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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24]

코쿄 |2007.08.25 11:33
조회 745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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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반복적인 느낌이었다. 언젠가 경험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있는 듯한, 그것도 역시 시작적인 느낌이었다. 그와 나는 그 이후로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지만, 그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문자가 2번 이상오고 전화해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전화를 들고 있지만 그 통화가 1분이든, 2분이 되었든 내가 중얼중얼 한 시간을 떠들든, 그가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가끔 핸드폰을 보면 그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설레이는건갉…. 그런 건지 아직 확실히 내 맘을 모르겠지만, 무언가 꿈틀꿈틀 거리고 있다는 건 인정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정말 내가 맘에 든다면 사귄다는 말을 해줬음 하는 바램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투덜투덜하고 그는 그 대로 나한테 조금씩 더 다정하게 연락을 취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주말이면 간간히 파주에서 인천으로 오는 그 남자. 며칠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뜬금없었다.

 

 

 

[ 여행갈까? ]

 

[ 네?? ]

 

 

 

나는 뜬금없는 문자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했다.

 

 

 

 

“응~ ”

 

“오빠, 여행이라뇨?”

 

“왜? 너도 전에 여행가고 싶다며.”

 

“그렇긴 했는데,”

 

“이번 주에 올라갈꺼거든, 가면 가까운 곳으로 당일이든, 일박이든 다녀올까?”

 

 

 

 

 

나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당일이든, 일박이든, 여자는 복잡한 동물이란 것이 진심으로 사실임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오고 가던지.

‘이 남자 뭔 꿍꿍이가 있는 건가? 일박이라고 함은 같이 자야한다는거 아냐? 이거 뭐라는 거지? 얼마나 알았다고 여행이지? 아님 나한테 멋지게 고백이라고 하려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어.’ 라며 푼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이 여행이라는 단어가 조금 맘에 걸려서 나는 핑계를 대고 말았다.

 

 

 

“ 오빠, 근데 저 월급날이 코앞이라 여행가서 돈쓸 돈이 없어요.”

 

 

 

아, 정말 난 비참했다. 괜찮은 핑계가 그렇게도 없었담 말이냐. 그 돈은 몇 만원 집어들을 돈이 정말 없던 건 아니지만, 그 짧은 시간 너무 많은 것을 생각했다는 자체가 비참한 대답을 유도한 것이었다. 시작의 촉박함이랄까~ 어쨌든,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넌 몸만 와.”

 

“네??? 몸만.....?”

 

“그래, 내가 가자고 했으니까 내가 돈 낼게. 아참, 그리고 채민이 비오는 거 좋아하지? 반짝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진정 그 말은 그가 나를 홀리는 말 이였다. 비오고 반짝거림이 여행가자는 이야기 중에 왜 나오는 걸까? 한껏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었다. 눈이 초롱초롱 빛나듯 나는 입술에 반짝이라도 칠한 듯 반짝대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 왜요??????”

 

“아,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그리고 주말 날씨 봤더니, 가는 날은 환한데, 만약 1박을 하는 경우 갈 때는 비가 내린데. 좋지?”

 

 

 

 

 

 

 

순간적으로 나는 혼란스럽게 멋진 경치와 분위기, 그리고 그가 보여주고 싶단 것이~ 라며 생각하면 멋진 프러포즈 같은 말이라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1박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피곤한 길 비 내리는 모습 내 취향 탓일지는 몰라도 운전하는 이에겐 괴롭겠지만 나는 좋긴 좋고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역시 나는 할 수 없었다.

 

 

 

 

“1박은 좀 그렇고 우리 당일로 다녀와요.”

 

 

 

아쉬운 맘을 꾸욱 눌러 담고 대답했다.

그리곤 그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래, 그럼 토요일 날 출발하자.”라고 말했다.

 

 

 

 

“잘 자요.”

 

“그래, 낼 보자.”

 

 

 

그렇게 전화기를 끊었지만 잠은 쉽게 이룰 수 없었다. 토요일 아침 출근길에 현정선배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머,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언니, 시우씨가 여행가자고.”

 

“뭐? 여행? 그래서 뭐라고 했어? 그래, 애가 좀 불량하드라. 그래서 뭐래?”

 

“당일치기나, 일박으로 가자고,”

 

“간다고 한 거야?”

 

 

 

 

언니 목소리는 한껏 날카롭고 카랑카랑했다.

 

 

 

 

“음.”

 

“뭐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무슨 여행이야?”

 

“뭐, 당일은 상관없잖아요.”

 

“그래서 간다고 했구나?”

 

“글킨한데..”

 

“으이구, 당일, 일박 선택사항이였다면 당일로 갔다가 자고 올 확률이 높지. 뭐 시우가 널돌로 본다면야 다행이지만 뭐 하기사 억지로 하면 성추행 범이지. 안 그래?”

 

“에이, 언니 무슨소리해요.”

 

“아니, 글킨하잖아. 손바닥도 마주쳤을 때 소리가 난다고 뭐 그건 너 할 탓이지. 너도 시우가 싫은 건 아닌가보네. 간다고 한거 보니.”

 

“그것도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어쨌든 잘 다녀와서 연락해. 아님 문자라도 간간히 해주던지.”

 

“그래요. 언니 주말 잘 보내요.”

 

“아, 아참 오늘 그이랑 우리 아버지부터 첫 대면이야. 떨린다. 기도해줘.”

 

“형민씨 좋은 분 같았는데요, 걱정 마요. 기도 꼭 할게요. 화팅!”

 

“그래, 다녀와.”

 

 

 

 

그렇게 그녀와 전화통화를 끊고 걱정스러운 듯 걱정은 아닌 것 같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복잡하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정신이 혼미했다. 퇴근 5분전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응, 채민아. 퇴근 다됐지. 나 회사 근처야.”

 

“ 네?? 아. 오늘 토요일.”

 

“응, 회사 어디였지?”

 

“지금 어딘데요?”

 

“교보.”

 

“그럼 그쪽으로 갈게요. 교보에 차 주차해놔요. 나 책도 하나 살꺼 있었는데. 아마 30분 주차는 공짜일꺼에요.”

 

“그래? 네, 거기서 봐요.”

 

“응.”

 

 

 

 

 

생각하려니 생각만 많아지고 잘 모르겠다. 퇴근 후 교보까지 걸어가는 길목 어차피 남자 여자 만나는 건데 그 속까지 꾀뚫을려면 돗자리 깔아야지 이사람 저사람 모두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사람을 내 멋대로 평가하고 신경 쓰는 것도 무리가 되는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우리는  만났을때 이미 다른 때 보다 더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신경쓰이는게 많아서 그런 것 같았고, 그는 말도 안하고 내색도 안하니 나는 그 속을 알 길이 없었다.

 

 

 

 

“우리 어디로 가요?”

 

“제부도? 대부도?”

 

“아, 시간도 그렇고 가깝고 좋네요.”

 

“응,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 풀코스로 좋은 곳만 알아놨어.”

 

“하하, 말만도 고맙네요. 근데, 있잖아요.”

 

 

 

 

그의 옷은 파란색 아디다스 추리닝 윗옷을 입고 있었다. 그 남자는 파란색이 전혀 안 어울리는 남자였고, 추리닝 위에가 정장보다 이상했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말을 꺼내고 말았다.

 

 

 

 

 

“오빠, 그 점퍼 벗으면 안돼요?”

 

“왜?”

 

“안 어울려요. 정말 무슨 개그콘서트에서 나왔던 츄리링 그거는 아닌데 그런 느낌 나요.”

 

“아, 그래?”

 

 

 

 

 

그의 표정이 단숨에 어두워지고 그는 빨간불일 때 윗옷을 벗었다. 한결 나아 보였지만 그 남자의 상태는 이상해보였다. 또 삐진 듯 쀼루퉁했다. 어쨌든 카오디오에선 그가 좋아하는 노래만 잔뜩 있었다. 남자가수들의 노래만 잔뜩,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내 취향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만의 나들이라 들어줄만 했다. 나는 그의 표정을 자꾸 살피다가 물어봤다.

 

 

 

 

 

“에이, 남자가 그렇게 소심해서 어떻게 해요? 삐졌죠?”

 

“아냐, 안 삐졌어.”

 

“에이. 삐졌는데,”

 

 

 

 

우리는 또 다시 어색해졌다. 그가 어딘가 멈추기 전까지 우린 어색해졌다. 어쩌면 무한도전 정형돈과 하하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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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즐거운 날들로 보내시구요. 말복 지났는데 아직도 덥죠?

ㅠ0ㅠ 더위 좀 날려보내며 보내세용~~~ 해쀠한 하루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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