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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찾아 가리라.....

푸른바다 |2003.06.20 22:23
조회 376 |추천 0

시골장 어디나 다 구수한 맛과 지역의 멋이 있다마는 나는 특별히 강원도 시골장들을 즐겨 찾았다. 장 초입 아무곳이나 차를 주차하고 넓거나 좁거나 골목길이거나 장터에 들어서면 순대국집 앞마당 돌화덕에서 매캐한 장작 연기가 파르스름하게 피어올라 눈을 맵게 한다. 어릴적 사촌 누나가 시집 가던 날 가마솥 화덕의 장작 연기가 생각나 정겹기만 하다.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인지라 장터부터 한바퀴 돌아본다. 생각했던 대로 규모가 매우 작은 장이긴 하지만 산중에서 벗겨온 계피나무 껍질이며 간경화에 특효라는 엄지 손가락 같이 굵은 굼뱅이, 한 뼘도 넘는 지네와 비단개구리, 싸릿가지로 엮은 지게소쿠리 그리고 버드나무로 만든 키, 시루떡할 때 쓰는 얼개미가 잔뜩 쌓여 있는가 하면 탕건쓰고 사주관상 보는 할아버지 앞에 까막고무신 눌러 신고 쭈그려 앉아 점괘를 살피는 할머니도 너무나 인상적이다.

 

 

상인들이 골목을 건너질러 쳐놓은 포장 그늘 옆 두서너평 남짓하게 스며든 햇볕 아래에는 동네 노인들이 열분도 넘게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어 반갑고 오밀조밀한  정이 스며든다. 하나밖에 없는 딸한테 얹혀 살고 있다는 할머니 한분은 매 장날마다 나와서 담배라도 한 갑씩 사서 피우는게 낙이라며 인생항로의 쓸쓸하고 외로운 마무리 푸념을 늘어 놓으신다.

 

 

나는 포목장수 곁에 펴놓은 멍석에 앉아 강원도 별식인 올챙이국수(옥수수 국수)와 수수전병 한 접시 그리고 담배 한 갑을 사다가 이 할머니와 같이 식사를 한다. 샛노란 올챙이 국수 위에 끼얹은 양념간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를 때 한 대접씩의 국수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니 아줌마가 덤이라면서 한 대접을 더퍼준다. 올챙이 처럼 매끄러운 맛에 심심산골 갖은 양념을 곁들였으니 산해진미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려니까 장터 맨 아랫쪽에서 강냉이 튀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방금 튀긴 강냉이 한움큼을 먹어보라고 내 주면서 인심 좋게 생긴 할아버지는 "아마 이 고을 사람 치고 내가 튀긴 강냉이 못먹어 본 사람은 없을거래요"하며 웃는 얼굴이풍구바람에 피어오르는 쏘시개 불빛에 반사되어 더욱 행복해 뵌다. 장터 한 가운데서 100원 짜리 붕어빵을 구워파는 아주머니는 "하나 더 얹어줘요"하며 웃어며 말하는 나를 보고 1000원에 12개나 담아준다.

 

 

오랫만에 훈훈한 인심에 묻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장마당도 서서히 파장기세다 나름대로 짐을 꾸리기 시작하는 상인들 어깨너머로 한 나절 비추이던 햇살이 기울어 간다. 점심먹던 멍석자리에 다시앉아 주변 산중에서 캤다는 더덕을 구워놓고 옥수수 막걸리 왕대포잔이 돌아간다. 인심좋고 정겨운 사람들 때문인지 포근하기만한 오후이다. 이토록 사람사는 맛 나고 짙은 색깔의 정이 풍기는 곳에서 어찌 맨입으로 입맛만 다시고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제기랄! 술깬 다음에 운전하지뭐......

별 수 없이 황금빛 옥수수 막걸리 대폿잔에 지조를 빼앗긴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세상을 사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참삶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참삶은 어떠한 것을 논하는 것일까? 천원짜리 두서너장이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함께 어울려 대화하고 술잔을 나누며 세상사는 맛을 나누는 이곳 시골장터 사람들이 이 세상을 과연 소극적으로 살고 있는것일까? 아! 인심좋고 정겨운 곳 이 살맛 나는 장마당에 나는 다시 찾아 오리라......

 

 

자리를 일어서 파장 마당을 돌아보니 순대국집 돌화덕에 타다 남은 장작연기가  나를 붙잡기라도 하는 듯 바지자락 밑을 맴돈다.

 

                                                                         푸 른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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