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진有)내가 못 산 열무를 아저씨께서-

자스민 |2009.08.31 21:02
조회 83,636 |추천 207

안녕하세요 ^-^

 

그저께 일어났던

저와, 아파트 같은 주민 아저씨와, 채소 파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이틀전, 토요일이네요.

친구들과의 약속된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둑해진 저녁,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마침 우산을 준비한 상태라,

버스에서 내려서도 느긋하게 집까지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몇몇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채소, 야채 과일. 뭐 이런것들을 팔고 계셨어요.

이 분들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까 

팔고 계시던 상품들을 분주히 보자기에 싸고 봉지에 넣고

꾸리시면서 서둘러 귀가 준비를 하셨어요

 

그런데 한 할머니만 내리는 비 그대로 맞으시면서

앞에 놓인 자줏빛 작은 대야에 담긴 채소가 비에 조금이라도 덜 맞게

앞에 두르고 계시던 앞치마로 가리고만 계시고 있었어요.

 

아. 제가 막 착하다는 게 절대 아니구요.

전 어렸을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서

왠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이렇게 안쓰러운 상황속에서 뵙게 되면

좀 뭐랄까..... 그냥 지나갈 수가 없더라구요..

이 할머니도 허리도 다 제대로 펴지 못하신 채 

본인께서는 비를 다 맞으시면서

그 앞에 놓인 채소를 비 안 맞게 하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도저히

그냥 우산을 쓴 채로 지나갈 수가 없어서 할머니 앞에 섰습니다.

 

할머니께서 올려다보시더라구요.

제가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거 우산 드릴까요?"

"...ㅇ..엉?  아니예요 괜찮은데...."

"아니예요 할머니 저는 집에 이제 다왔거든요 이거 우산 쓰고 계세요"

"아니예요 괜찮은데. 어여 가세요"

 

할머니는 우산을 건네드리는 제 손을 한번만 딱 쳐다보시고는 다시

앞치마로 채소 가리기에 신경을 쓰셨습니다.

할머니가 강하게 거부하시니까 왠지 제가 잘못을 저지른거 같아서

저는 쳐다보지도 않으시는 할머니를 모른척하고 다시 집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학생 정말 그냥 가도 괜찮아요.

비 조금 맞아도 나 상관없는데. 우산 정말 필요없어 괜찮아."

 

할머니는 내가 안가고 앞에 계속 서 있으니까 좀 민망하신건지,

거절하신게 미안하신건지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 그럼 이거 다 팔아야 집에 가시는 거예요?"

". 응. 뭐 그렇지요 이렇게 나온거 다 팔고 가야지"

"이게 뭔데요 할머니?"

".. 이거 몰라? 열무잖아요"

 

할머니는 픽 웃으시면서 열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열무.

열무김치 좋아하는데 이게 열무였구나.

(혹시 또 모르실까봐...^-^)

 

저는 열무를 다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우산을 접어서 바닥에 잠깐 내려놓고

가방 속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할머니 이거 다 얼마예요?"

"살려구? 이거 이렇게 다섯뿌리에 천원예요"

 

헉. 채소나 야채를 막 자주 사 본적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냥 천원이라는 단위에 막연히 좀 싸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놀랐습니다.

저 채소 다섯뿌리가 과자 한봉지 가격이랑 비슷하다는게...

할머니가 겨우 이것 때문에 비를 맞으면서 계속 계셨어야 했다는게

참 놀랐습니다.

 

"할머니 이거 다 주세요. 근데요 더 없어요...?"

 

저는 혹시나 더 있으면 더 사려고 할머니께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잠깐만- 하시더니 옆에 끌고 다니는

구루마에서 박스째 열무들을 다 꺼내셨습니다.

 

"여기 더 있긴 있는데....."

하시면서 할머니는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네 할머니 그거 다 싸주세요"

 

하고는 약간 신이 난 듯한 할머니의 표정을 보면서 저도 기분 좋게

돈을 꺼내려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허...허억.

지갑에 현금이라고는 천원짜리 네장만 달랑 들어있는 것입니다.

아까 분명히 이만원이 있었는데.. 하면서 잠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까 버스 타기전에 교통카드 충전했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너무나 당황해서..

열무를 몇개씩 묶어서 봉지에 막 넣고 계시는 할머니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몰라

정말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혹시나 속상해 하실까봐 여차하면 핸드폰이나 뭐 가방을 맡겨 놓고

저 멀리 있는 편의점 현금인출기에라도 갔다 올 생각으로 할머니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할머니 .  저 그게요 제가 지금 현금이 얼마 없어서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제가 돈 좀 뽑아가지고 올께요."

 

그러자 할머니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냥 웃으시면서

 

"아니예요 돈 있는 만큼만 사가지고 가. 이거 한박스나 사서 뭣하려고. 괜찮아요

이거 한봉지만 사가지고 가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는 괜찮다고 괜찮다고 계속 웃으시면서 열무 다섯뿌리가

들어 있는 작은 검정비닐봉지를 건네주셨습니다.

 

저는 점점 더 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 속에서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할머니가 주시는 검은 봉지를 받고 달랑 천원만

건네드리면서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다시 봉지에 넣던 열무들을 다 꺼내서 박스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우산을 펴지도 못하고 할머니와 같이

내리는 비 맞으면서 울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

 

"이거 그냥 다 주세요 얼마죠?"

 

 하는 목소리에 돌아다보니 어떤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시고는 바로 할머니께 드리고 할머니 구루마에 있는, 열무가 들어 있는 박스를 그대로 들고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향하셨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저는 너무 놀라서 멀뚱히 서 있는데 할머니는 아저씨 등 뒤로 고맙다고 인사하시고는 얼른 대야들을 구루마에 넣으시고는 나를 보고 살짝 웃어주시고는 구루마를 끌고 뒤돌아 가셨습니다.

 

저는 우산을 얼른 다시 펴고는 저 앞에 열무가 가득 담겨 있는 박스를 가슴 앞으로 안아들고 걸어가고 있는 아저씨께 뛰어갔습니다.

 

"- 아빠 이거 다 뭐할라고 한 박스나 사 "

"김치 만들어 먹으면 되지"

"아빠가 할 것도 아니잖아. 옥여사가 또 뭐라고 하겠다 ~"

"내가 하면 돼. 아빠가 원래 김치 더 잘 담그잖아."

"그게 아니라 이렇게 많이 샀다고 잔소리 할 걸 분명히"

"베란다에 일단 숨겨놓자"

 

.. 현금이 없어서 열무 한 박스를 못 산 저를 대신해서

할머니의 열무를 사신 아저씨는 우리 아빠였습니다.

 

"아빠 안 무거워? 이제 내가 들까?"

"너보다는 아직 내가 힘이 더 세지. 너 자꾸 기집애가 이렇게 늦게까지 돌아다닐거냐"

"잘못했어요~ 이제 일찍일찍 다닐께^-^"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빠와 제가 산 열무는

우리집 옥여사님이 정말정말 맛있게 열무김치로 담궈주셨어요

 

 

옥여사님이 담그신 열무김치예요

아까 라면 먹을 때 같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  

 

 

======================================================================

 

톡이 되었군요^-^

아빠한테 방방 뛰면서 이야기 했더니

"그거 하면 뭐 돈 주는거냐? 내가 주인공이라면서. 계좌번호 남기면 되는건가"

이러셨고, 우리 옥여사는

"열무도 담글줄 모르는게- 다 내 덕분이지"

이러셨어요

...^------------------^

지난주에 있었던 일 며칠전에 올린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ㅎ

좋은 리플들 진짜 완전 감사드려요^-^

 

아. 그리고 요건 지인들의 아름다운 부탁....^▽^

 

HTTP://WWW.CYWORLD.COM/JM77JM77JM

HTTP://WWW.CYWORLD.COM/lhj1358

 

 

HTTP://WWW.CYWORLD.COM/haji55001     <-연영과재학중인男동생(동기로는 정일우가 있음)

 

아. 모두 행복하시구요,

손 잘 씻어서 건강 유의하시구요☆

 

 

 

 

추천수207
반대수0
베플오잉크|2009.09.03 08:26
그 아저씨가 글쓴이 아버지였다는 거 알고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 날 뻔... 와우 베플이넹..... 아름다운 밤이에요 cyworld.com/agness17
베플안양남|2009.09.03 08:12
사진 몇장 딸랑올려서 훈남가족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들보다 더더더 훈남가족이네여.. 저런 아버지시니 글쓴이 같이 따뜻한맘을 갖는것 같네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