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위기
일본 방송은 상당히 개방적인 편입니다.
좋게 말하면 개방적이지만, 우리 상식으로는 좀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죠.
일본의 방송을 보면 미국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광고하는 경우, 일본판 '꽃보다 남자' 첫장면에 구찌, 루이비통 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간접광고가 아주 심해서 방송 중에도 대놓고 특정 브랜드의 이름을 마구 거론하죠.
예를 들어 최근에 인기를 끈 드라마 '전차남' 의 여주인공 '에르메스'는 명품 '에르메스'의 그 에르메스랍니다. 남주인공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기위해 '에르메스 찻잔'을 선물로 준 이후로 여주인공이 별명으로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일본에서 에르메스 시계가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습니다.
방송에서 머리 때리고 비속어 쓰는 것은 다반사고, 반말하는 것은 뭐 일본의 반말은 별로 '우리나라의 반말'같은 버릇없다? 라는 개념이 아니니까 제외하더라도, 방송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자유로운 편이지요.
특정 상표를 언급하는 것은 상품에서 뿐만이 아니고, 기획사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기획사의 무슨 멤버가 성인식을 한다.(일본에서는 중요한 행사입니다)라고 하면 일본에서는 그걸 방송해 줄 정도죠.
또 모닝구무스메의 어떤 멤버가 졸업을 한다(하로프로젝트의 특이한 시스템입니다.)라고 하면 졸업기념으로 방송에 나온다던지(아예 졸업기념이라고 대놓고 말합니다)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SM이 아무리 유명해도 SM이라고 방송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반면에 일본은 그런걸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입니다.
일본의 방송에는 외국 유명 연예인들이 잘 나오는 편입니다.
SMAP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마돈나도 나온적이 있죠.
우리나라 쇼프로그램에서 언제쯤 마돈나를 볼 수 있을지
드라마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짧고 (보통 9회 정도 방송 합니다)전개가 상당히 빠르죠.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 것도 이렇게 빠른 전개의 드라마에 일본의 기성세대들이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우리나라 드라마의 일본보다 다소 느리고 차근차근한 전개에 매력을 느낀거라고 하네요.
일본 연예계에서 20대면 아이돌이라도 좀 어린 편입니다. 10대면 아주 새파란 거고요.
30대 중반은 되어야 그냥 보통 수준인거죠.
2. 연예인에 대한 태도
일본의 연예인들에게도 소위 '오타쿠'들이 있습니다.
가수라면 콘서트, 씨디 몽땅 사는 것은 기본이고, 방에 처박혀 그 가수 CD만 몇날 몇일 밤새고 듣거나 거의 하루종일 쫓아다니거나, 그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 하면 거기다 대고 절을 한다거나 하지요.
오타쿠 얘기를 잠깐 하자면 애니메이션에 미쳐있는 아니메오타쿠들은 캐릭터 생일에 혼자 케익 사다놓고 축하한다거나 이런 식이죠.
우리나라는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면 그냥 '또야?' 정도로 넘기거나,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 라고 기사가 뜨면 그 커플에 대해 단순히 이목이 집중되는 정도의 분위기이고, 좀 정도가 심하다고 해도 당사자인 연예인은 좀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기어나오지만, 일본은 그런게 거의 용납이 안됩니다.
스캔들이 터지면 팬들은 '배신감'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뭐 마약을 복용했다. 라는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누구랑 누구랑 사귀더라'라는 수준의 스캔들인데도 팬들이 갑자기 안티로 돌변해서 신변의 위험을 느낄 정도의 행동을 하지요.
이렇게 스캔들에 대해 심각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마츠우라아야(애칭 아야야) 양의 스캔들이 났을때는 일본 내에서 꽤 많은 수의 아야야의 팬들이 안티로 돌아섰고, 최근에 그룹 '모닝구무스메'의 야구치마리양은 남자배우 오구리슌이랑 사귄다고 털어놓고, 모닝구를 탈퇴했죠. 스캔들이 터지면 더이상 모닝구 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스캔들 전문 삼류 잡지로 '프라이데이'가 있는데, 일본 연예인들에게는 아주 골칫거리죠.
일본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연예인을 보고 달라붙어 싸인을 받는다거나, 껴안는다거나 그런 경우가 별로 없어요. 연예인을 '별세계'의 사람으로 보거나, 혹은 그냥 보통 사람들과 같이 소속사에서 '일'하는 회사원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일반사람들이 연예인을 이렇게 대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연예인들은 우리나라 연예인들 보다는 자유롭게 길거리를 걸어다니죠.
쇼핑도 자유롭게 하고요.
하지만 공식행사 같은데서는 일본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꺅꺅 소리도 지르고 울기도 하고 한답니다.
일본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외에는 신기할 정도로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이름도 잘 모르지요.
드라마에도 자주나오고 꽤 유명하다 싶은 연예인 이름을 말해도 '그게 누구야?' 이렇게 반응할 정도로요.
3. 쟈니스 프로덕션
일본연예계를 말하면서 쟈니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지요.
일본연예계는 거의 쟈니스가 꽉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50년쯤 된 일본의 유명 기획사입니다.
쟈니스 프로덕션의 팬층은 아주 다양해서, 10대부터 60대 70대까지도 있습니다.
콘서트에 가족끼리 오곤 하죠.
'아이돌은 10대의 전유물'이라는 우리나라의 인식과는 다르게, 이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쟈니스 소속의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20년 30년씩 활동을 하기 때문이죠.
쟈니스는 소속연예인 관리가 아주 엄격해서, 데뷔 안한 10대 주니어들의 경우에는 담배, 술 모두 금지하고 있죠. 또 우리나라는 길어야 5,6년 정도 되면 활동이 뜸해져서 해체시키는 반면에 쟈니스에서 한번 데뷔시키면 아주 오래 간다는 점..
이러한 부분들이 쟈니스가 신뢰받는 요인이겠죠.
쟈니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대단해서 인기있는 쟈니스 데뷔조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두 세개쯤은 가지고 있고, 안나오는 방송이 없죠.
그 중에서도 남성 5인조 그룹 SMAP 의 인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범국민적인 인기죠.
나카이마사히로 군은 쟈니스 프로덕션에서 쟈니사장 다음으로 세금을 많이 내고 기무라타쿠야는 어마어마한 팬을 거느리고 있어 쇼프로를 보시면 알겠지만 말 한마디만 해도 방청객들이 꺅꺅거리고 난리치고 좋아 죽는 정도죠.
쟈니스의 많은 행사를 도쿄돔에서 여는데, 도쿄돔은 상당히 크고 어마어마한 구장입니다. 약 5~6만명을 수용하는 구장이죠. 클뿐만 아니라 아무한테나 공연을 허가하는 곳이 아니라서, 이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쟈니스가 도쿄돔에서 쟈니스 카운트다운 등의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쟈니스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것이죠.
쟈니스는 가수를 만드는 기획사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쟈니스 소속 아이돌들은 '기본적으로' 가수활동을 하고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쇼프로, 개인콘서트도 하는 등의 아주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쟈니스 주니어'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들)만 나오는 NHK의 '소년구락부'라는 프로그램 ,'쟈니스 카운트다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대놓고 '쟈니스'라고 이름을 붙이죠.
우리나라의 그래도 가장 큰 기획사인 SM은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에 말이죠.
이렇게 팔방미인 연예인을 키우는데 뭐 얼마나 잘하겠냐, 하겠지만 이 회사의 스타 육성 시스템은 정말 대단해서, 데뷔조 치고 연기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 중에 특출난 사람은 드라마나 영화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죠. 예를 들어 SMAP의 기무라 타쿠야 경우 말이죠.
하지만 뭐 거의 평균적으로 연기들은 모두 잘합니다.
개그도 가르치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쇼프로를 맡아도 따로 MC가 필요없을 정도로 멤버들중 적어도 하나는 아주 진행을 잘하죠. 개그맨 뺨치게 웃긴 아이돌도 많고요.
노래가 별로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오리콘 1위를 하는 경우도 아주 많고, 음반도
적잖이 팔리니까요.
또한 멤버들 별로 각자의 개인활동이 아주 많습니다.
쟈니스에서 연습생을 뽑을때는 잘 생긴 얼굴이 기준이 아니라, 호감형을 많이 뽑지요.
(잘 생기면 좋겠지만) 킨키 키즈의 도모토 쯔요시군 같은 사람은 솔직히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킨키 팬분들 죄송합니다) 입담도 상당히 좋고,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정말 잘하고.. 그야말로 타고난 연예인이죠.
일본에서는 꼭 아이돌이 잘생겨야 할 필요는 없는겁니다. '호감형'이면 되지요.
4. 우리와 일본의 차이
우선 일본에는 우리와 다르게 '공백기'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앨범 준비하기위해 몇달,몇년 쉰다거나 하는 인식이 없지요. 그냥 한번 데뷔하면 쉬지 않고 활동을 합니다.
그럼 '그만 좀 나와라' 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도 일본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잘 안하죠. 그렇기 때문에 인기있는 아이돌들이 한번 자기 프로그램을 맡으면, 아주 인기가 없지 않는 한은 최소 2~3년은 진행합니다. 5년이상도 하고요.
도모토 쿄다이 같은 프로그램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죠.
우리나라는 '가수는 노래만 해라' 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반해, 일본은 그런 인식이 별로 없죠. 일본의 아이돌과 아티스트는 선이 꽤 명확하게 구분되서, 아티스트는 그야말로 노래만 하고, 아이돌은 여러가지를 하는 식이죠.
우리나라도 뭐 처음부터 쟈니스나 하로프로젝트처럼 '엔터테이너를 키운다'라는 것을 홍보하고 그룹을 만든다면 별 말이 없겠지요. SM이 그래서 '슈퍼주니어'를 키우면서 이러한 쟈니스 시스템을 약간 차용한 것이구요.
우리나라 아이돌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저는 이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연예인의 인간미'로 어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아이돌이라도 노래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하여튼 여러가지 반발이 많은 탓인지 그렇게 자기프로그램을 가지는 그룹은 극히 드물죠.
일본 아이돌들은 정말 쇼프로에 나와서는 잡 일을 다합니다.
로케를 가서 자기가 직접 발로 뛰고, 일도 하고, 울기도 하고, 인간적인 면도 많이 보여주죠. 이게 인기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