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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애아의 이야기

똥돼지친구 |2003.03.31 15:56
조회 13,414 |추천 0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보니 동생을 죽인 사람들이 잡힌 기사가 올라와있더군요

그걸 보고 생각이 나서 괜히 적습니다.

 

1997, 8년쯤 집앞 골목에서 놀다가 한 아이를 만났다.

초등학교 3,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이상한 모양으로 뛰고있었다.

 

처음엔 혼자 장난을 치고 있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한쪽 발이 접혀 있었다. 발로 뛰고있다기 보다는 발목으로 뛰는 모양이였다.

그리고 손도 오그라져 있었다.

얼굴도 일그러진 그 아이는 좁은 골목을 왔다 갔다 하며 뛰고 또 뛰고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참 열심히 뛴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뒤에 붙어서 같이 뛰었다.

한참을 뛰던 아이가 갑자기 멈추더니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버렸다.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발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아도 여이 앉아" 분명 그렇게 들었다.

 

옆에 앉은 난 궁금했던걸 물었다.

"근데 왜 혼자 뛰어?"

아이는 부끄러운듯이 웃으며 얼굴을 이리저리 찡그리며 말했다.

"다이기 선수될꺼이까....여씁해야 되니까..뛰지..근데..누아는..왜..호자 뛰어?"

"누나는 운동 선수잖아 운동 선수니깐 많이 뛰어야 빨리 움직이지"

당시 교기선수였던 난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아~~~그..려며..누아...엄처..빠이뛰게따 나으 혼자..여씁하는데.."

"그럼 누나가 가르쳐줄까? 누나 달리기 잘하거든 우리학교에서 젤 잘 뛰니깐 내 제자 시켜주께 인제 코치선생님 그래라 알겠지?"

 

내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그 아이는 한참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날 하루 만남이 끝이났다.

 

저녁을 먹다가 그 얘길했는데 알고보니 가여운 아이였다.

엄마는 도망을 갔고 아빠는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이를 때렸다고 한다.

그러다 돈을 벌러 간다고 나가서 한달에 두번 세번 들러 약간의 돈을 쥐어주고 간다고 한다.

그 아이는 자기보다 2살 위에 누나와 함께 살고있었다.

 

그 아이와는 날마다 만났다.

항상 같은 시간에 골목에 나와 혼자 뛰고있었다.

그러면 난 옆에서 같이 뛰며 정말 코치선생님처럼 이렇게 뛰어라 저렇게 뛰어라 열심히 설명했다.

아이가 어느정도 뛰는 속도가 나아졌을 땐 스타트를 가르쳤다.

날마다 둘이 골목을 뛰는게 생활이 되어갈 무렵 갑자기 아이가 사라졌다.

 

그날 그 아이의 아빠가 다녀간것을 알고있었다.

'아빠랑 있겠지 그래서 못나오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날 뉴스에 백화점에서 우유를 사먹은 아이가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신상과 사진이 나온다...그 아이였다.

내 제자.....매일 골목을 달리던 그 아이.... 뭔가 머리를 꽝하고 치는 소리가 들렸다.

 

뉴스에서는 쉬지 않고 떠들고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모 백화점에서 우유를 사먹은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아이가 마신 우유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었다.

경찰은 백화점에 있는 모든 음료수를 수거하고 배급소까지 수사를 확대.....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행으로 추정되며.............................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 얘기가 나온다. 엄마는 자꾸 아이 아빠가 애를 죽였을꺼라고 한다.

동네에서도 시끄러웠다.

슈퍼를 가면 꼭 그얘기다. 다들 똑같은 소리다.

"애비가 죽였지 아니면 그 불쌍한거를 누가 죽이겠노?"

 

얼마후 다시 뉴스에서 그 얘기를 한다.

범인이 검거되었단다.

그런데 범인이 그 아버지란다.

노름으로 빚이 많았고 아이앞으로 보험이 많이 들어있었단다.

그걸 노리고 저지른 범행이였다.

 

그아인 죽었고 아버지는 잡혔다. 그리고 누나는 혼자 남았다.

어느날 그집앞에 여자아이 혼자 문앞에 앉아 울고있는걸 본적이있다.

그애 누나겠지...그냥 짐작이였다.

그리고 얼마후 이삿짐이 나갔다.

그후론 아무 소식도 모른다.

 

돈때문에 자식을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이 죽이지 말았으면... 차라리 가족을 버리는 한이있어도 서로 죽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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