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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를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

mini |2006.11.01 01:26
조회 836 |추천 0

◇초창기 경범죄(1950∼60년대)=경범죄처벌법은 1954년 4월 제정돼 현재까지 10차례 개정됐다. 당시 경범죄 처벌 항목은 모두 45개였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떠돌이’,사람들이 다니는 장소에 자동차나 말,배,뗏목을 풀어놓은 사람 등이 그 대상이었다. 또 밤에 자동차나 말에 불을 밝히지 않고 운행하는 것도 처벌됐다. 그 때에도 노상방뇨,쓰레기 투척,구걸 등은 위법이었다.

1963년 7월 처음으로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되면서 미신요법 등으로 진료행위를 하거나 하천에서 폭발물 또는 전류를 사용해 물고기를 잡은 사람이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미풍양속을 강조하던 사회분위기에 맞춰 ‘공공장소에서 신체 전부를 노출시킨 자’,‘자릿세를 받는 자’ 등도 등장했다.

◇규제 강화 시기(1970∼80년대)=유신 독재 시기인 1970년대에는 규제 대상이 대폭 늘었다. 1973년 2월 개정법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퇴폐풍조를 일소하여 명랑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처벌 대상의 폭을 늘리려 한다’고 개정 이유를 밝힐 정도였다.

‘공공의 안녕질서를 저해하거나 사회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왜곡·날조 유포한 자’,‘성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장발을 한 남자·저속한 옷차림을 하거나 장식물을 달고 다니는 자’,‘은밀한 장소에서 무도교습행위를 한자’ 등이 추가됐다. 또 경기장 등에서 암표매매를 하거나 새치기를 한 경우에도 처벌됐다. 거리에 침을 뱉거나 술주정을 부린 사람도 단속됐다. 한국법제연구원 김재광 행정법제연구 팀장은 “절도 있고 안정된 사회를 중시하는 군사정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 12월에 바뀐 개정법엔 도로에 뱀이나 끔찍한 벌레 등을 팔려고 늘어 놓은 사람도 처벌토록 내용이 강화됐다.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에게 장난전화를 반복해 괴롭히는 자’,‘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자’도 추가됐다. 1983년 12월 개정법엔 처음으로 ‘인근소란’에 TV소음이 포함됐다.

◇기본권 중시 시기(1990년대∼현재)=1980년대 후반부터 사회 전반에 불기 시작한 민주화 바람은 경범죄에도 영향을 미쳤다. 88년 12월 떠돌이 처벌 조항이 삭제됐고,‘유언비어 날조·유포’,‘장발 및 저속의상’도 함께 제외됐다. 1994년 12월 개정 때는 ‘덮개 없는 음식물 판매’ 조항도 사라졌다. 대신 공원 등에 데리고 나온 애완동물의 대변을 수거하지 않은 사람,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 등은 처벌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후 경범죄처벌법은 큰 변화가 없다. 경찰이 경범죄처벌법을 대폭 개정하는 것도 일부 경범죄 조항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올해 1∼7월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금연장소 흡연’ 1만881건,‘인근소란’ 1만442건,‘오물투기’ 5910건,‘노상방뇨’ 1237건 등 모두 3만7806건의 경범죄 위반 적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굴뚝 등 관리소홀’,‘미신요법’,‘뱀 등 진열행위’ 등은 적발 건수가 아예 없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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