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상단 이야기
등장인물 소개
나리 미쯔바메(成美燕) : 4명의 등장인물 중 가장 먼저 요시다 상단에 입문한 여인. 카시코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꽤 미인.
카네야마 이사오(金山勲) : 미쯔바메에 이어서 두번째로 요시다 상단에 입문한 남자. 고지식한 성격이며, 사무라이 출신이나 사정이 있어서 요시다 상단에서 근무하는 자. 무사도에 집착함
미나미 카시코(南賢子) : 세번째로 요시다 상단에 입문한 여인. 오해로 인하여 미쯔바메와 사이가 좋지 않다. 상당한 미인
스모모 요후루(李世振) : 가장 늦게 요시다 상단에 들어온 신입. 덩치가 큰데 비하여 입이 가볍다.
때는 에도 시대, 상업이 번창한 에도의 한 번화가에 요시다 상단이 있었다.
요시다 상단에는 대략 10여명의 종업원이 있었는데, 이 종업원들 중에서
말단으로 막내생활을 하는 남녀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나리 미쯔바메(成美燕),
카네야마 이사오(金山勲)라 하였다.
미쯔바메는 이사오보다 대략 반년 정도 일찍 요시다 상단에 들어온 자였다.
특별한 일 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신입
종업원의 등장은 파란을 예고하고 있었다.
새로이 요시다 상단에 들어온 자는 미나미 카시코(南賢子)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한눈에 봐도 상당한 미인으로 저자의 뭇남성들이 한번쯤 뒤돌아볼 만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문제의 발단은 잡무 분담 논란이었다. 이사오, 미쯔바메, 카시코 3명이 상단에서
가장 말단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잡무를 이 셋이서 같이 분담하여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미쯔바메와 카시코 사이에 잡무 분담을 둘러싸고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
카시코는 연일 막중한 업무에 시달려서 퇴근이 늦어지기 일쑤였다.
결국 카시코는 견디질 못하고 잡무 분담을 재조정할 것을 상부에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업무분담 재조정시에 어느 정도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결정되었으나, 카시코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재조정이었기에 그녀에게 어느것 한 개는 꼭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해보라는 상부의 명령이 있었고, 그녀는 서찰을 전달하는 임무를
넘기고 싶다 하였다.
이때, 이사오는 스스로 나서서 서찰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겠다고 하였다. 자진하여
받아들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이사오는 카시코와의 친분이 쌓이게 되었고
계속해서 친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에 반해서 카시코와 미쯔바메의 불화는 계속되어 사이가 회복되지 않은 채로
살게 되었다.
이사오 또한 카시코와 친하게 지냄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미쯔바메와는 소원한 관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사소한 오해까지 겹치는 바람에 잠시 일시적인 현상이긴 하였으나
이사오는 미쯔바메를 오해하여 적대시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해를 풀고 이사오는 미쯔바메에게 화해를 청하여 큰 탈없이 무마되었다.
지금까지의 파란은 사실상 별 것도 아니었다. 이 시점에 새로 등장하는 인물이 몰고올
파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이라 할 것이다.
모든 파란을 불러온 자는 스모모 요후루라 하는 남자였다.
남자 종업원이 상단에 들어옴으로써 말단 4명이 남녀 비율 2대2로 균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사오는 요후루의 상단 입문시부터 어쩐지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커다란 덩치의 요후루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입이 가볍고 행동거지도 경박한 자였기에
이사오는 어쩐지 처음부터 호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어찌됐든 요후루의 입문으로 인하여 세명이서 분담하던 잡무를 네명이서 나누게 되었기에
새로이 잡무 분담의 명령이 떨어졌다.
잡무분담 작업에 있어서 자료 작성 및 제반 사항을 진행하는 것은 이사오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이사오는 미쯔바메와 카시코가 잡무 분담으로 인하여 사이가 틀어진 것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더 이상의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자료를 작성하여 임하였다.
잡무 분담 당시에는 딱히 큰 사건 없이 무사히 끝난 듯 하였으나, 여전히 파란의 불씨는
남아 있었다.
잡무 분담이 끝나고 수일이 지난 어느날, 이사오는 잠시 근무 중에 휴식을 취하러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요후루가 뒤를 따라 나왔다.
"이사오. 이번 잡무 분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야. 카시코 저 계집, 본래는 잡무가 아니라
회계와 총무를 담당하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잡무처럼 보이게 해서 목록에 넣어두고 나에게
일을 다 떠넘긴 거 아니냔 말야!"
평소 카시코와는 친분을 갖고 있던 이사오는 요후루가 카시코를 욕하자 어쩐지 화가 났다.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아니 뭐. 카시코 씨는 어디까지나 회계 담당이고 총무 업무까지 하란 법은 또 없지 않소.
이번이 처음 해보는 잡무 분담이고 해서 신입인 만큼 아무래도 좀 잡무가 많이 배정된 것
같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시구려."
"그게 무슨 소리야. 보통 일반적으로 다른 상단들은 경리 회계 담당이 총무까지 한다고!"
"그렇소? 난 다른 상단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소만."
이런식으로 이사오는 그 자리를 어물쩡 넘겼다.
잡무분담은 어찌됐든 이런식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잡무분담 사건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파란을 일으킨 것은 요후루가 미쯔바메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준 것이었다.
여자가 둘 있는데 하필 미쯔바메에게만 남자를 소개시켜 주고 카시코에게는
소개시켜주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카시코는 어쩐지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갔다.
그런데 이사오는 어느날, 우연히 미쯔바메와 요후루와 자신, 그렇게 셋이서 같이
뒷정리를 하게 되었는데 요후르는 미쯔바메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미쯔바메 씨. 아 진짜 내가 미쯔바메 씨니까 소개시켜주는 겁니다. 솔직히 카시코 씨는
성격이 괴팍하고 성질 드러워서 괜히 소개시켜줬다가는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매장당할
듯 해서요;;ㅋㅋ"
"아, 그래요? 그거 참 영광이네요..ㅎㅎ"
미쯔바메는 어쩐지 떫떠름한 표정으로 어색한 대응을 하였다. 또한 마침 이사오는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실로 충격적이기 짝이 없었다.
'요후루 저 놈은 어째서 이렇게 카시코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아니, 막상 뒤에서는
저렇게 욕을 하지만 앞에서는 웃으면서 친한 척을 하지 않던가…알 수 없는 인물이군.
조심해야겠어 요후루 저 자를…흠..'
그리고 다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다.
요시다 상단은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게 되었다. 건물을 옮기게 되면서 업무를 보는
일종의 사무실..의 규모도 확대되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문에 잠금장치가 없어서 잡상인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었는데
이번에 건물을 옮기면서 문에 개폐장치를 달게 되었다.
이 개폐장치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서양인 선교사가 들여온 것으로 문과 연결된 장치가
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고리가 걸려 있으나, 고리를 해체시키면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잡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은 좋으나, 손님이 올 시에 사람이 고리를 해체시켜야
하는 것 때문에 말단 종업원들에게는 사실상 하나 더 잡무가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자리 배치상 이사오와 카시코가 고리를 해체시키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거리상으로는 카시코가 이사오보다 조금더 개폐장치에 가까운 위치였으나, 이사오는
카시코를 위해서 자주 왔다갔다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자리 배치를 바꾸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이에 이사오는
개폐장치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카시코는 원래 이사오가 앉아 있던 자리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이로서 개폐장치와는
조금 멀어진 거리에 위치하게 되었고 혼자서 개폐장치의 고리를 해체시키는 임무를
떠맡게 되었던 것이다.
자연히 카시코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성급한 카시코는 그 자리에서 상부에 개폐장치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많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그 탄원이 받아들여져서 개폐장치를 뜯어서 카시코의 자리쪽으로 옮기는
공사가 이루어졌다.
이것이 또한 요후루에게는 카시코를 욕할 구실이 되었던 것이다.
어느날 이사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다시금 요후루가 나타나서 카시코의 험담을
하였다.
"이봐 , 이사오. 카시코 저년 말야. 미친거 아냐? 개폐장치 뜯어서 옮겨달라고? 허참
완전 대놓고 미친거 아닌지 모르겠군. 이사오, 니가 저 년한테 남자 하나 소개 시켜주는게
어때? 남자가 없어서 저 지랄을 떠는거 아닌가 모르겠어. ㅋㅋ 하긴 저 드러운 성격에
남자친구가 생길리도 없겠지만 말야."
"…………….."
이사오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요후루의 카시코에 대한 모욕은
이어졌다. 심지어 성적인 모욕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사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요후루가 저토록 카시코를 싫어하는지, 그리고
정작 카시코 앞에서는 또 친한척을 하는 것인지.
이런 살얼음판 속에서 이사오는 정말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카시코는 카시코대로 미쯔바메의 험담을 하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막상 카시코를 탄핵하는 자리가 열려도 미쯔바메는 의외로 카시코에 대해서
나쁘게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미쯔바메를 의식해서인지 요후루가 카시코의 험담을
심하게 하였던 것이다.
이사오는 그제서야 어느 정도 진상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미쯔바메는 카시코에 대해서 커다란 증오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고, 요후루는 두 여자 사이에서
오고가며 서로의 욕을 하면서 두 여인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카시코와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이사오 씨. 미쯔바메가 자꾸 날 무서운 눈초리로 쳐다보네요.;;-_-
쟤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요후루 씨도 저 여자 되게 싫어하더군요 .ㅋㅋ"
"요후루 씨가 미쯔바메 씨를 싫어한다고요? 그럴리가…내가 보기에는 둘이 상당히 친해보입니다만."
"미쯔바메가 요후루에게 친한 척 하려고 자꾸 접근하는 거죠. 요후루 씨를 이용하려는 거라고요!
그것도 모르겠어요? 답답하네요 정말!"
"음…나는 모르겠소이다."
"요후루 씨가 뭐라는지 알아요? 미쯔바메는 성격도 안좋고 얼굴도 못생긴 추녀라서 싫데요. 내가 요후루 씨에게 미쯔바메한테 여자 소개 시켜달라고 해보라고 했더니 미쯔바메의 친구면 유유상종이라 만나기도 싫다고 하던걸요."
이사오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요후루는 두 여자 사이를 계속해서 이간질하며 미쯔바메 앞에서는 카시코를 욕하고 카시코에게 가서는 미쯔바메를 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여인이 사이가 나빠 반목하고 있음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사오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 또한 동시에 의외로 미쯔바메는 카시코에 대하여 앙심을 품고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고, 카시코가 미쯔바메를 오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나 카네야마 이사오는 비록 상단에 있는 몸이지만 어쨌든 사무라이. 무사도에 어긋나는 것을 행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바. 두 여인의 서로간의 오해를 풀어 화해를 도모해야겠다. 이는 무사로서 의당 행해야 할
협의도가 아니겠는가.'
이리하여 이사오는 필사적으로 두 여자를 화해시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기에 이른다.
우선적으로 행한 것은 둘을 설득하고자 오해를 풀라고 간청하였고, 말로만 떠든 것이 아니고 잡무 분담이
모든 싸움의 원인이었으므로 둘다 정 하기 싫은 잡무가 있다면 자신이 모두 떠맡겠다고 나서서 중재하였다.
이사오는 필사적으로 둘을 설득하고 위협하고 하였으나 둘 사이의 불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너무도 견고
한 상태였다.
이사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 여인은 반목하였다.
그러던 중 이사오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하나의 계책을 떠올리게 된다.
카시코, 미쯔바메 그리고 이사오 이렇게 3인은 요시다 상단 내에서도 같은 조에 속해 있었다.
이 점을 이용하여 두 여인을 불러 모을 방도가 있는 것이다.
이사오는 「금일 유시에 관리조 조원들끼리의 회식이 있으니 참석을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서찰을 두 여인에게 보냈다. 사실 이것은 회식을 빙자한 이사오의 거짓말이었다.
두 여인은 이사오가 말한 약속장소에 회식이라고 믿고 가보았는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하얀 수의를 입은 이사오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검은 옷을 입고 칼을 들고 서있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두 명의 여인은 매우 놀랐다. 어째서 이사오가 하얀 수의를 입고 할복 준비를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두 분 잘 오셨습니다. 나 카네야마 이사오가 무사도에 따라 두 분의 오해를 불식시켜 화해를 도모하였으나 그것이 모두 물거품. 이제는 최후의 수단만이 남았을 따름이지요. 두 분이 화해를 하지 않는다면 내 오늘 이 자리에서 배를 갈라 죽을 작정입니다. 여기 있는 이 사나이는 내 친구인데 카이샤쿠(介錯)를 부탁하고자 오늘 이 자리에 부른 것입니다."
그 말을 마치고 이사오는 양팔을 소매에서 빼고 단도를 헝겊으로 감싸고 손에 쥐었다. 할복할 준비를 끝낸 것이다.
"자. 어찌 하실 겁니까. 두분이 화해를 하지 않는다면 눈 앞에서 할복하여 피가 튈 것이오. "
일종의 협박아닌 협박이었다. 결국 이사오의 정성에 두 여자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인지 눈물을 흘리면서 미쯔바메와 카시코는 화해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리하여 간신히 두 여인의 불화는 종식, 화해하여 관계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두 여인 사이를 오고가면서 이중적인 생활을 한 요후루는 두 여자가 화해함에 따라 자연히 소외당하고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 여인들의 결속이란 본시 그토록 무서운 것. 요후루는 더 이상 발붙일 곳도 없었고 이사오 또한 요후루와는 가까이 지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에 요후루는 궁지에 몰렸다.
결국 요후루는 스스로 요시다 상단을 나가게 되었다.
'세상사 혼란스러우나 결국은 사필귀정. 비열한 악의 무리는 설 곳을 잃게 되어 떠나는구나.'….
이사오는 감상에 빠져 마음속에 떠오르는 시상으로 시를 한수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