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분할은 절대로 막아야 합니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고 나서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한편에서는 세종시에 특혜가 주어졌다며 세종시가 블랙홀이 되어 자기 지역에 올 기업들이 전부 세종시로 가게 될까봐 걱정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의 인근지역인 대전, 아산, 천안도 이점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충청도와 지방을 죽이고 있고 세종시를 재벌의 땅투기 놀이터로 전락시켰다며 극한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념적이고 정략적인 선전선동이 난무하여 우리국민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상황판단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치권이 난리를 쳐도 우리 국민은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9부2처2청의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가는 것은 정말로 막아야 합니다.
대전시민들은 아실 것입니다. 서울에 약속이 있어 대전을 떠날 때 몇시간 전에 집을 나서십니까? 대전역까지 가는 시간, 대전역에서 기다리는 시간, KTX 타는 시간, 서울역에서 약속장소까지 가는 시간, 늦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가야 하는 여유시간… 이것을 전부 합하면 아무리 적어도 3시간 30분입니다. KTX가 더 빨라진다 하더라도 20분 정도가 더 줄어들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종시의 공무원이 서울의 회의에 참석하려면 하루전체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격심한 행정비효율을 우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행정부처의 경쟁력입니다. 정부의 비효율을 이렇게 형편없이 떨어뜨려 놓고서는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습니다.
9부2처2청이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이 기업과 대학이 가는 것입니다.
과천시 시민들은 과천의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간 후에 그 자리에 기업이 들어오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행정부처가 과천에 있었지만 이로 인해 과천시민들이 특별히 도움받은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9부2처2청이 온다고 해서 세종시가 도움받는 것이 특별히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산 탕정이나 파주나 포항, 울산을 보십시오. 기업이 오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큽니다.
충청도민은 지역의 이해관계에 앞서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 합니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서 각 지방은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워 일제히 반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더 좋은 안(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러나 지역의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나라의 큰 계획을 망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아산은 아산대로, 천안은 천안대로, 대전은 대전대로 자기 지역의 작은 이익을 위해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라의 앞날에 희망이 없습니다. 끝내 9부2처2청이 내려오게 되면 그 엄청난 행정비효율 때문에 훗날 사람들은 충청도민을 끝없이 원망할 것입니다. 왜 그 원망을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정치인은 신의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어쩔 수 없이 포퓰리즘적 결정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역의 이해관계에 타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정치인의 행태를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이회창, 민주당의원들 전부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애국적인 정치인은 지난날의 포퓰리즘적인 결정을 뒤집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렇게 고마워하는 이유는 온갖 비난과 수모를 감수하면서 나라를 위해 잘못된 결정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절망에 빠져 여야 정치인 전체를 향해 성토했을 것입니다. 정말로 신의가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의원 같은 분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분입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특혜라고 시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종시가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땅을 헐값으로 매각한 것이 아닙니다. 대기업에는 토지로 조성한 땅이 아닌 수용한 그대로의 땅을 제공하여 자신들이 개발하도록 하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서는 인근의 산업단지 분양가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세종시는 분양가에 자체개발비를 합할 경우 평당 74-83만원으로 인근 오송(50만원), 대덕테크노단지(98만원)와 비교해볼 때 오히려 비싸거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대학과 기업이 세종시에 입주한다고 해서 국가재정이 추가로 지원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종시에 대한 투자는 모두 신규투자여서 타 지방에 입주할 기업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닙니다. 입주기업에 부여하는 세제혜택도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세종시는 “블랙홀”이 아니라 충청권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지역은 자기네 지역으로 올 신규투자가 전부 세종시로 간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십시다. 모두를 완전하게 만족시킬 대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함으로써 오는 충청도민의 상실감을 달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타 지역 주민들이 조금씩 양보해야 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과학비즈니스 벨트가 세종시로 가는 것을 특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부처가 이전함으로써 오는 엄청난 행정비효율을 막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배려는 불가피합니다.
수정안이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한 대책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안은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에 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정안은 원안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인구 50만의 자족도시가 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진정으로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을 원한다면 세종시 원안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주장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 서울시장 시절에 수도분할을 반대하면서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아니라 획기적인 지방분권임”을 강조한 바 있었습니다.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이루려면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및 자치계획권을 광역 자치단체에 주고, 광역 자치단체를 더욱 광역화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일류학교, 일류병원을 유치하여 자본과 인재가 지방으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지방의 자율적 발전을 중앙정부가 최대한으로 뒷받침하되 낙후되는 지방에는 각종 인센티브와 재정지원, 신(新)성장 대형 프로젝트를 주어 지방간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 대신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풀어 수도권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시키면서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켜야 합니다.
지방분권으로 복지부, 노동부, 환경부 등 생활부처의 기능이 지방정부로 이관되면 세종시로 갈 공무원들이 대부분 지방정부로 옮겨져서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무의미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세종시 논란도 쉽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자유선진당은 강소국연방제를 주장하여 일찍부터 획기적 지방분권을 당론으로 채택해 왔습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을 원한다면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모든 정당 및 정치인이 행정부처 이전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政爭)을 중단하고 지금부터 획기적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