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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nder year ; 운명같은 사랑

님프이나 |2007.07.10 23:12
조회 174 |추천 0
 

또 각자의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팀장님은 자기자리에 앉아 둘둘 말았던 서류를 풀어야하고 수현은 새로 만든 스포츠사이트를 메울 무언가를 찾아야한다. 유리는 유리대로 유리의 파티션으로 돌아와 데이트서비스 사이트를 메워야 한다.


마우스를 클릭하며 모니터를 열자 유리가 처음 본 화면은 유리에 대한 축하 글들이었다.

‘운명 같은 사랑이라고요? 결국 그것은 자기자신의 이야기였군요!’

‘언니 축하해요. 신이 내린 몸매의 장윤주도 신이 내린 얼굴의 김태희도 못한 일들을 언니가 하셨군요.’

‘소감이 어떠세요?’


유리는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들 알았는지 제이슨우와의 데이트 서비스 당첨자가 사이트 운영자인 것을 안 네티즌들이 속속 게시판에 글들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유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손가락을 튕기듯 타다닥 댓글을 달았다. 운명 같은 사랑을 기획했던 자신이 진짜 운명 같은 경험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시군요? 비공개 설정했으니 혼자만 댓글 보세요.’

‘몸은 드레스로 감추었고, 신이 방심한 얼굴이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했을 텐데요?’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였다지요!’


몸매와 얼굴이야기가 나왔을 땐 한방 씩 먹여주고 싶었고 유리의 지난 크리스마스를 물어보았을 때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게시글에는 제이슨과 함께 했던 캘리포니아의 격정적인 파도의 그림파일이 함께 올라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제이슨과의 짧고 짜릿했던 키스의 기억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갑자기 유리의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게시글 하나가 올랐다.

‘ 로마의 휴일! 세렌디피티! 그 모두를 경험하셨군요?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유리의 마음속을 콕 찝어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리의 크리스마스는 생각지도 못한 멋진 남자와 휴일을 보낸다는 관점에서는 로마의 휴일이었고 갑작스런 컴퓨터 장난이 운명을 만들어 준다는 관점에서는 세렌디피티였기 때문이다. 물론 세렌디피티가 여주인공이 지폐를 휘날린 데서 비롯되었다면 유리의 크리스마스는 친구들의 컴퓨터 장난에서 비롯되었다. 세렌디피티에서는 결국 지폐가 다시 돌아와 사랑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유리의 사랑도 친구들의 컴퓨터 장난으로 다시 제이슨과의 만남이 이루어질까? 생각만 해도 꿈같은 일이다. 게시자는 영화를 은유해서 글을 올렸다. 유리도 영화를 은유로 댓글을 올려야 했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유리는 마우스로 윈도우 창을 내리고 파티션을 빠져나가고 다시 걸어 엘리베이터로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선 건물을 쭈욱 내려와 회사 앞 노천카페 비슷한 샌드위치 가계에 들어섰다. 카페의 전경은 어떻게 보면 파리를 어떻게 보면 뉴욕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왜냐하면 스산한 날씨 가볍게 걸어 들어가면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 완벽한 노천도 아니었다. 겨울이라 더 그랬다. 주인이 여름엔 노천장소였던 곳의 지붕과 벽을 온통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막아 실내도 실외도 아닌 곳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리가 카페 천정 너머 점심시간을 알리는 햇빛을 보았을 때, 투명한 카페 문이 쓰윽하니 열렸다.


“안녕!”

새해 처음 보는 용호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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