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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애용가로서 울분이 터지네요

swott |2007.08.23 11:29
조회 773 |추천 0

자전거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다가 차에 치인 다음, 주검이 차에 끌려서 수십km를 갔다는 기사를 보고서 지금까지 쌓여 있던 제 모든 불만과 화가 한 순간에 터져버렸네요.

 

일단, 글을 들어가기에 앞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저 또한 자전거를 사랑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해오던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제가 10년째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왔지만,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또, 그 분처럼 죽을 위기에 처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제 울분담긴 소리를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실 분이 몇이나 될 지 알 수 없으나, 화가 나서 글을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습니다.

저는 28살 때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여행을 했습니다.
광화문에서 출발해서 보은에 계신 외할머니를 뵌 후, 정읍에 계신 큰아버지 댁에 들렀다가 부산까지 가는, 전국 일주라 할 수 있는 코스였죠.

그 여행 중에 많은 위기에 직면했고, 수없는 고생을 했습니다.
자전거가 갈 만한 길이 없어 차도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때문에 많은 위기를 겪었죠.

그 중 한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성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이가 장난으로 차에서 휴지를 날려 보냈고, 그것이 운 없게도 제 시야를 가려 넘어졌고, 아래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죠. 다행히 뒤에 있던 차가 저를 발견하고 멈춰주어서 차에 깔려 죽을 뻔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화가 나고 당황스러워서 그 차를 쫓아가 부모로 보이는 운전자에게 제 사정을 말하고, 아이에게 위험하게 도로에서 휴지를 날리지 말라고 충고하도록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운전자가 제게 화를 내며, "자전거가 왜 도로에서 달리고 **이냐. 니가 잘못해놓고 왜 우리 애한테 화를 내!"라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생각해보니 자동차들이 달리는 길에서 자전거로 달린 제가 법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없을 지라도, 통념상 잘한 것만도 아닌 것 같아 사과하고 돌아섰지만, 달릴 길이 없어서 그 길로 달린 건데, 너무도 약한 저로서는 그 길로 달리는 것이 최선이었기에 그 길로 달린 건데, 욕먹고, 죽을 뻔한 위기에도 처하고, 억울하더군요.

어쩌다가 차가 뒤에서 일부러 살짝 치기도 하는 때에는 심장이 덜컹거리면서 화도 나고, 제가 욕할 구실도 없고, 정말 난처하더군요.
자전거를 잠깐 주차해놓은 사이에 누가 훔쳐가서 다시 사야하기도 하고...
그렇게 힘들게 전국일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3년 후인 작년에 자전거로 유럽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산 자전거를 한국보다 싼 가격에 산 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세 나라 모두에서는, 자전거가 차보다 우선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자연스레 배여 있었고, 많은 국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하여, 길거리에서 쉽게 자전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본 자전거이정표나 Car-free Zone 등은 정말 인상적이었고, 부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전거 도로는 어딜 가든 있었고, 영국에서는 Cyclescheme이라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더군요.
또, 한국에는 Mercedes, BMW만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았기에 유럽에서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풍경은 제 눈에 아름답고 부러울 따름이었죠.

자전거 타기를 장려한다고 말만 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은 그에 비하면 너무도 부족하게 보였고, 한국 여자들의 차 있는 남자선호를 비롯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주차 공간 부족, 도로 정체, 환경오염과 석유 부족, 등의 문제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이상 자전거를 타며 칭찬이나 인정을 받기보다 여러 피해를 본 저로서는, 저 분이 왜 저 길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저 분이 왜 죽으셨는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장려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그만큼 지원을 해주고,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차나 재력이 있는 남자만 선호하는 한국 여자들의 인식과, 한 집에 차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남자들의 인식, 돈이 있으면 차부터 사야한다는 인식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 운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고, 배려하고 양보해야 우리나라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여, 에너지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녹색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애환이 담긴, 두서없이 길기만 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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