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가 있었어
그 나무는 바람을 싫어했지.
왜냐면 항상 바람은 나뭇잎들을 흔들었고
흔들린 나뭇잎들은 자기 눈 앞에서 떨어졌으니깐.
그런데 하루는
어디서부턴가 나약한 바람이 계속 불어왔는데
나무는 그 나약한 바람이 나쁘지 않았나봐.
여름이면 그늘 속에 그 바람이 머물면서 나무의 땀을 식혀주었고
겨울이면 잎사귀가 없는 나무가 외롭지 않게
늘 곁에 있어주었지.
그러데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던 어느 시점부터인가
그 나약한 바람이 불지 않았데.
나무는 몇 일을 기다리고 몇 개월을 기다렸지만
부딪히는 존재라곤 거센 바람 밖에 없었나봐.
나무는 그 잔잔했던 바람을 그렇게 그리워 하다
앓기 시작했고 겨울이 되자 다시 혼자가 되었어.
죽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데
그런데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몰려와.
그 바람은 평소에 두려워 하던 그 바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
마치 오열하는 듯한 슬픈 소리랄까
그리고 나무는 이제서야 깨달았지.
지금 불어온 이 바람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 잔잔한 그 바람이었단 사실을.
잔잔한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하거나
다른 바람과 합쳐져 거센 바람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 바람은
다른 바람과 합쳐진 거야.
그 나무를 어느 순간부터 흔들었던 그 거센 바람은
바로 다른 거센 바람과 합쳐진 잔잔한 바람이었지.
나무는 그 바람을 사랑했지만
보내줘야 했지.
바람은 바람을 사랑하는 게 자연의 순리니깐.
그리곤 바람에게 나뭇가지를 흔들며
'안녕'
그 후로 봄이 왔고 그 바람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데.
동화의 결말은 이렇게 끝나지만
1가지 의문점이 생겨.
나무는 바람은 사랑했는데
바람은 나무를 사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