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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 밥 사주는 게, 그리도 욕 먹을 일인겁니까?

유카라 |2007.03.22 04:34
조회 436 |추천 0

21살,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개강 이후로 각 과, 동아리, 학회 등.....어딜가나 신입생 모집 혹은 신입생들과 친해지기(?)위해 열을 올리는 추세라...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죠. 저는 과 보다 동아리 활동을 위주로 해 왔기에 동아리 신입생을 받기 위해서 같은 2학년 동기들과 함께 자보를 붙이고 동아리방을 지켰죠.

 

신입생을 받을때 각 동아리마다 분위기가 꽤 다른데...요즘 취업난 때문인지 한창 각광받는 영어회화 동아리나 컴퓨터 동아리 등에서는 입부 신청 원서를 받은 뒤 면접 날짜를 공고하고, 면접 봐서 필요 인원만 가리고 떨어뜨리기까지 하는 -_-; 호사를 누릴 수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동아리에선 그저 정상인(?)축에만 들면 와주는게 감사할 정도죠. 오해를 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여기서 정상인이란.....사회 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개념을 탑재한 인간(?)입니다.

 

저희 동아리 역시 문학동아리로써, 한 기수에 적으면 3~4명에서 많아도 10명을 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동아립니다. 여튼, 여차저차해서 신입생을 받기 시작한지 열흘 정도가 되었던가요.

 

 

그러던 어느날, 귀여운 우리 새내기들과(벌써 먼저 받아놓은 새내기들)함께 동아리방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동아리방을 둘러보는 중인듯한 남학생들이 들어서더군요. 문학동아리라는 특성상 절대적으로 남자 수가 모자르기에 동기들 모두 내심 반가워 했어요. 선배들 층에서 남자 후배 좀 받아달라는 압력이 꽤 있거든요. 그치만 그게 우리 맘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_-;

 

근데 한꺼번에 무려 일곱명이 들어오더군요. 당황했지만 앉히고 간단한 대화를 하며 과자 먹을래? 하니까 먹겠다고 하네요. 우리 동아리에 가입을 하든 안하든 우리 동아리를 찾은 손님이므로 과자나 음료수 정도는 대부분 대접을 합니다. 그냥 얘기하면 뻘쭘하기도 하니 뭐라도 먹을걸 놓고 얘기하자는 차원이기도 하구요.

 

일곱명이나 되는데 과자를 한두개 살수도 없고 대략 만원어치도 넘게 샀죠. 그 때 2학년중에 세 명이 있었던가...벌써 아까 점심때 17기로 받아놓은 새내기들 점심을 사줬던터라 다들 지갑이 가벼운 상태 ;; 여튼 과자를 사고 얘기를 좀 나누는데 사실......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하나같이 철도 없고 개념도 없고 -_-...그나마 좀 개념이 있는 애가 맨 뒤쪽에 계속 서 있던앤데.....87년생, 그러니까 06학번과 동갑인데 재수를 했다더군요. 그래도 한 해 더 살아선가, 여튼 그 애를 비롯해 한둘 정도빼곤 전혀 마음에 들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람 인연이란게 첫인상으로 결정지어지지도 않고 앞일이란 알수도 없는 일이므로 웃으며 대화하고 돌려보냈죠. 그랬는데 두 시간뒤에, 네 명이 다시 우리 동아리방으로 돌아와 실실 웃으며 말하더군요.

 

"저녁 얻어먹으러 왔어요"

 

장난인 듯 하지만 밥을 사 먹여야 될 분위기. 게다가 아까 본 일곱명중에 그나마 좀 마음에 든다하는 애들은 다 빠지고 최악의 순서대로 네 명이 골라져 왔더군요. 어쨌든 아까 얘기하면서 우리 회장님(저희 동기)이 심심할땐 놀러오라고 예의 비슷하게 말을 했으니.....밥을 사주긴 사줘야 하겠더군요. 그렇지만 오늘 하루 유난히도 왔다간 신입생이 많아 과자값만 대략 이삼만원...점심때 새내기들과 같이 밥 먹은것도 장난 아니고.....벌써 한 사람당 만오처넌에서 이만원 정도를 쓴 상태였죠.

 

저 같은 경우는 자취방에 돌아가서 밥을 해 먹을 생각이었기에(돈 없을땐 집에서 해 먹는게 최고 ;;)지갑에 천 칠백원이 남아있었고, 대부분이 비슷한 실정 ;;

 

하루에 오천원이 용돈인데(제 스스로 정한 기준. 평일 하루에 오천원, 주말 하루에 삼천원만 쓰기로 함...그래야 한 달에 공과금 및 다 포함해서 20만원이 맞아 들어가기 때문에 ;;)벌써 세 배 가까이 써서 부담스럽기도 했죠. 게다가 먼저 받아놓은 새내기는 집에 가라 그러고 걔들만 사줄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 총 새내기는 일곱명에 우리 기수는 세 명.....

 

10인분 밥값을 세 명이서 내야 할 상황이 된 겁니다. 잠시 다른곳에 간 동기를 부르러 남은 동기가 가고....자리엔 저와 먼저 받은 새내기 여자애 둘이 있었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보기에도 그 남자애들이 안 좋은 티가 났나봐요. 가입할 생각은 없고 그냥 베껴먹으려는 티가...;;

 

"선배 쟤들 진짜 밥 사줄거에요?"

 

소근거리는데 그냥 웃었습니다. 그러는데 제 귓가를 스치는 소리가....그 남자애들끼리 저쪽에서 수근대고 있더군요. 더 놀라운 건 저와 눈이 마주쳐서 제가 들은 걸 알면서도 계속 하더군요. 그 내용이 언어 순화를 좀 시켜서 요약하자면....

 

'저 여자 하고 있는 꼬라지 좀 봐라. 어째 셋 다 하나도 써줄만한 X이 없다' 였습니다.

 

저와 제 후배들을 보고 하는 소리였죠. 셋 다 화장기라곤 없는 얼굴에 그다지 꾸미는 스타일이 못 됩니다. 후배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티가 전혀 가시지 않아 아직도 고등학생 같은 그런 앳된(?)모습이었고....저는, 네...고등학교 졸업한지 벌써 일년을 풀로 채우고도 몇 달이 지났지만....-_- 꾸미는 것과 거리가 먼 성격탓에 머리도 그냥 수수하게 긴 생머리고(그렇다고 찰랑거릴만큼 머릿결이 좋진 않은...그냥 생머리 -_-)화장도 일주일에 한두번 할까말까. 한다쳐도 베이스 바르고 파우더 치는 정도...마스카라나 아이라이너 같은 전문(?)도구는 아예 없습니다. 립글로즈만 주머니에 달랑 넣어다니는 정도. 그것도 색깔 예쁜거라기보다는 챕스틱 비슷한 것...

 

그 날은 그나마 그 베이스에 파우더도 안 바른 날이었죠. 저들 기준으론 엉망이었을지 몰라도 전 머리 깨끗이 감고 단정히 빗어서, 여차하면 묶고....남들 보기에 괴로울 정도가 아닌 깔끔한 옷차림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날 옷차림 아직도 기억합니다. 평범한 청바지에 역시나 그냥 무난한 티셔츠...그 위에 검은 사파리 스타일 잠바 입었었습니다. 물론 그 옷중 무엇도 메이커는 아니었구요. 어디서 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확실히 잠바는 지마켓에서 25000원쯤 주고 샀고 바지나 티셔츠는 서면 지하상가나 뭐 그 비슷한데서 최대한 가격대비 품질 마음에 드는걸로 골라 샀을게 확실함 -_-; 

 

우리 후배들은 그 수근거림 못 들은 모양이더라구요. 사실 자기들 스타일이 아니면 그렇게 생각할수는 있어도 그걸 꼭 저 듣는 앞에서 말해야 했을까요. 울컥했지만 참고 애써 웃으며 애들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식당 입구에서 아예 안 들어가더군요. 지들끼리 우리 들으라는 듯 "에이 설마~" 이런식으로 하는걸 못 들은척 했습니다. 이미 승질 날대로 난 상태였거든요. 그래도 제가 아무 반응이 없자 한 놈이 제 동기에게 말하더군요.

 

"전 여기서는 밥 못 먹어요. 토할 것 같아서요."

 

전 이번학기에.....후배들 밥 사주고 점심값이 없어서 학생식당 밥조차 못 먹고 굶은날도 있습니다. 전날 적자가 심하게 나면, 다음날 메꾸기 위해 점심을 굶었습니다. 그 날도 만 오천원에 플러스로 더 써야 하는 판이므로 다음날, 어쩌면 그 다음날까지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못 먹고 참아야 할지도 몰랐죠. 열이 확 받더군요. 성질대로 했다면 "ㅅㅂ 그래 너 토하나 안 토하나 한 번 보자. 먹고 토해봐라" 하고 싶더군요. 1만 5천 학우들이 먹는 학생식당 밥에 토할 것 같다니요.

 

물론 얻어먹으면서 비싼 것 먹고 싶은 거 압니다. 그치만 우리에게도 형편이란 게 있고, 오면서 충분히 눈치로 보여줬는데 대놓고 말하니 어이가 없더군요. 우리 회장님이 그나마 그 학생식당 밥값도 모자라 돈 빼러 은행에 간 상태였습니다. 전활 걸었죠. 전 도저히 그 자리에서 더 버틸 자신이 없더라구요. 죄 지은것도 없이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목소리가 안 나왔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우리 후배들이 있어서 차마 울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동기와 후배들, 그 놈들을 거기 세워놓고 밖에 나와 회장님을 만나 오천원을 인출해 6700원을 줬습니다. 하루 용돈 오천원, 그 날 벌써 세 배인 만오천원을 쓴 저로서는 그거 정말 숨막히도록 피같은 돈이었지만 제가 안 내면 우리 동기들이 몇 배로 내야 할 것을 알아서 현금 인출할 수 있는 통장에 든 전액(...그게 달랑 만원이었음)을 인출해 그 날 저녁 제 비상금 오천원만 남기곤 동전 하나까지 다 털어줬죠. 비상금 오천원은 그 날 저녁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가 오기로 해서 데리러 갈 차비였습니다.

 

울먹이며 회장님을 보내고 그 길로 텅 빈 동아리방으로 돌아가 엎어져 울었습니다. 죄 지은것 없고 별 탈 없지만 갑자기 세상이 무섭더라구요. 그러다가 다음 날 낼 시화전 시 몇 편을 준비해두고 내려가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회장님한테 문자가 왔더라구요.

 

'XX야 지금 친구 만났나 나 너무 급해서 그런데 잠시만 와주면 안되나'

 

뭔 일인가 싶었죠. 밥을 아직까지 먹나...(아까 밥 먹으러 간지 세시간 가량 지난 시각)

 

나중에 제가 들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면...

 

내려가서 결국 바깥 밥을 사 먹였답니다. 그리곤 우리 회장님이 그래도 디게 나쁜놈들일거라고 생각을 안 했는지(아까 저 여자 하고 있는 꼬라지 봐라 그건 그때까지 저만 알고있었던..)같이 술 먹자고 했다더군요. 어떻게 잘 해주면 우리 후배가 될 것 같아서 그랬나봐요.

 

그런데 술집....우리 후배들은 여자애 둘 다 술을 거의 못합니다. 우리 회장님 그나마 잘 마시는 축이지만 말술까진 아닙니다. 남은 우리 동기 하나....그닥 술 못합니다. 저요? 그 자리에 없었지만 뛰어가봤자 하등 도움 안 될 주량입니다. 소주 세 잔이면 바로 뻗거든요 -_-;

 

그 남자애들 넷 다 말술이었다더군요. 더한 건, 남은 우리 동기가 잠시 시화전때문에 자리를 비우자 자기들끼리 우리 회장님을 두고 4:1로 떠서 죽여보자 이런식으로 했답니다. 그것도 우리 회장님은 수근거리는게 그 내용인지 모르고 계속 있다가....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서 SOS를 보내, 달려온 남자 선배가 말해주더랍니다. 쟤들, 너 술 먹여서 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그 남자선배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여자친구와 연애 하시면서 약 7개월간 금주 하셨었는데 그 날 그 금주하기로 한 약속 깨고 술 드셨습니다. 왜냐면...그 남자들이 회장님 술 먹이는 거 막으면서 대신 드셨던 거죠. 회장님보고 먹으라 하면 "에이 치사하게 니들은 여자 하나 놓고 남자 넷이서 그러냐. 형이랑 한잔하자"이런 식으로요.

 

회장님이 지금 4;1로 있다고....쟤들 너무 위험해 보여서 후배들 다 보냈다고....남은 우리 동기는 시화전때문에 잠시 나갔다고....하는데 저 그만 벌떡 일어섰습니다. 나쁜 생각인 거 알지만 그닥 개념도 없어보이는 남자 넷이서 여자 하나 술 먹여 보내놓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그걸 모를만큼 순진하지 못한 저는 방을 빙빙 돌았죠. 지금 가봤자 둘이 같이 죽는 수밖에 없고, 제가 울먹울먹 하면서 그래도 어째 가서 그 판을 깨고 와야 하나 하니까 놀러왔던 다른 대학 친구가 "나라도 같이 가 줄까?" 하더군요. ...제 친구는 술 셉니다 -_-; 주량 소주 2병 넘습니다 ;; 그래서 어째 그 친구라도 그 판에 갖다 넣어볼까 하는데 회장님이 문자가 왔더군요.

 

남자선배 두분이 오셨다고.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습니다. 내가 뭔 죄를 져서 이런짓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 이런 애들만 계속 오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친구가 달래는데도 그리 서러울수가 없었습니다. 나름 힘들게 살아왔는데.....내 먹을 것 안 먹고, 살 것 안사고 후배들 밥 사먹였는데........사실 긴장이 풀려서 이기도 했죠.

 

그나저나,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더군요. 학생식당 밥 사주면 사주고 욕 먹는 거라고. 저흰 여태까지 저희 새내기들 거의 학생식당 밥 사줬습니다. 가끔 특별한 날 맛있는 거 시켜주고 그랬죠. 거의 매 끼니마다 돌아가면서 사먹이는데....계속 바깥 밥 사먹일 형편이 아니라서요. ;; 학생식당 밥으로 먹여도 사실 저는 매일 적자납니다.

 

회의가 드네요. 그럴바엔 안 사주는게 낫다면.....전 지금까지 헛고생한 걸까요?

 

저희 후배들은 그래도 매번 감사하다고, 이렇게 매일 사주셔도 되냐고...다음에 꼭 저희가 맛있는거 사드린다고 해서 전 나름 뿌듯했는데... 저도 작년에 선배들한테 학생식당 밥 얻어먹으면서 감사해 했구요. 학생식당, 싸고 맛있고 괜찮은데....대체 왜 무시를 하는거죠?

 

인문대, 공대, 경영대, 도서관 등.............그날의 메뉴 다 합치면 중식 양식 한식 없는게 없는데 -_- 귀찮게 계단 다 내려갈 필요도 없고. 밖에 밥 먹으려면 학교 정문의 그 계단..-_- 전 돈이 있어도 그 계단땜에 밖에 밥 못 먹을지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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