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기 저 달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어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 만년 살고 지고...천년 만년 살고 지고.."
양친부모 곁에두고 행복에 겨워 계신 한 분의 글이 마구 시샘이 납니다
나에게도 엄니가 계셨고 그분 따라 무덤속까지 동행할 것만 같던 세월도 있었건만...
"장모님 잘 계시더라 딸래미 잘 있냐고 물으시던데..."
산에 갈 시간은 널려 있어도 엄마 산소 한번 못 가는 딸 대신 산소 다녀온 사위 한마디 합니다
돌아가실 무렵엔 산소옆에다 움막집을 짓고 삼년상 거뜬히 치러낼 듯 호들갑이더니...이랬던 그녀가
강산이 한번 하고도 절반이 바뀌려는 지금엔...이렇게 변했습니다
한식때도 명절에도 사위혼자 보내고 딸은 산으로 갑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망각의 약을 먹었는지 엄마와의 기억마져 가물 가물해져 갑니다
"아카시아나무는 없었어? 잔디는 잘 살아있고?
꽃 나무엔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어? 물론 손질은 잘 해 놓고 왔겠지?"
못난 딸래미 입으로 효도합니다
"그럼 내가 누군데 다 잘 해 놓고 왔지"
"내 언젠가 가보고 한점 소홀히 해 놨으면 각오해"
사위가 무슨 죄인입니까마는, 그렇게라도 닥달을 하는것이 조금은 효도(?)하는 느낌갖고파.
가끔 남편따라 엄마 산소를 갑니다
시종일관 울기만 하는 저의 옆에서 묵묵히 일만 하는 남편... 덕분에 울 엄마 산소는 한마디로
꽃대궐을 이루었습니다
"장모님 못난 사위 왔습니다 외롭진 않으셨는지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잔디를 깎고 심고, 잡초를 뽑고 흙을 뿌리고 꼭꼭 밟아줍니다
주위에 그늘 드리운 나무들을 모두 가지치기 하고 무너진 둑을 손보고 나면 어느새 묘지에도
해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장모님 저희들 갑니다 딸래미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가 잘 키우고(?)있으니까요"
"잘 고른 사위하나 열 아들 않 부럽다"
믿을 수 없는 딸보다 확실한 사위를 하나 구한 셈이지요
"혹시 맘에 드는 남자 있으면 말해 보아라 너도 이제 시집을 갈 나이가 되었으니..."
엄마나이 벌써 일흔이 넘을 즈음 마음이 급하셨던 모양입니다
시집도 못 보내고 홀로 떠나시기엔 안쓰런 마음이 드셨을테니 말입니다
"나 시집 같은건 않 가 혼자 살거야" 내심 생각이 있는것이 다름 아닌,
아무리 그래도 장모를 모실려고 할 남자를 그리 쉽게 구할 것 같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딸이 변변치도 못한데 거기다가 칠순 노인까지 덤으로 맡으려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한편 내가 시집이라고 간다면...그려놓은 남자가 있긴 있었지요
어릴적 이웃교회 목사님댁에 아들이 여럿 있었답니다
거의가 제 또래였고 모두들 각 학년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똑똑하고 착하기로 소문이 났었거든요
" 엄마 강목사님께 한번 중매를 부탁해봐"
내심 꿍꿍이 속이 있었던 저는 은근 슬쩍 한마디 건네고 얼굴이 붉어 졌었지요
"내일 서울을 좀 다녀와야겟다 "
"서울은 왜?"
다음날 노인네 용감하게 서울로 가셨고 이틀후 돌아오셔서 저에게 건넨 게 무언지 아십니까
사진과 주소...
"이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 한번 찾아봐라" 잘 생긴 남자 네명이 모두 저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저에게 서로 뽑아 달라구요(ㅎㅎㅎ)
그간의 경위는 이러한 것이었습니다
엄마 강목사님이 주신 주소를 가지고 그의 아들을 만나고자 학교 기숙사를 찾아갔답니다
다행히 그 아들을 만날 수는 있었으나 자초지종을 들은 후 난감한 표정을 짓더랍니다
그 아들은 벌써 결혼을 약속한 아가씨가 있었다는군요
자기대신 절친한 친구 한명을 추천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바로 사진의 주인공입니다
참 믿기지 않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드디어 꿩 대신 닭의 사진과 주소를 들고 개선장군처럼 내려와 저에게 건네주신 것입니다
"친애하는 ...께
코발트빛 하늘이 마냥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이 계절에..."
참으로 느끼하기 그지없는 한통의 편지로 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이 남자 나중에 그러더군요
여자를 선택하는데 커트라인이 80점이랍니다
장모님 점수 60점과 제 점수 21점으로 겨우 통과됐다구요
사위에게 뽑힌 장모, 장모에게 합격한 사위...둘은 천생 연분이었지요
공부하면서 시작한 궁색한 신혼살림에도 장모님을 극진히 모시고 살아준 남편입니다
장모님 마지막 저 하늘나라 가시는 날도 외동딸 마다하고 사위에게 안마받고 꿀물 대접받으며
고이 잠들듯이 가셨답니다
만남과, 그간 함께 한 세월 그리고 사후의 돌봄까지 완벽하게 해 내고 있는 고마운 사람이지요
(사모곡을 쓴다는게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 팔불출이 되었는것 같네요 어쩌지요... 미안합니다)
"나도 할머니처럼 엄마가 내 신랑감 구해줘야 해"
"그래 걱정마라 내가 책임을 질테니..."
전국에 아들 가지신 분들이여!
제 딸은 어떠신가요
장모 닮았는데...연락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