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철퍽 주저앉아 밀려오는 파도와 숨어든 방게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떠올릴 무렵 전국에서 이름 붙여진 그 많고 많은 코끼리 바위를 여기서도 만날 수 있었다. 남일대 해수욕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남일대 해수욕장에서는 잘 보이는 바위가 가까이가면 볼 수 없다. 시간을 기다렸다 썰물이 되면 겨우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안으로 난 길을 따르면 괜 서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해안절경이 으뜸인 이곳에 시멘트로 길을 만들어 해안절경은 이미 한물간 상태이고 코끼리 바위에 다가서자 군부대가 떡하니 출입을 가로막고 서 있다. 몰런 이 길로 가야할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군 철조망이 눈에 거슬린다. 어찌되었던 다정한 연인이 이곳을 찾아보기에는 두말할 것 없이 좋을 것 같다. 시멘트로 포장하여 흉물에 가깝지만 그래도 뾰족구두로 걷기 쉽고, 조용하여 파도소리에 밤하늘별을 한없이 따다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시간도 남아있고 하여 다시금 온 길을 돌아 해수욕장으로 나와 보니 저 멀리 코끼리를 그리 닮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코끼리로 생각하고 보면 그럴싸한 형상이 바다에 코를 박고 있다. 남일대 해수욕장은 여느 해수욕장과는 달리 조개껍질이 파도에 씻겨 만들어낸 일명 조개껍질 해수욕장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조개껍질 해수욕장으로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훌쩍 떠나와 여름철 모래찜질하면서 사랑을 키워가기 좋은 곳이다.
물이 빠지고 길이 열렸다. 바위에 올라서니 내 앞에 그토록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코끼리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아직도 코를 담군 채 꿈쩍을 하지 않는다. 어쩜 파도가 발과 코를 간질이는데도 저토록 태연할 수 있는지... 코끼리 바위를 살펴보니 바위 끝에 큰 구멍이 길 게 나 있고 그 구멍 때문에 멀리서 보면 코끼리처럼 보이는 것이다. 밀물이 들면 구멍의 일부를 파도가 넘나든다니 행여나 더 구멍이 넓어져 버리면 어쩔까 하는 발칙한 상상력이 머리를 스쳐간다. 코끼리바위는 해안침식지형으로 언젠가는 세월의 흔적만큼 파도에 깎여 해식애가 침식하고 파식대가 넓어지면서 결국 그 모습을 잃게 될 것이다.
남일대 해수욕장은 주변경관을 비롯하여 조용한편으로 조용한 여행을 떠나는 연인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여행지이다.
(사천의 명물, 코끼리 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