이 정민에게 도움이 될수는 있을지.. 이렇게

옆에 있으면서도 눈물조차 닦아줄수 없는 상황이 속상하기만한 재하였다.

 

"야.. 여기 시원하고 좋다. 안그래?"

"나... 나 이렇게 살아."

"이렇게 사는게 어떤건데?"

"눈에 보이는 그대로."

"내 눈에 보이는거라... 시원한 바람도 보이고, 바닥까지 깔린 어둠도 보이고.. 아! 저기 가로

 등도 보인다. 이게 뭐?"

"내 동생이야. 동생이라고. 이런 남매 본적있니?"

"글쎄. 세상의 모든 남매를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장난하는거 아니야. 어릴때.. 우리 아빠.. 사업 부도내고 우리에겐 빚더미만 잔뜩 남긴채 자

 살하셨어. 교통 사고? 하.. 의심할 여지도 없는 자살이었어. 매일 매일 빚쟁이들한테 욕먹고,

 시달리고... 결국 정호도 못견디고 집 뛰쳐나가더라. 약해빠진 우리 엄마는 머리싸매고 누운

 지 오래고..

 난 어떻해야 했을까? 나도.. 나도 정호처럼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나도...

 나도 견디기 힘들었어. 그렇다고 나까지 누워있는 엄마 버리고 갈순 없어서.. 할수없이 지금

 까지 버텼어. 정호 쟤, 학교도 때려치고 변변찮은 직업도 없이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다

 돈 떨어지면 한번씩 찾아와서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가. 처음엔 그래도 아들이라고 나 몰래

 돈이니, 반지니 쟤 손에 쥐어주던 엄마도 이젠 더 퍼줄게 없는지 집안 구석 구석 뒤지는 정

 호 말리다가 정호 손에 맞기라도 했는지 쓰러져있어. 웃기지 않니? 이게 나... 나 서정민이

 사는 꼴이야."

"장하다. 서정민. 이제 그만큼 힘들었으면 됐어. 이제부터 니 힘든 짐 다 나한테 넘겨. 내가

 짊어지고 있을께. 넌 이제 그만 힘들어 해도돼."

"나... 이제 더이상 너랑 친구라는 이름으로도 마주치기 싫다. 재하야.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아니? 니 앞에서 발가벗고 있는 기분이야. 정말.... 기분 더러워, 나."

"내가 못미덥니? 내 마음이.. 일시적인 감정같니?"

"그런거 생각해본적 없어. 생각할 이유도 없고. 너랑 나는 안되는 사람이야. 알아듣니?"

"왜? 내가 너보다 좀 더 좋은 환경이여서?"

"그래. 같은 상처 또 이겨낼만큼 강한 사람 아니야. 내가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

 다면 나와 비슷한 처지, 비슷한 눈높이의 사람일거야. 넌 아니야."

"지난 일에 얽매이지마. 나는... 나는 너 상처받게 안해. 내가 너 사랑하는거 진심이야. 모르

 겠어?"

"진심... 그래, 진심. 태형이는... 태형이도 진심이었어. 7년을 만났어. 그런 것쯤은 나도 알아.

 태형이도 진심이었어. 하지만 지금 태형이와 난 헤어졌잖니. 진심가지고만 사랑하는거 아니

 더라. 세상에서 가장 강한게 사랑일수 있지만 그래서 가장 약할수도 있는게 사랑이더라."

"그 사람이랑 비교하지마. 그냥 나 민재하만 보면 안되?"

"너랑 나는 안되는거야. 넌 어떤 선택을 할수 있을까? 진심으로 사랑해도 부모님이 반대하는

 사랑, 어울리지 않는 사랑. 시작할 필요도 없는거야."

"서정민. 난.."

"갈께. 엄마 걱정하실거야. 잘가."

 

독한 말을 던지면서도 재하가 감싸주는 포근한 팔은 차마 떨쳐내지 못했던 정민은 그제서야

재하의 팔을 풀고 일어섰다. 아득한 재하의 눈길을 느끼면서도 정민은 단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오늘 일을 겪기 전에 재하의 고백을 들었더라면... 정민이 조금만 더 떳떳한 환경이렀

더라면... 아니, 차라리 재하의 마음이 거짓이었더라면... 정민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재하의

눈빛을 잊으려 고개를 저을수 밖에 없었다.

 

 

 

 

 

 

 

 

 

 

 

 

"자. 이것으로 저희 유정 그룹과 J.S 그룹의 합동 신상품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김팀장은 뿌듯한 마음으로 발표를 끝마친후 연단을 내려왔다. 발표회장에는 유정과 J.S의

주요인사들을 포함해 타 그룹의 주요인사들도 많이 모여있었다. 그만큼 이번 수호와의 싸움

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었다.

인사를 하고 연단을 내려가는 김팀장을 보며 사회자는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이번에는 이번 신상품 프로젝트의 대표를 맡게 되신 정태형 사장님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태형 사장님. 연단 위로 올라와 주기시 바랍니다."

 

정민을 따라나간 재하는 여전히 회장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불안해 하고있는 태형.

윤미는 미처 사회자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태형의 허리를 찔렀다. 그제서야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시선들을 눈치챈 태형은 천천히 연단으로 나갔다.

이순간 태형의 표정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어찌 태형의 마음이 편할수 있겠는가.

연단 위에서 준비해온 연설문을 무미건조하게 읽어내려가는 태형을 보며 모르는 사람들은

큰 프로젝트를 맡은 젊은이의 긴장감으로 흘려보았으나 윤미만은 달랐다.

태형의 핏기없는 얼굴빛이 아주 마음에 들어 유쾌하기까지 했다. 연단 위에 있는 태형을 보

며 윤미는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예끼. 이녀석아. 뭐가 그렇게 좋은게냐."

"아빠도 참. 이제 얼마후면 내 남편이 될 사람이 멋지게 연설하고 있는데. 당연히 좋죠. 큭큭."

"결혼을 너무 갑작스레 결정하고 진행해서 내 은근히 걱정이 많았다. 둘이 좋아보이니 내 마

 음이 편하구나."

 

불안한 표정의 태형을 보며 행복해 하는 윤미, 그리고 행복해 하는 윤미를 보며 다행스러워

하는 박회장. 같은 웃음이었으나 결코 같은 이유의 웃음은 될수없는 웃음을 두사람이 짓고

있을때 태형은 발표를 끝내고 연단을 내려왔다.

뒤이어 오늘 회장에 참석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태형과 윤미의 결혼을 알렸다.

여기 저기서 태형과 윤미를 주인공으로 한 카메라 플레쉬가 쉼없이 터졌다. 그 빛에 따가운

눈을 숨기는 태형. 그리고 카메라 플레쉬에 친절하게 손인사까지 하고 있는 윤미. 그 두사람

의 모습 하나하나가 수십개의 카메라에 찍히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도착한 정민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사무실 안으

로 들어섰다.

하지만 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정민을 어색하게 보고

있는 김부장과 직원들. 왠지 모를 분위기에 당황한 정민은 다소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인사

를 했다.

 

"일찍들.. 오셨네요."

"아.. 그래. 서정민씨 왔나?"

"예. 부장님. 커피 한잔 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J.S에 입사한 후 매일 아침 출근하는 정민에게 블랙커피를 주문했던 김부장은 좋아하는 커

피마저 마다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정민의 눈치만 살피던 사무실 사람들은 그나마

정민과 가장 친한 김선배를 정민이라는 적진으로 밀어넣었다. 정민의 책상 앞으로 떠밀리

다싶이 다가온 김선배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몰라 웃음부터 꺼내놓았다.

정민 역시 앞에 선 김선배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정민씨. 좋은 아침이야."

"네. 김선배."

"정민씨 혹시... 오늘 아침 신문 봤어?"

"신문이요? 아직요. 뭐 대단한 기사라도 났어요?"

"대단한 기사까지는 아닌데... 한번 볼래?"

"네?"

"자, 이거 봐봐. 여기.. 여기야."

 

김선배는 보물 단지처럼 손에 꽉 쥐고있던 신문 뭉치를 정민에게 내보였다.

친절하게도 정민이 봐야 하는 페이지까지 알려주며 어서 보라고 재촉하는 김선배.

여전히 어리둥절한 정민은 책상에 펴져있는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동차 사업의 선두주자 수호 그룹에 유정 그룹과 J.S 그룹이 내민 합동 도전장-

 

수호 그룹이나 유정 그룹은 누구나 알고 있을만한 큰 기업체였다. J.S 그룹은 아직 두 그룹

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 사업 확장 중이었고 자동차 쪽에서는 수호 그룹 다음으로 손꼽

힐 정도였다. 수호 그룹의 신상품, 유정 그룹과 J.S 그룹의 합동 신상품. 이것은 모든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정도의 큰 화재거리였다. 그러므로 어제의 발표회가 신문에 크게 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이상하기는 커녕 당연한 일이었다.

정민은 이 당연한 일에 왜 이렇게 정민의 눈치를 보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천천히 한줄 한줄 기사를 읽으며 발표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정민을 놀라게 한것은 태형과 윤미의 결혼 발표였다. 아니, 결혼 발표는 정민 역시 알고 있

던 일이었기에 그리 놀라울 것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태형이 유정 그룹의 사장이며, 이번

프로젝트의 대표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언제 회사까지 옴긴 것일까..

태형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수호 그룹은 태형의 아버지와 수호 그룹의 현 회장, 두분이서

젊은 시절부터 함께 이루어 내신 수확물이라했다. 그것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태

형이었다. 무에서 유를 이루어내신 아버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수호의

경쟁 그룹인 유정으로 가다니. 

정민은 무엇인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태형이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던 정민은 김선배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된거야? 이거 정민씨 맞지? 어제 정민씨도 발표회장에 간거야? 민이사님 파트너

 맞아? 둘이 어떤 관계야?"

 

아까의 주저함은 온데간데 없이 김선배는 정민이 대답할 틈도 주지않고 끝없는 질문공세

를 퍼부었다. 다른 직원들과 김부장 역시 김선배 뒤에서 애써 관심없는 척하고 있었으나

온통 정민이 어떤 대답을 할지에만 집중해 있었다. 정민은 얼른 김선배가 손가락으로 가

리키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두번째 사진이었다. 첫번째 사진은 신상품에 대한 발표를 하

고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김선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두번째 사진에는

정민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태형과 윤미의 결혼에 대한 기사에 딸린 사진이

었다. 정민의 사진이 언제 찍혔는지, 기사를 쓴 기자는 본적도 없는 정민은 기사내용에

놀랄수밖에 없었다. 태형과 윤미의 결혼을 민재하 이사가 약혼자와 함께 축하해 주고 있

다는 기사내용. 사진은 분명 네사람이 함께 모인 사진이었다. 재하 앞에서 태형과의 과

거가 밝혀졌을때의 모습.

정민이 발표회장에 있었던 시간은 얼마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되는 기사가

터지다니.. 약혼자라니.. 정민은 황당하면서도 화가났다. 하지만 화를 낼 틈도 주지 않고

김선배는 또다시 질문 보따리를 늘어놓았다.

 

"말좀 해바. 정민씨. 민이사님하고 교재하고 있는거야? 전에 말한 애인이 민이사님이었

 어? 아유~ 정민씨. 답답해 죽겠네. 시원하게 털어놔봐."

"아니예요. 선배님.. 재하는 초등학교 동창이예요. 저도 왜 이런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

 어요. 재하랑 다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걸요."

"정말? 약혼자라고 되있는데? 그럼 발표회장엔 왜 같이 간거야?"

"파트너가 없다고 재하가 부탁해서 갔었어요. 사정이 있어서 금방 돌아왔는데..."

"그래? 정민씨 애인 따로 있는거야? 에이.. 민이사님 사람 참 괜찮은데. 잘해보지."

 

김선배는 진담반, 심통반이 섞인 말투였다. 그도 그럴것이 신참으로 들어온 정민에게

온갖 심부름을 넘겼으니 재하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진심이겠지만 재하와 정민이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서정민씨. 전화왔어요."

"아.. 네."

 

정민이 재하의 애인이건 아니건, 이 기사가 사실이건 아니건 김선배와 다른 직원들은

재밌는 화재거리를 받아들고 신나했으나 생각보다 시원찮은 결론에 실망하고 있었다.

떨떠름해진 김선배를 외면하고 정민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정민이니?"

"어? 은아야? 신혼 여행은 어때? 어젠 잘 잤어?"

"그래. 신혼 여행은 아주 좋아. 그런데 이거 뭐니? 너 어제 그 사람과 아무 사이도 아니

 라면서. 아니었니? 그리고 태형이는 지금 누구랑 결혼을 한다는 거야? 태형이가 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건데? 넌 알고 있었어?"

"어.. 알고.. 있었어."

"뭐? 태형이가 헤어지자 한거니? 말도 안돼. 유정 그룹 딸하고 결혼하려고 너 버린거야?

 그래? 야. 서정민. 듣고 있어?"

"그래... 듣고 있어..."

"너 어제 같이온 남자랑 잘해봐라. 그 사람 너 좋아하는 눈치던데. 맞지?

 그 사람이 너네 회사 이사였구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네. 태형이 보란듯이 그

 사람이랑 잘해봐. 알았어? 하.. 어떻게 니네 둘이 헤어질수가 있니? 차라리 나랑 상호가

 깨졌으면 깨졌지, 너랑 태형이가 깨질줄은 상상도 못했다."

"얘는.. 갓시집간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난 괜찮아. 그리고 재하는... 내가 넘볼수 없

 는 사람이야."

"야. 그 남자 너 좋아한다니까? 딱 보이던데 뭐. 태형이 그거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세

 상에 믿을 사람없다."

"쓸데없는데 신경쓰지 말고 신혼 여행이나 재밌게 보내고와. 거기까지 가서 왠 잡념이야."

"니 일이잖니. 내가 정말 속상해 죽겠다."

"상호는?"

"아직 .. 자.."

 

신문에 난 기사에 놀라 횡설수설 하던 은아는 그래도 첫날 밤이었다고 부끄러운 듯이 말

했다.

 

"재밌게 보내고 와. 와서 얘기하자."

"그래.. 알았어. 너무 속상해 하지말고 나중에 다 나한테 털어버려. 알겠지?"

"응.. 알았어."

 

은아와 전화 통화를 끝낸 정민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민이 아닌 부잣집 여자를 선택한

태형으로 인해 정민이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듯 말하는 은아. 태형이 보란듯이 재하와

잘해보라는 은아였다. 정민은 자신이 진정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것인지, 아니면 태형이보

다 좋은 조건인 재하를 잡은 신데렐라가 된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태형이와의 헤어짐이 준 상처는 많이 아물었다. 이제는 상처가 아닌 원망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재하에게도 분명히 말해 놓은 터였다. 

 

'재하가 대단한 인물이기는 한 모양이네. 잠시 동행했던 파트너까지 약혼자로 둔갑해서

 신문에 날 정도니.. 훗, 서정민. 대단한 사람에게 사랑고백을 다 받고..."

 

정민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은 표정의 김선배와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고 슬픈듯 미소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런 신발. 누가 이따위 기사를 쓴거야. 정민이가 왜 민이사 약혼자야."

 

태형은 신문을 구겨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힘없이 구겨진 신문뭉치는 저만치 날아갔다.

차라리 발표회장에 정민이 계속 있었더라면.. 그것이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민이사와 함께 나간 정민은 돌아오지 않았고 민이사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두사람이 어딜 간 것인지, 둘이서 뭘했을지 생각만으로도 돌아버릴 것만같은 태형이었

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을 엎어놓고 싶었다.

태형은 주먹을 쥐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지 못할것도 없지 않은가. 태형의 부모님은

태형의 의사를 무시한채 윤미에게 넘겼다. 유정 그룹을 갖겠다는 생각에 태형이를 거래

물로 만든 것이다. 그런 부모님을 위해서 이 지독한 사랑을 가슴속에 묻을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태형과 태형의 아버지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유정 그룹으로 온 후에 태형은

단 한번도 즐겁게 일해본 기억이 없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엎어버리는 것이 아버지

의 헛된 욕망을 끝낼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더이상은 정민이 없이 견딜수가 없었다. 하루 하루가 불안했다. 정민이 없는

하루 하루가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살수는 없었다.

태형은 드디어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디가?"

 

태형이 일어섬과 동시에 윤미가 태형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태형을 가소로운 듯 쳐다

보는 윤미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웠다.

어차피 윤미가 잃을 것은 없었다. 태형이 어떤 행동을 하던지 윤미는 상관할 바가 아니

었다. 행여 태형이 서정민을 선택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태형과 태형의 부모님이 뒷감

당할 몫이지, 윤미에게 돌아올 것은 모르는 사람들의 동정정도 뿐이었다.

 

"상관마. 더이상 내 일에 상관하지마."

"상관하지말라? 왜. 정태형 용기 한번 내보시게? 재밌네. 서정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겠다? 정태형. 자만이 지나치네. 어제 못봤니? 서정민 옆에는 이미 민이사가 있

 어. 지금 다시 서정민에게 돌아간다면 서정민은 널 받아줄까? 자기를 버리고 나와 결

 혼 하겠다고 했던 너를, 너보다 더 괜찮은 민이사가 있는데 받아줄까?

 흣, 서정민한테도 외면당하면 정태형은 어떤 꼴이 될까. 궁금하네? 큭큭큭." 

 

윤미의 말은 태형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태형은 정민을 버리다 싶이하며 헤

어졌다. 정민 역시 태형이 정민과 이별하고 윤미와 결혼하게된 이유를 모를리 없었다.

그런 태형이 정민이게 돌아가겠다 하면 정민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것은 태형 자신 뿐일수도 있었다. 정민은 아닐수도 있었다.

태형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정민. 태형은 다리에 힘이 빠져 의자에 쓰러지듯 주

저 앉았다.

 

 

 

 

 

 

 

 

 

 

 

"엄마. 무슨 일이야? 병원은 갔다 왔어?""

 

정민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엄마가 걱정이 됐다. 정호를 말리다 넘어지셔서

허리를 삐끗하셨는지 계속 허리가 아프다던 엄마였기 때문이었다.

 

"너 정서방이랑 어떻게 된거야.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엄마도 신문을 봤는지 노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정민에게 화를 냈다.

정민은 엄마에게 섭섭함을 느꼈다. 보다듬어 줄수는 없는 것일까. 왜 화를 내시는걸까.

가난때문에 태형이에게 버림받은 딸이 안쓰럽지도 않으신걸까..

 

"엄마. 말 못해서 죄송해요. 헤어졌어. 헤어졌어, 태형이랑..."

"뭐? 헤어져? 니가 어떻게 그럴수가 있니. 니 그 회사 이산지 뭔지 하는 놈때문에 헤어

 진게야? 정서방이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얼마나 너한테 애썼는데.

 왜. 정서방보다 그 이산지 뭔지하는 작자가 돈이 많더냐? 그래서 그쪽에 붙은거냐?

 독한것. 지 애비만큼 독한것. 니가 어떻게 정서방한테 그럴수가 있니?"

"엄마. 무슨 소리야?"

"안봐도 뻔하지. 내가 정서방 사람 됨됨이를 알아. 이것아. 정서방이 어디 사람 배신할

 사람이니? 그렇게 정서방한테 잘하라해도 뻣뻣하게 굴더니, 이럴려고 그랬니?

 독한것... 독한것... 그렇게도 돈이 좋은게냐? 암만 우리가 없이 산다고 해도 널 그렇게

 키우지는 않았다. 니가 어떻게 정서방을 배신할수가 있는거야!"

"엄마. 배신한건... 배신한건 태형이야. 태형이 됨됨이는 알고 내 됨됨이는 몰라?

 태형이는 배신할 사람이 못되고 나는 아무나 배신할 사람이야? 엄마. 내 엄마 맞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시끄러워. 이것아. 이 얼굴좀봐. 정서방 이 얼굴좀 보라고, 이것아. 다 죽어가잖아.

 니가 이렇게 만든거야. 니가 내 딸이라는게 부끄럽다. 어떻게 널 그리 아끼던 정서방

 을 배신해... 우리 정서방 마른 것좀 보게. 독한것. 못된것.."

 

정민의 엄마는 역정만 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민은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저런 말들을 할수 있을까. 결혼을 하는 사람은 태형이었다.

그럼에도 정민의 엄마는 모든 잘못을 정민에게 물었다. 사랑한다해도 가난하기에 결

국은 버려졌는데 정민의 엄마마저 정민을 버리듯 말했다.

어떻게 태형이 편을 들수가 있을까. 제 인생 다 포기하고 지금까지 악착같이 살아온

정민을 알면서 어찌 독하다 할수있을까.

정민은 아무도 없는 휴게실로 들어가 눈물을 쏟았다. 아팠다. 정민을 버린 태형이보다

엄마의 잔인한 말이 더 많이 아팠다. 그리고 정민을 이렇게 만든 태형이가 죽을만큼

원망스러웠다. 정민의 눈물 한방울마다 억울함이 배어나왔다.

 

 

 

 

 

 

 

안녕하세요. Cute_zLol입니다; 먼저 너무 죄송합니다ㅠㅠ

바빠서... 글을 쓰고 정리할 틈이 없어요ㅠㅠ 잠시 짬을 이용해서 민들레연가 10편 정리해서

올립니다ㅠㅠ 스타는... 아직... 정리가;; ㅠㅠ

다음주 수요일 이후부터는 좀 한가해질 것 같아요. 좀 한가해지면 더~ 열심히! 쓸께요ㅠㅠ

다른 글들에 비해~ 재미도 없고!! 글실력도 부족하면서!! 바쁘다고 잘 올리지도 못해서

죄송하구요~ 다음주부터는... 열심히 올릴께요~!! ㅠㅠ

늘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구요~ 전 다시 일을하러,...ㅠㅠ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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