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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자살론>에 숨긴 비밀?.........

하얀손 |2009.12.11 09:51
조회 2,472 |추천 0

쇼펜하우어의 <자살론>에 숨긴 비밀?.........


책을 읽다가, 나는 무척 당황스런 상황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오로지 나만의 은밀하고 비밀스럽고 신비한 경험의 실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허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나만의 고독과 슬픔 그리고 고통이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책속에서 만나게 되면, 동병상련의 기쁨과 위안도 있지만, 누군가 나의 내면세계에 들어와 훔쳐보는 것만 같아서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내가 가장 처음으로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책은 쇼펜하우어의 <자살론>이 아닌가 싶다. 나는 중학교 시절에 가정 문제와 개인 신상문제로 자살을 생각했었는데, 그냥 죽기는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자살의 타당성을 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얼핏 들었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찾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느끼게 되지 않던가?

 

쇼펜하우어는 <자살론>을 통해, 인간은 운명적으로 부조리한 세계에 태어나서,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살이라고 했다. 그의 <자살론>은 미국과 유럽의 수많은 청년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천수(天壽, 하늘이 내린 수명)를 누리다 93세의 나이로 늙어 죽었다. 어째서 쇼펜하우어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死地, 죽음의 땅)에 몰아 놓고서, 정작 자신은 뻔뻔하게도 오래 살았던 것일까?


대부분의 똑똑한 인간들은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확신에 찬 강한 어조로 설득시킬 수 있지만, 정작 그 주장을 끝까지 믿으려고 하지 않는 오직 한 사람은 자신의 다른 자신뿐이다. 바로 쇼펜하우어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다른 자신에게, 지금까지 자신의 이론과 주장이 옳다는 설득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자신을 스스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살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 어느 한 쪽도 살아 있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의 의도는 실패하기 때문이었다.


<자살론>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자살은 또 일종의 실험이며, 인간이 자연에 향하여 이것을 부과하고 여기에 대한 답안을 강요하려는 일종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말하기를 “인간의 인식과 생존과는 죽음에 의하여 어떠한 변화를 받을 것인가?”라고, 그러나 이 실험은 대단히 졸렬한 것이다. 왜냐하면 질문한 의식과 해답을 들어야 하는 의식과의 동일성은 죽음에 의하여 상실되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의 <자살론>의 말미 부분에서 발췌 -


결국, 쇼펜하우어의 <자살론>은 ‘자살’을 대단히 졸렬한 실험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그의 <자살론>은 어리석고 졸렬한 자살을 부정하는 <자생론(自生論>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청소년기의 나는 마지막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실패로 끝났다. 만약 당시 내가 자살에 성공했다면, 쇼펜하우어의 <자살론>에 희생양이 되어, 그 해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우리가 질문하고 얻어야할 해답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 해답을 얻기 전에 죽음에 들어서는 것은 진정으로 어리석은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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