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는 자주 와서 글도 읽고 하는데 이렇게 올려보기는 처음 인것 같네요. 글이 길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올립니다.
며칠 전 故윤장호 하사가 순직했다는 얘기를 인터넷에서 접하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도 2004년 8월에 다산 4진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다녀오고 故윤장호 하사와 비슷한 상황에서 군입대를 한지라 뭔가 공통점도 많이 있다고 느껴져서 더 마음에 와 닿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윤하사 부모님께서 오열하시는 걸 보고 제가 이역만리 전장에서 한줌의 재로 타들어 갔다면 저를 사랑하시는 부모님이 평생 얼마나 아파하셨을까..라는 생각에 파병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불효를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사실 저 아프가니스탄 다녀온 것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외 10여 국가에서 파병된 군인들과 같은 기지를 사용하며 한국 군인이 가장 절도있고 임무수행을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주어진 임무를 다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전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참다운 군인이라면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군생활을 마치신 분들은 막사 시설이나 간부들의 횡포, 비형평성등에 많은 불만을 가지시지만 막상 전역하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많이 얘기하십니다.
그런데 어제...
참 놀랍게도 강성주라는 분이 인터뷰를 하셨더군요.. 저 강성주씨 압니다. 같이 파병갔으니까요. 이분 인터뷰의 기본적인 골자는 간부가 현지인에게 총을 겨루며 보석을 사오라고 협박을 한 얘기였는데요.. 인터뷰 지금 다음 메인에 있는데 보신 분들께 혹시 오해 하실까봐 몇마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강성주씨가 말한 인터뷰의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지요..
"간부가 현지인에게 총을 겨두며 협박했다"
"근무가 한마디로 악몽이었다"
"극도의 전장 스트레스를 겪으며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폭력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한달이 멀다하고 기지안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어 이 상 실 입니다.
왜 강성주씨의 왜곡된 표현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 전체가 야만인 취급을 받고 미움을 받아야 됩니까? 위에 있는 발언 한개씩 답변하겠습니다.
1. "간부가 현지인에게 총을 겨두며 협박했다"
저도 그 간부 압니다. 미운짓 골라서 하는 그런 간부 있지 않습니까? 기지 PX에서 산 물건은 영수증과 정당한 환불 사유만 있으면 100% 환불이 됩니다. 그래서 세일하기 전에 산 물건을 별 핑계를 다 대며 꼭 환불해오라고 시키는 얼굴이 정말 두꺼운 사람입니다. 또 나이 많이 쳐드시고 여군에게 집적대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사람은 없어져야 합니다. 조직에서 나이 드시고 계급도 높아 뭐라고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게 정말 슬픈 군 실정이고 우리나라가 꼭 고쳐야 할 악습입니다. 하지만 직장 상사가 권하는 술 원치 않지만 안마신 직장인이 어디 있으며 노래 못하지만 강요해서 노래 안 불러보신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건 해왜파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군대라는 집단,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가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병장달고 후임병 안 괴롭혀본 사람 있습니까? 계급에 딸려오는 권력을 남용 안하신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인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요. 그리고 대부분이 마음 좋은 간부들입니다. 굳이 그 못된 한 사람 때문에 파병갔던 간부들 전체가 욕먹는 건 불공평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터뷰에선 좋은 얘기는 한마디도 안하셨지요. 강성주씨..
2. "근무가 한마디로 악몽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생활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파병후 2달째 아프가니스탄 첫 대선기간에 기지에 RPG 포탄(쉽게 말해 바주카포)도 많이 떨어지고 미군 병사들도 많이 죽었습니다. 40도가 넘는 사막에서 강렬한 태양을 등지고 하루종일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위험하긴 했지만 한국 군생활에 비하면 그나마 인간대접도 많이 받았고 어느정도 자유생활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작업도 한국의 파고 메꾸는 뻘짓 보다는 실제 사용되는 활주로와 막사 건설 이었습니다. 비록 아프가니스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 것이 아니고 미군의 전투 지원 임무였지만 현실적으로 한국군이 대외 민사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사상자도 훨씬 많아졌을 것입니다. 기지 내 전화기도 있어 한국에 안부 전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주말에 강제로 종교활동 보내는 관습은 한국 군대와 똑같았지만 개개인의 자유와 의견도 많이 존중해주는 “진보된” 군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군생활은 어느 부대에서 누가하든 고통스럽고 기나긴 시간입니다. 마음먹기에 달린거 아니겠습니까? 군대 나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막사 정말 열악하다는거 다 동의하시죠? 그나마 아프가니스탄 부대 환경은 잘되어있는 편입니다. 고참들 얼차려도 없고 밥도 사제밥처럼 나오고 활동의 제약도 한국군보다 훨씬 자유로운 편입니다. MP3, 휴대용 오락기, 디카, 노트북 쓸 수 있는 사병이 대한민국 군대에 또 있겠습니까? 사실 mp3를 제외하고는 허가되지 않은 물건이지만 먼데나와 고생한다고(그리 고생스럽지도 않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간부님들 눈감아 주십니다. 그런데 어느 점이 그렇게 악몽인가요? 강성주씨 전방에서 동상 걸리면서 근무 해보셨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저는 경기도 북부에 있었지만 전방에서 추운 겨울날 내복 3겹에 깔깔이 2개씩 입고 근무 서시는 분들도 있으신지라 제 군생활 힘들었다고 어디가서 감히 절대 말 못합니다. 꼭 전방이 아니더라도 열악한 부대 시설과 군번 꼬이신 분들, 자진해서 고생하시는 해병대, 특전사 분들도 계시고.. 사실 군대에서의 형평성 없고 어이없는 상황들은 재미로 몇 마디 하지만 차마 힘들었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찌 그리 당당하신지요.. 행정병 아니십니까?
3. "극도의 전장 스트레스를 겪으며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폭력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한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기지 주둔하는 동안 작업 참 많이 하였습니다. 아침부터 저녁먹기 전까지 공병작전 수행하고 나면 정말 피곤한데 강성주씨가 속해있던 중대는 병과 특성상 지원업무가 주된 곳이었습니다. 한번은 힘겨운 작업을 마치고 돌아 오는길에 근무시간에 PX를 다녀오던 강성주씨 일행에게 타 중대 어떤 병사가 욕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욕한건 잘못됐지요. 하지만 뙤악볕에서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오는데 누구는 PX 딸랑 딸랑 다녀오면 기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또 얼마나 얄밉게 행동했으면 그런 욕을 할까요?
그런데 결정적인 사건은 매주 금요일 한주를 마감하는 행사에서 시작됐습니다. 단장인 대령,모든 간부 및 병사가 운집한 연병장에서 강성주씨가 단상에 뛰어 올라가더니 하는 말이 "제가 오늘 '개새끼'라는 욕을 들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설명까지 자세히 하더군요.. 단장인 대령까지 있는데 중대장 지휘계통 보고도 없이 개념 상실한 상태로 그런 발언을 했다는 자체가.. 강성주씨가 속한 중대장님 표정 완전 굳어지고 타 중대 분위기 험악해지더군요... 말이 됩니까 도대체? 서로를 미워하는 험악한 분위기는 자기가 만들어 놓고 왜 그런식으로 인터뷰 하시나요?
4. "한달이 멀다하고 기지안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이거 왜 한국군이 강간했다는 뉘앙스로 얘기하는지… 적어도 저희 있을 때 한국군은 이런 사고 한번도 없었습니다. 밤에 미개한 몇몇 미군 놈들이 지내 나라 여자애들 강간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긴 하지만 꼭 우리나라 간부/병사가 그런 것 처럼 말씀하시나요? 댓글들 보니 “한국군 그럴줄 알았다” 머 이런식으로 쓰신 분이 계셔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군 절대 불미스러운 일 저지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군 멋있고 절도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욕은 못들어 봤습니다.
이상 강성주씨가 한 발언에 대해 제 개인적인 견해를 적어 보았습니다. 도대체 인터뷰 하시면서 왜 나쁜 점만 끄집어 내셨는지.. 타지에서 6개월 같이 보내며 전우애를 다진, 지금도 연락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저희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파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강성주씨 개인 하나 때문에 같이 파병갔던 200명이 넘는 자랑스러운 전우 모두가 나쁜 여론에 휩쓸리는 것 같아 글을 썼습니다. 또한 故윤장호 하사의 죽음이 쓰레기 인터뷰와 여론 때문에 헛된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실까봐 겁이 납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로 순직하신 故윤장호 하사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