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에 눈먼 돈 100억이 들어온다면?'
최근 한 은행원의 실수로 100억원이 통장에 입금된 사건이 화제가 됐다.
A은행 직원이 고객 통장에 1만달러를 송금하는 과정에서 1000단위 숫자 단축키인 콤마(,)를 한번 더 누르는 바람에 무려 1000만달러가 입금된 것.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은 북한 출신 외환딜러 최승철씨(36)가 지난 일요일(15일) 자신의 경험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어느날 갑자기 눈먼 돈 100억원이 수중에 들어오자 최씨는 잠시 고민에 휩싸였다.
"은행 지점에서 전화가 걸려왔지만 받기 싫었다" "내 돈이 아니지만 돌려주기 싫었다" "현금이었다면 해외로 빼돌렸을텐데"라는 솔직한 고백은 인간적인 '견물생심'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결국 최씨는 울며불며 전화한 은행직원에게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줘 돈을 찾아가게 했고, 10만원 상당의 난을 감사의 선물로 받았다.
최씨는 글 말미에 난을 받고 100억원을 가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면서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만약 최씨처럼 예기치 않은 눈먼 돈이 굴러왔을 경우, 돈을 내놓지 않거나 빼돌리면 어떻게 될까?
법적으로 이는 '횡령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은행 사이에 계약관계는 없지만 사회 상규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은행고객인 최씨의 경우 이미 신상이 노출돼 있어 돈을 빼돌려봤자 책임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경우에도 눈먼 돈에 대한 소유권은 주장할 수 없다.
실제 판례도 여러 건 있다. 지난 2005년 보험판매사원으로 일하던 이모씨는 고객 보험료 6만원이 60만원으로 잘못 입금되자 이를 임의로 사용했다가 10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2003년 박모씨의 계좌이체 실수로 송금된 15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한 최모씨도 쓰고 남은 돈 650만원을 변제한 후 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결국 내 통장에 수백, 수천억원의 눈먼 돈이 굴러들어온다고 해도, 이는 잠시 스쳐가는 해프닝일 뿐 대박도, 행운도 아닌 셈이다. <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