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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놀러오세요 ^^
22세 男입니다.
친구와 둘이서 졸업식장에서 꽃을 팔았던 얘기를 해 보려구 해요 ^^
그럼 시작할게요!
3일 전 저녁. 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도중에(학원강사 알바를 하고있어요!) 학생들이 이번주에 졸업을 한다는 말을 하였더랬죠. 그 순간 머리 속에 퍼뜩 떠오른 생각은.. 다름 아닌 "꽃장사를 해보자!!" 였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이 계속 이어졌고, 결국 어제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이틀 전 친구 한명을 꼬셔서 양재동 꽃시장에 아침부터 찾아가 팔 꽃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장미와 국화, 튤립 외에는 꽃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꽃과는 거리가 먼 이 두 남자. 수없이 다양한 꽃 앞에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죠. 이리저리 발품을 팔고 상인들에게 매달려서 꽃을 살 때 기본적인 지식과 꽃다발을 만들 꽃의 조합, 포장법까지 배우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본래의 계획은 30다발 정도와 한 송이 장미 20송이 정도를 가져다가 팔아보려는 것 이었는데, 꽃 가격이 장난이 아닙니다. 장미는 한 송이당 거의 천 원에 가까운 금액이고, 다른 꽃들도 가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결국 우리는 처음 시도하는 장사니 리스크를 줄이고 이윤보다는 노하우를 쌓자. 라고 결정하고 튤립을 메인으로 안개꽃과 카네이션, 주변 재료와 포장재들을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만들기로 한 꽃다발은 우선 12개. 포장재 포함 단가를 7200원 정도에 맞췄으니, 포장 후 한 다발당 최소 15000원, 최대 25000원 정도에 구매하는 연령대나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차별화 하는 나름대로의 전략도 세웠죠.
그렇게 3시간여 포장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이라 많이 어렵습니다. 시장에서 배운 것과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 머리 속에 들어있는 꽃다발들을 떠올리며 만들어 보았는데 역시나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꽃 12다발이 만들어졌고, 다음날 아침 6시. 드디어 D-Day가 밝았습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내리는 비가 밉지만 어쩔수 없지요. 그렇게 차를 타고 도착한 휘문고 앞.
헉.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대여섯 명의 상인들이 진을 펼치고 있었고, 심지어 그 분들은 천막을 펴고 진열대까지 가져와서 학교 앞에 꽃가게를 하나 차리셨더군요. 명당자리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정말 기가 확 죽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경쟁이 치열할 것 이라는 예상을 안하던 바도 아니니 이내 침착하게 다시 전략을 되짚어 봅니다. 자리는 정문 맞은 편 횡단보도 앞 길가에 잡았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공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죠. 우리의 전략은 이거였습니다. 꽃의 비주얼로는 경쟁이 안되니, 판매 전략으로 승부를 보자. 우선 둘은 정장에 타이를 매고 나섰습니다. 원래는 인형 옷을 입으려고 하였지만 하루만에 구할 수가 없어서, 정장을 입고 가슴 주머니에 꽃을 꽂고 머리에도 꽃을 꽂는 특이한 복장으로 이목을 끌기 위해서 였습니다. 정장을 입으면 은연중에 장사꾼이 아닌 영업사원 같은 느낌도 약간은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또 하나, 한 명 한 명씩 매달려서 공략하기. 열 두개 밖에 되지 않는 꽃들을 늘어 놓아봤자 사람들의 발길을 우리가 있는 곳으로 끌기는 힘들다. 차라리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한 명 한명을 공략하자. 이런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꽤 있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판매를 시도하니, 복장이 이목을 끄는 것 같습니다. 다들 한 번씩을 신기하게 쳐다보네요. 새벽시장에서 직접 사 온 꽃이라 꽃이 싱싱함을 강조하고 색이 화사해 사진이 잘 나올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어필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10시를 넘어가자 말도 안되게 강력한 적들이 등장하였으니..
△친구입니다. 허락을 안맡아서 모자이크.. ㅋㅋ
위의 사진에는 안 나와 있지만 시간이 지나니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바로 우리같
은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보따리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순식간에
학교 앞의 꽃장사는 15팀 가까이 되었고, 가격에 경쟁이 붙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때까지 2만원,
1만 5천원에 몇 개를 팔았던 우리 꽃은 팔리지 않기 시작했죠. 너무 많이 몰린 턱에 적자를 낼
것이 두려운 학생들이 꽃다발을 만원씩에 팔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황하기 시작 했고,
건너편에서 만원, 만원! 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 오는데 만 오천원에 꽃을 사가는 사람은 더이상
없었죠.
심지어 조화를 사더라도 가격이 싼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더군요. 더 이상은 불가피하
다는 생각에 가격을 만 원으로 내려 팔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동이 나서 가장 먼저 자리를 떴습
니다. 막판에 만 원에 판 탓에 수익은 말도 못하게 적더군요. 투자 원금이 약 9만원인데 수익금
은 16만원. 두 명이 나누니 한 사람당 3만 5천원이군요.
하지만 둘 다 이상하게 아쉽다거나 액수에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담배 한 대 태우며 웃으면서
경험담을 나누었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 번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슷하면서도 원가를
낮춰 애초에 싼 가격으로 나가자. 상품을 다양화하자. 내가 만든 꽃을 들고 사진을 찍을 사람
들을 생각하니 왠지 뿌듯하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번을 계획하였습니다.
사실 꽃 장사를 갑자기 결정하게 된 것은 이전부터 원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전부
터 꽃 장사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
특히나 경제학과 사회학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요. 사회의 다양한 분야게 대한 직접적인 이해
없이 간접적인 체험(글)만으로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체험을 해 보고 싶었고, 장사도 그 중 하나였던 것 입니다. 어찌됐건 저찌됐건. 이틀동안
투 잡을 하며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 여느 대학교 정문 앞에서 절 보실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