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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24) 종결, 그리고 길

Ruka |2009.08.18 02:51
조회 2,272 |추천 0

<살기위해 뛰어라>


1ȭ : http://pann.nate.com/b20000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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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ȭ : http://pann.nate.com/b200039615

 


외전 - 1화 : http://pann.nate.com/b200012428

외전 - 2화 : http://pann.nate.com/b200015415

 

 

 

잡담 없이 바로 시작합니다 ^-^

 

작가분이 좀 늦으셨데요... 글이 날아가서 ㅠ

 


  

출처 : 웃대 ^-^

 

 

 

 

 

"움직이지 마 이 새끼들아아아!!"


내가 혼란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괴성. 나는 다친 이들을 번갈아가며 살펴보다가 소리를 친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까 재복이를 잡아챘던 남자였다. 그는 언제 지니고 있었는지 기다란 회칼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젠장.. 진짜 조폭이나 그런 거였나보다. 품속에서 나온 회칼이라니 무슨 영화 찍냐? 나는 내 앞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덩치가 행여나 빡돌아서 이상한 짓을 할까 주의하며 소리치고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어린 새끼들이라 적당히 하려고 했더니! 다 죽여버린다!"


그는 회칼을 앞으로 드리우고 휙휙 휘두르며 우리 일행에게 하나하나 눈을 맞췄다. 칼 휘두르는 폼을 보니 한두번 꺼내 본 것은 아닐 듯 했다.


적은 세 명이나 쓰러진 상태이고, 우리 역시 피해가 커서 잠시 분위기가 식어있던 터라 우리들은 그의 행동에 뭐라 반박하지도 못했다. 그는 예상외로 우리가 당황하지 않자 씩씩거리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나영누나가 뒤쪽으로 뛰어가 태완이와 윤호의 뒤쪽에 서 있던 나라를 끌어안고 그를 노려보았다.


원래부터 나라를 노렸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라가 우리 일행들에 의해 가려지자 그는 침을 한번 뱉더니 이번엔 아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가 아름이에게 초점을 맞추기 직전, 재복이가 잰걸음으로 아름이에게 다가가 팔을 끌어서 녀석을 서영이와 함께 자기 뒤에 두었다.


정말로 인질을 잡을 생각이었는지, 제일 약해 보이는 둘이 일행들에 의해 가려지자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이.. 망할 새끼들.."


그는 중얼거리며 이번엔 자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재복이에게 찔린 남자는 아직도 옆구리를 잡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윤호에게 얻어맞은 남자는 부러진 팔을 감싼 채 반쯤 일어나 앉아있었지만 더이상 싸울 의사는 없어 보였다. 내게 당한 남자는 자기가 깨뜨린 음료수 냉장고의 옆에 기대고 서서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제 그는 혼자다. 자기도 알았는지 그가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이 새끼들아! 애새끼들한테 이게 뭔 꼴이야! 안 일어나?"


"니가 눈깔 후벼파이고 그딴 소리 하나 볼까 신발?!"


내게 당한 남자가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자 회칼을 들고 설치던 그는 움찔하며 말을 멈추었다. 눈을 막고있는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자신의 친구를 보며, 그는 어떤 식으로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칼끝을 움찔거렸다.


수 초간의 정적.


"으.. 크으으.."


어린 자식들에게 지긴 싫다. 시비를 건 쪽도 자기들이다. 하지만 승산은 없다. 지금 그의 내면을 표현하자면 대충 이럴 것이다. 그는 뒷걸음질을 치며 끙끙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제기랄! 그렇다면 그냥 다 죽여버리겠어!"


그는 영점 몇초동안 한 바퀴를 돌아보며 타겟을 잡는가 싶더니, 갑자기 칼을 들고 아름이와 서영이를 지키고 있는 재복이에게로 돌진했다. 그가 마구 주변을 둘러볼 때 우리들은 그의 의도를 알아챘으나 생각보다 그의 행동이 너무 빨랐다. 재복이는 놀랄 틈도 없이 흠칫 하며 반사적으로 칼을 내질렀다.


"우아앗!"


카가각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에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쇠끼리 긁히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나더니 칼을 들고 부딫힌 둘이 크게 휘청였다. 그리고 동시에 주르륵 하며 재복이의 오른쪽 팔뚝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처음 잠시동안은 자기 상처를 알아채지 못하던 재복이는, 피가 땅에 떨어지며 팔뚝의 옷이 빨갛게 물들어가자 괴로운 듯 표정을 찡그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우..!"


운이 나빴다. 조폭이 칼을 휘두르거나 내리찍거나 했다면 막아내었을 때 다치지 않았었겠지만, 서로 칼날을 앞으로 드리운 채 부딫혔으니 칼날이 짧은 재복이가 다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꺄아아악!!"


"자기야! 괜찮아? 지금 약 가져올게? 응?"


회칼에 갈라진 상처가 마데카솔 따위로 낳을 리가 없었지만 서영이는 완전히 정신이 나갔는지 '조금만 참아! 조금만 참아!' 를 연발하며 가방들이 쌓여져 있는 장소로 펄쩍 뛰어나갔다. 아름이는 비명을 지르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고, 나영누님 역시 안색이 하얘지더니 품에 안고 있던 나라의 눈을 가리고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게 해 주었다.


조폭은 기회를 잡았다 싶었는지 잠깐 자신이 입은 상처가 없나 체크하다가, 입술을 물고 자신의 옷으로 피를 막고 있는 재복이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완전히 누구 한 명 정도는 죽이려는 결심을 한 듯 했다. 반쯤은 미친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를 제지해보려 달려나가려 했다. 칼을 든 상대에게 뒤에서 맨손으로 달려들다니,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한 미친 짓이지만 내가 무슨 무림 고수도 아니고, 친구가 열 개도 아닌 단 하나의 목숨을 잃기 직전인데 딱히 다른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순간 내 눈 앞으로 뭔가가 지나갔다.


까아앙


그저 칼끼리 긁힌 소리 정도가 아니라 서양 전쟁영화에서나 들었을 법한, 두 개의 칼이 부딫혔을 때의 커다란 금속음. 그런 소리가 울려퍼지며 조폭의 회칼은 현관문 바깥으로 날아갔다. 조폭은 전력으로 칼을 휘두르다가 그 칼이 손에서 강제로 빠져나가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했다. 그가 손을 붙잡고 인상을 쓴 채 옆을 바라보자, 그곳엔 몸을 앞으로 한껏 숙인채 칼을 빼들고 있는, 아직도 볼어 얻어맞은 자국이 남아있는 태완이가 있었다. 상대가 무기를 들자 마음을 굳히고 달려나온 듯 했다.


어디 서너 군데쯤을 크게 베일 각오를 하고 있던 나는 반색을 하며 외쳤다.


"김태완!"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녀석은 날을 집어넣지 않은 채 그에게 말했다.


"그만하죠."


"이이익!!"


그만 하란다고 그만 하는 바보는 없다. 그는 완전 폭발직전인 표정을 하고 태완이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한순간 태완이가 휘두른 검에 꿰뚫려 컥컥거리며 입에서 피를 뿜는 조폭의 모습을 상상했으나, 다행히 태완이는 한 걸음을 먼저 내달려 맨손의 조폭에게 몸을 밀착시킨 뒤 그를 손잡이 부분으로 밀어냈을 뿐이었다. 턱 하는 소리가 났을 뿐이지만 꽤나 아플 터였다. 그는 가슴께를 붙잡고 뒤로 몇 걸음을 밀려나더니 꼴사납게 자빠졌다.


"이.. 쓰에키.."


조폭은 한순간 패닉에 빠져 욕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바로 옆에 서 있는 재복이가 그런 그를 놔둘 리가 없었다.


달려들 여유가 없었는지, 녀석은 피를 닦던 겉옷을 조폭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조폭이 무게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걸 보는 순간, 그의 바로 뒤에 서 있던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워있는 그에게 달려들어 번개같이 그의 몸을 뒤집으며 턱을 붙잡아 당겼다.


"크커커컥! 컥커컥!"


경추가 역으로 꺾여 거의 뒤통수와 허리가 조우할 지경이 되자, 그는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양 팔을 휘적거렸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도 없다. 말 그대로 진짜 숨 넘어가기 직전이니.. 내가 여기서 힘을 조금만 더 주면 그를 평생 불구로 만들거나, 맘만 먹으면 죽일 수도 있다. 단련을 괜히 한 게 아니니까 말이다.


장난칠 때나 쓰던 레슬링 기술로 우리를 죽이려던 자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한순간 어딘가에서 보았던, 엘리베이터에 들어온 소매치기인지 치한인지를 백드롭으로 박아버리는 한 여자의 비디오 클립을 떠올리며 그를 더욱 압박했다.


"카각칵하가각 어커걱.."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정말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는 듯한 소리를 내며 한쪽 손으로 내 팔목을 두드렸다.


탭 한건가 지금?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놓아버렸다가 엇 하며 다시 그의 목을 꺾으려 했다. 젠장 이놈의 버릇! 지금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탭은 무슨 탭!


하지만 다행히도 다시 힘을 쓸 일은 없을 듯 했다. 그는 완전히 지쳤는지 내 몸 아래 엎드려 깔린 채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렇다고 이 자를 가만히 둘 수는 없다. 나는 그의 두 팔을 등 뒤로 올려꺾으며 재복이가 내던진 겉옷으로 그의 팔목을 묶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묶어보느라 낑낑거리고 있는 나를 도와주려 응급처치를 마친 재복이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찰나, 우리의 뒤에서 수정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폭 아저씨를 찍어누른 채 뒤를 돌아보니 형이 차가운 눈으로 내게 당해 애꾸가 된 덩치를 총으로 조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덩치를 보니 그는 한 손으로는 눈을 가린 채 다른 손으로 맥주병 하나를 쥐고 있었다. 충격이 좀 가시자 그것을 무기삼아 어떻게 해보려 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총을 보고 움찔하더니 곧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깝치지 마라. 너같은 애새끼한테 진짜 총이 있을.."


타앙


형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았다. 애꾸 덩치가 총알을 보았을 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방금 전 자신의 얼굴 바로 옆으로 총탄이 지나갔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덩치는 완전히 식겁한 표정으로 방금 얘기를 꺼내던 모습 그대로 몇 초간 굳어있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 있던 벽에는 물론 굵직한 탄흔이 하나 벽을 가르며 새겨져 있었다. 그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수정형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서.. 설마, 지.. 진짜.."


"진짜인지 가짜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시지. 물론 그럴 용기가 있다면."


형은 아까 좋게 나가다가 신나게 얻어맞은 뒤라 꽤나 열받아 있는 듯 했다. 아까 잘 쓰던 존댓말까지 내던진 걸 보면 말이다.


어쩔 줄 몰라하는 덩치를 마주본 채 수정형이 총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맥주병 버리시지."


수정형에게 명령을 받은 덩치는 군말없이 맥주병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양 손을 위로 올렸다. 한 번도 총을 든 상대와 대치해본 적 없는 나같은 일반인으로선 꽤나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물론 총을 들고 협박하고 있는 상대에게 항복이라는 의사표현을 위해 만세를 하는 건 기본상식이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한번도 없으니 아마 나 같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상대를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저 덩치는 조폭이나 그런 거였을 테니, 뭐 경찰에게 당해 봤거나 그랬겠지.


만세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리게 되자 계속 가리고 있던 그의 다친 눈가가 훤히 드러났다. 다행히 뭐 눈알이 비어져나왔다던가 하지는 않았지만, 눈가가 퉁퉁 부어오른 데다 배어나온 피가 그의 손자국을 따라 말라붙어있어 충분히 아파 보였다. 보고 있는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형은 다시 총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친구들 데리고 카운터 안에 서."


그는 만세를 한 채로 잠깐 형을 쳐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걸어가서 자기 동료들을 일으켜세우기 시작했다. 그가 깡마른 남자를 부축해 카운터로 끌고오는 걸 본 나는 올라타고 있던 조폭 아저씨의 등에서 떨어졌다.


여기저기가 부러져 절뚝거리며 거의 기다시피 하는 깡마른 남자를 카운터 안에 눕힌 뒤, 애꾸 덩치는 나를 노려보며 내가 구속시킨 조폭을 부축하기 위해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옆으로 슬금슬금 빠졌다. 조금 무섭군.


그가 손이 묶인 조폭을 끌고가 다시 카운터 안에 앉히자 그를 따라 재복이에게 찔린 덩치가 절뚝거리며 상처부위를 붙잡고 우리 앞을 지나갔다. 알아서 잘 걸어가는 게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재복이가 식칼이나 큰 칼 같은 걸 들고 있었으면 그는 지금 걷지도 못했을 것이지만, 그리 크지 않은 서바이벌 나이프(서바이벌 나이프 중에도 삼림용은 날이 대단히 크다)로 찔린 덕에 상처가 저 정도에서 그친 것이다. 참,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만.. 저 나이프 쇠봉에 묶어서 좀비 밀어나는 데 썼던 거 아닌가? 그렇담 저 사람 감염..


나는 순간 섬찟한 느낌이 들어 재복이가 아직도 들고 있는 칼을 쳐다보았지만, 다행히 그 칼은 가방 옆에만 매달아두었던 것이었다. 뭐 우리 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해서 내가 무서워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멀쩡한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건 좀 싫다. 아무리 저들이 우릴 죽이려 했다 해도 말이다.


옹기종기 카운터 안에 모여서 끙끙거리고 있는 조폭들을 앞에 두고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앞에 진을 쳤다. 카운터 입구 쪽에는 태완이가, 밖에는 수정형이 총을 겨누고 있으니 아무리 우리가 만만하게 보여도 이제 그들은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서로 대치한 채로 잠깐의 시간이 지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우리들을 보며 눈을 다친 덩치가 말했다.


"그래서.. 어떨 건데? 우릴 이렇게 두고 뭐 하려고 그래."


그건 그렇다. 모아놓고 죽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놔주기도 그렇다.


그럼 우리랑 같이 행동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는 곁눈질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잠시 뒤 태완이가 입을 열었다.


"물론.. 아저씨들을 죽이거나 할 순 없어요. 하지만 그냥 놔 줄 수도 없습니다."


"그럼 어쩌라고?"


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글쎄, 당장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가 그래도 아무 조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자 그가 말했다.


"그냥 놔주지 그래? 다시는 너희들 안 건드릴 테니.."


"그걸 누가 믿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영이가 빽 소리를 지르자 그는 깜짝 놀라며 녀석을 쳐다보았다. 서영이는 아직도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였다. 하기야, 우리야 그렇더라도 여자들은 바로 조금 전에 놈들에게 당할 뻔 했는데 지금와서 그냥 놔달라는 그들의 요구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나라도 펄쩍 뛸 것이다.. 가 아니라. 뭔 소리야, 게이 성폭력범을 만난 적도 없는 주제에.


재복이 역시 서영이의 말을 듣더니 화가 확 치미는 듯 했다. 녀석의 표정이 험악해짐과 동시에 서영이가 외쳤다.


"너네들, 싸그리 좀비 밥으로 줄거야! 수정오빠! 저 새끼들 옷 다 벗겨서 밖에 전봇대에다가 묶어놔요! 못 도망가게 다리 힘줄을 끊어놓.."


조폭들의 얼굴이 하얘지는 걸 보며, 나는 서영이의 말을 듣다가 깜짝 놀라 녀석을 제지하며 말했다.


"워, 워, 워! 진정해 신서영. 그런 생각은 인간으로서 하는 게 아니다."


"그럼 어쩌라고! 저 새끼들을 그냥 놔주라고? 특히 저, 옆구리에 칼 박힌 돼지새끼가 나를, 나를.. 아우, 소름끼쳐! 강아지들!"


서영이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했다. 이대로 날뛰는 걸 냅두다간 누군가의 무기를 뺏어서 저 인간들에게 달려들 것 같아 나는 재복이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쟤 좀 말려보라는 식으로 눈치를 주었다. 내 말을 들은 재복이가 녀석에게 걸어가 조용히 상처에 붕대나 좀 감아달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서영이는 재복이와 함께 구석으로 이동해 조용해졌다.


재복이의 상처를 보자 갑자기 내가 얻어맞은 상처도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놀고 있는 손으로 얼굴에 난 상처들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래, 적어도 저들은 우리들의 동료를 빼앗고 해하려 했다. 그대로 두면 안 되지.


동시에 나는 웃으며 대했던 우리들에게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무작정 주먹질을 시작하고 여자들에게 희롱을 했던 순간이 기억나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서로 지쳐서 그새 까먹고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진 못 할 일이다.


"그냥.. 팔 한 쪽씩 부러뜨리고 놔줄까."


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조폭들과 동료들이 동시에 나를 놀란 듯 쳐다보았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눈빛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럼 어쩌냐는 식으로 외쳤다.


"조금 잔인하긴 해도 어쩔 수 없잖아? 그럼 재복이 팔에 생긴 상처랑 우리가 얻어맞고 아지트가 지랄난건 어떻게 보상받을 건데? 저 사람들이 지금 다친 것 만으로도 쌤쌤으로 친다 해도, 난 저 인간들 못 믿어.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아?"


"자.. 잠깐! 이 자식아! 멀쩡한 인간을 애꾸로 만들어 놓고 그런.."


"입 닥치지? 당신 말대꾸 들어줄 생각 없으니까."


열이 오른 김에 그의 말을 듣고 내가 바로 쏘아붙이자 그는 움찔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려 한 이들에게 동정을 베풀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인간으로서 너무도 잔혹한 짓을 하기가 싫은 것이다.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아까의 난리를 떠올려 억누르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생으로 사람 팔을 부러뜨려 본 적은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그런 것 보다, 그냥 한 사람 인질로 잡아놓고 다른 물품같은 거 가져오게 하는 게 어떨까? 옷같은거나 공구 같은 거.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거 많잖아?"


태완이가 말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 인간들은 동료를 버리고도 남아."


수정형이 차갑게 말했다. 내 말이 그거다.


"하지만 저 칼맞은 사람은 치료도 해야 하잖아요? 그럼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인질로 잡으면.."


태완이는 자기 생각이 꽤나 맘에 들었는지 그 해결책으로 어떻게든 답을 보려는 듯 했다. 수정형과 태완이가 말싸움을 하는 동안, 나는 뭔가 아주 중요한 걸 빼먹은 것 같아 잠깐 생각에 빠져들었다. 다른 물품.. 다른 물품.. 우리한테 필요한 다른..


"아. 그렇지."


이제 기억났다. 자동차! 어른이 넷이라면 이동수단이 있을 법도 하다. 나는 태완이를 막으며 애꾸 덩치에게 말했다.


"아저씨. 차 있어?"


그는 '왜 또 이 새끼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차? ..있지."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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