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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운명

미처리 |2009.11.07 11:57
조회 154 |추천 0

[현주야. 많이 기다렸지? 미안. 생각보다 회의가 길어져버려서... 무슨생각하냐?]

[...별로....]

책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서는 현주의 뒷모습에 도윤은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다시 일으킨다.

무슨일이 있었는가...

항상 머무르던 현주의 시선이 방향을 바꿨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헤메고 있었다.

끝내 신현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석연치 않은 감정의 꼬리...

[...집으로 가려고?]

[응...]

[열쇠...있어? 어머니가 아침에 전화하셨던데...집으로 오신다고 하던데....무슨말 못들었어?]

멍한 시선에 도윤의 말을 흘려버린 현주는 버스 승강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미 어렴풋이 노을이 지고 있었고, 도윤은 도저히 참지 못할 감정을 느끼며 있는 힘껏 현주의 팔을 잡아챘다.

[왜? 왜그래 도윤아??]

질질 끌리다 시피 지하철 역으로 향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폭팔하고 말았다.

[이게 무슨짓이야? 집으로 갈거라고]

[열쇠...보여줘]

[뭐? 열쇠?]

현주는 그제서야 아침에 받은 엄마와의 통화를 기억해 냈다.

[....잠깐 기다리면 돼... 금방 오실꺼야]

현주는 도윤의 팔을 뿌리치며 뒤돌아섰다.

[신현주! 너 뭐야? 뭔데 그렇게 혼자 끙끙대고 있는건데? 너 이대로 그냥가면 다신 나 너 안봐! 알아?]

도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주의 걸음이 우뚝 멈춰선다.

[...뭐야...뭐냐구...내가 뭘 어쨌다고...윽...흑....]

어깨를 들썩이며 현주는 그만 밀려오는 분함과 서글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갑자기 시작된 현주의 울음은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의 시선을 낚아챘고, 도윤은 뜻하지 않은 현주의 눈물에 당황했다.

[....너....신현이랑 무슨일 있었지?]

[읔....흑...난 ... 난 그냥...친구가 되고 싶었는데....그랬는데...그냥 웃고...장난치며...평범한 대화를 하고....근대....도윤아....난 아니래...이젠...쳐다보지도 말래....진심이 아니래....흑....가슴이 아파.....너무 아파....엉~엉~엉~]

[....................]

흐느끼며 울고 있는 현주의 한마디 한마디에 도윤은 미친듯이 요동치는 질투와 분노를 꾹 눌러 참아냈다.

그리곤 애써 태연한듯 현주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 준다.

[...그래...알았어...진정하자...니 잘못 아냐...]

중학교때도 아이들한테 놀림받던 현주를 도윤은 이런식으로 달래주곤 했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는 현주는 그때마다 도윤의 품속에서 잠이 들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고, 진정이된 현주와 도윤은 집으로 향했다.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시는 그의 부모님께 애써 웃으며 인사한 현주는 아주 소량의 저녁을 먹었고, 바로 도윤의 방으로 도망치듯 올라갔다.

문득 그는 지하철역의 포옹에 창피함을 의식한다.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3학년 부터 지금까지 그런식의 포옹은 없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자리한 도윤이라는 친구가 어느새 연약한 현주의 마음을 , 소심한 성격을 조금씩 다듬어 주고 있었다.

도윤의 책상위엔 중3때 찍은 수영장 사진이 놓여 있었다.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우고 시합한 후에 선생님이 기념으로 찍어준 사진...

그 속의 둘은 무척 행복한듯 웃고 있었다.

그 시절 현주에겐 모든 세상의 한가운데 중심에 도윤이 서 있었고, 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어쩌면... 그 시절의 자신이 지금보다 낳을까?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때 문이 열렸고, 수건을 머리에 두른 도윤이 들어섰다.

[씻을래?]

[아니..엄마오시면 금방갈텐데 뭘...]

[많이 늦으시네...옷 줄테니까 갈아입어]

[아냐. 그냥 있을께]

[....그럼 거실가서 TV라도 보고 있을래?]

[아냐. 괜챦아]

[컴터 할래? 그러고 보니까 새 게임 다운받았는데]

도윤은 책상옆에 놓여진 컴터로 향한다.

[감기 걸리겠다. 머리부터 말려...나...이제 괜챦아...]

현주의 말에 컴퓨터 화면을 정리하던 도윤이 손을 멈추었다.

그리곤 현주를 돌아본다.

[...진짜 이제 괜챦아...미안해...괜히 너한테 걱정만 시키구...나...하나도 달라진게 없네...중학교때나 지금이나....]

[계속 약한소리 할래? 계속 그러면 확~~덮쳐버린다]

[킥...바보...]

[요게~어디 형님한테 바보래? 새우꺾이다 요놈아!!]

[읔!! 너 진짜..머리 말리라니까...차가워...풋 하하하하]

[뭐야? 왜 웃어? 내 기술이 우습냐?]

현주의 다리를 뒤로 잡고 있던 도윤을 보며 현주는 연신 웃음을 참지 못한다.

[킥, 도윤아 너 땜통 보여..ㅋㅋㅋ]

[뭐? 아차차...머리 가르마 부터 타야겠다. 너 웃지마. 이건 나한테 훈장같은 거니까...난 멋지던데 뭘...]

도윤은 거울을 보며 머리를 손으로 빗질한다.

[오래 가네...안없어지나?]

도윤은 뒷목이 순간 섬짓해 옴을 느꼈다.

바로 뒤에 현주의 체온이 느껴졌기에...

현주는 도윤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만지며 상처가 있는 부위를 응시한다.

[...많이 아팠지?...고맙다. 그때 너 아니었음...]

[이제서야 기억난거냐? 요새 잊고 있었지? 나한테서 시선 때지마! 나만 따라오면 되는거야... 그때처럼...]

도윤은 뒤돌아 현주를 안았다.

그리곤 팔에 힘을 주어 약간 떨어진 현주의 가슴을 끌어당겼다.

[도..도윤아!]

[잊지마! 난 너 한테 상처따위 남게 하지 않아!]

[......미안...걱정시켜서...]

도윤은 약간의 눈물이 눈가에 고이는걸 느낀다.

그렇게나 지키고 지킨 친구인데....

나만의 친구인데....나만의 것인데....

[현주야! 엄마 오셨다!]

[네~]

현주는 그렇게 엄마와 집으로 돌아갔다.

도윤은 서둘러 옷을 꺼내 입고 늦은 시간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나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바쁘게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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