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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로 지하철 타고 다니기

|2007.08.23 14:57
조회 7,968 |추천 0

이제 임신 8개월 들어선 임산부에요.

서울에서 인천까지 직장 다니느라 출퇴근 합니다.

남들보다 유난히 배가 많이 나와서 9개월은 되어보이다고 하더군요.

 

저 임신전까지 나이드신 분들한테 칼같이 자리 양보하고 노약자석 근처에도 안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임신해서 먼거리 지하철로 출퇴근 하다보니 성격 참 까칠해지더군요...

제가 겪었던 일들 좀 얘기할게요.

 

1. 할머니 사건

임신 5개월때였어요. 남들보다 배가 유난히 많이 나와 누가봐도 임산부였죠.

금욜 저녁 친구 결혼식 땜에 할 수 없이 2호선타고 강남쪽을 가고 있었습니다.

강남은 차가 막히니 택시는 엄두도 못내고... 2호선은 언제나 사람이 많으니 서서가고 있었죠.

노약자석쪽에 25분정도 서서가는데, 자리가 하나 나서 앉았습니다.

그런데! 1분후에 어떤 할머니가 나타나더니 '젊은 사람이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일어나라더군요.

마구마구 큰 소리로... 사람들 당근 다 쳐다보고... ㅠㅜ

너무 피곤해 목소리도 잘 안나와서 작은 목소리로 '저 임산부인데요' 그랬더니

'아, 배도 얼마 안나왔구만 일어나!' 그러면서 나보다 본인이 더 힘들다고 계속 큰 소리로...

갑자기 울컥하면서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죠.

'할머니, 그러시면 저한테 좀 양보해달라고 부탁을 하셔야지,

그렇게 소리쳐대시면 제가 일어나고 싶겠어요!'라고...

그랬더니 '아, 그래,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니까 얼른 일어나!!!'

 

진짜 요즘 지하철 타고다니다보면 뻔뻔한 노인분들 많아서 '노인공경'하고싶은 마음 다 사라집니다.

 

2. 40대 후반 아줌마

붐비는 아침 출근길 노약자석 앞에 서서 가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없어도 그 쪽이 조금이라도 사람이 적으니까 주로 그 쪽으로 타거든요.

특히 임신한 후로는 일반석쪽에 있으면 사람들한테 눈치주는거 같아서 일부러 더 그 쪽에 섭니다.

40대후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눈 동그랗게 뜨고 제 배를 보면서 앉아있더군요.

그 옆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다리 쫙 벌리고 자고 있고.....

속으로 두 사람 다 이 자리 앉을 사람들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어느 역에 도착하자, 그 아줌마가 옆에 자던 학생를 깨우더군요.

"xx야, 내려야돼, 일어나!" 그 대학생은 그 아줌마의 아들이었던거죠...

눈 앞에 보이는 임산부보다 피곤한(?) 자기 아들이 더 안쓰러우셨나 보더군요. 헐~

 

4,50대 '노약자'가 아닌 아주머니들...

나이 들어보인다는 말 싫어하면서 그 자리는 왜 그렇게 열심히 앉으시나요?

계모임하고 왔는지 노약자석 다 차지하고 앉아 큰 소리로 반대편과 대화들까지 하시고... -_-

 

3. 40대 중반 아저씨

가장 최근의 일입니다. 역시 붐비는 퇴근길... 문이 열리고 노약자석쪽으로 가서 섰는데...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그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말고 저랑 눈이 딱 마주치더니 갑자기 눈을 감고

자더군요. 짜증이 나면서도 웃기더군요.

누가 양보해달라고 말한것도 아닌데...그렇게 찔리면 일어나든가...

그런데 그 옆의 할머니가 좀 있다 내려서 자리가 나길래 제가 앉았습니다.

그 아저씨 슬쩍 눈뜨고 보더니 제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다시 눈뜨고 책을 펴더군요. 헐...

저도 모르게 말이 나오더라구요. '아저씨도 집에 마누라도 있고 자식들도 있을텐데,

이렇게 비굴하고 살고 싶은가... 아저씨도 참 인생 불쌍하네요...'

혼자 한탄하듯이 하는 말이었으니 들리지 않았을거 같긴 하지만

이 인간 무지하게 무능한 인간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50대 아저씨들...네... 출퇴근길 안 힘든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임산부는 오죽하겠어요? 더구나 티가 날정도로 배가 나왔으면 배가 얼마나 땅기는지 아세요?

아저씨 딸들, 며느리들이 다 겪을 일이라는 생각 안드시나요?

 

어떤 임산부는 '지가 나오고 싶어서 나왔는데'라는 말도 듣고, 어떤 분은 '출퇴근은 피해서 나오지'라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 임산부는 그러고 싶어서 무거운 몸 이끌고 꾸역꾸역 나왔을까요?

저처럼 직장다니는 분도 있을거고, 병원에서 예약이 그렇게 잡힌 분들도 있을거고...

 

몸 무거우면 집에 있으라구요? 나이도 젊고, 배울만큼 배웠는데 할 수 있는한 일을 해야죠.

전 다행히 직장에서 배려(?)해줘서 9개월 지나면 출산휴가 가려고 합니다.

육아휴직도 꽤 쓸까 생각중입니다.

 

차가지고 다니라구요? 임신초기나 후기에 운전하는게 더 힘듭니다.

병원에서도 하지말라고 하고, 안전벨트도 얼마나 불편한데요...

게다가 차라도 막히면...오,노우~

 

아무튼 임신한 후 대한민국이 임산부로, 엄마로 살기 얼마나 힘든 나라인지 절실히 느껴집니다.

양보라는거... 당연하다고 바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노약자석에서는 우선권이 있는거 아닌가요?

그 자리 앉으시는 분들... 임산부보면 모른척 하지마세요...

저 가끔 그 자리 양보 받으면 고맙다고 꼭 인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임신전에 일반석 앉았을때도 노인분이나 임산부 보면 자리 양보 했습니다.

제가 그랬다고 남들도 다 그래야한다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배려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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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2007.08.23 15:58
글읽으니 넘 공감가네요 제와이프두 입신중입니다 . 인제 출산이 한달반가량 남았는데 이번주부터 갑자기 아르바이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주간). 결혼한지 1년 다되가는데 식올리자마자 집에서 놀더만 갑자기 출산다되서 왼 아르바이트를 한다는건지... 암튼 여자저차하여 부천에서 서울시청까지 출퇴근하구 있습니다. 제가 차를 끌구 출근할 수도 없는 처지라 (주차문제 땀시) 이러지두 못하구 저러지두 못하구 참 안타깝더군요 이기분 안겪어 보신분은 잘 모르실겁니다. 저는 여의도루 출근을 하고 원래 버스타고 다니는데 마눌님땀시 같이 지하철을 자주 탓는데요 사람들 도통 양보라는걸 모르더군요 다리 붓고 아프다는데 어찌해줄 수가 없으니... 엊그제엿나 일반석쪽에 같이 서 있었는데 할머니 한분이 됐다는데두 계속 앉으라구 하셔서 마눌이 앉아서 가긴했는데 넘 거시기 하더군요 서있는게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분을 보니 .. 암튼 가는내내 맘은 편치가 않더군요 지하철에서 임산부라구 첨으로 양보받은게 70은 돼보이는 할머니 였다는게 참 씁쓸합니다.
베플.|2007.08.24 15:48
진짜 싫었던 거. 앞에 임산부 있어서, 앉으라고 양보했더니 멀쩡한 할아버지가 와서 앉아버렸다-_- 그 임산부랑 나랑 그저 멍한 눈빛만....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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