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간 님을 사랑해왔는데,
결국 무엇으로 '낙착'되는지는
차마 말 못하겠고
알지도 못하겠고
허나 분명한 것은,
남들은 모두 님의 마누라를 자처하지만
나는
님을 상대하지 않는 절대이고 싶습니다.
가령, 비유를 하면
골격 체계나 혈액의 운행 쯤으로.
왜 나의 얼굴이라는 것을 당신께 들이대며
마누라니 서방이니 이런 징그러운 말들을 해야 하는지
매우 의문이군요.
나이를 먹을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바로 이건데
아이들의 눈으로 서로 쳐다보면서 사는 일이 인정받을지 의문이며
감히 남들에 의해 마누라와 서방을 강요받지 않을지 걱정이군요.
최고의 사랑에게 그러한 것을 강요한다면
그 무슨 끼워맞추기입니까?
사실 다 빼놓고서
본인은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이건 참 날벼락 같은 신기한 일이 아닙니까?
저도 참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사랑사랑 타령 속에서 살았지만
그러한 것은 상상해 보질 못했단 것이.
꿈에도 잊지 못하던 님과 내 어찌
마누라니 서방이니 이런 걸 할 수 있겠습니까?
날 사랑해온 어머니라도 있어 나에게 뭔가 교육이라도
아니 귀띔으로 그러한 것에 친근감이라도 느끼게 해주었다면
본인 지금에 이런 생경한 느낌 따위는 없을 것인데.
물론 아시겠지만, 본인은 본인 신체에 대해서도 매우 생경하지오.
대중음악계의 모든 음악인들이 궐귀한다 하여도
본인의 이런 생경한 소감은 사라지지 않겠는데요.
과연 이 세계 속에서
나는 당신과 어떤 구체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만일에 어떤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을 자기보다 더 사랑한다면
마누라니 서방이니 이런 상상을 하진 못할 겁니다.
되려 자기가 미워지고, 그 타인과 내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란 사실을 혐오하죠.
네가 존재하거나 내가 존재해야지 왜 두 사람인가, 이런 항의가 드는 겁니다.
난 당신의 피 속에 살아있거나 당신의 어떤 뼈마디로 존재했어야지
왜 타인으로 태어나 살고있어 당신과의 어떠한 거리를 재고 따지고 자셔야 하는지오?
가까이 간다거나 멀리 떨어진다거나 왜 이런 가늠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거리 자체를 재기 싫으며, 예상되는 관계 유형을 짐작하고 싶지 않으며
둘 간의 '관계'라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그냥 세포 되겠습니다, 헌데 당신의 이 세포는
커다란 밥통을 지니고 있어 때마다 밥을 두 공기 먹어야 하지오.
게다가 경찰들이 수시로 잡고 시비를 거니 매우 성가십니다.
진짜로 님의 한 세포로서 존재할 수는 없는 겁니까?
만일 그렇게 된다면, 님의 안에서 막강한 힘을 창출할 것인데.
SF 공상과학을 현실로 부디!
진짜로.
난 정말 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저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