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 권문세족, 갑부가 주인인 세상
고려말 권문세족들이 백성에 대한 착취는 극에 달했다. 권문세족(權門勢族). 권력 있는 집안과 세력 있는 족속이라는 뜻이다. 심지어는 하나의 군 전체가 권문세족 한사람의 소유였을 정도였다.
세도가들의 극심한 착취를 보다 못해 이성계는 위화도에서 군대를 이끌고 정도전과 함께 쿠테타를 일으켜 조선을 개국하였지만, 결국은 고려 권문세족을 내쫓고 나라 이름만 바꾸었지, 자기들이 새로운 권문세족이 되어 호위호식하고 백성들을 핍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성계는 지금의 두만강 시골출신으로 타고난 무인이었고 백전불패의 맹장이었다. 이성계의 책사가 정도전이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성계는 잠재적 저항세력인 고려왕족 왕씨들을 멸족시키기 위해 섬으로 이주하여 자유롭게 살도록 해주겠다고 모아 모조리 살육했다. 이를 피한 왕씨들은 성을 바꾸어 살아야했다. 온전 전, 밭 전, 구슬 옥씨가 대표적이다.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다. 양반들에게는 특권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 두 가지 제도 때문이었다: 첫째, 토지제도로 양반은 지주요. 백성은 소작인으로 백성은 땅을 부쳐 먹고 양반에게는 소작료를, 나라에는 세금을 내야했다. 둘째, 병역제도로 양반은 병역이 면제된 반면, 백성은 병역의무를 지고 16세~60세까지 국방세금(군역, 군포)를 내야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양반들의 반대로 토지제도와 병역제도를 바꾸기는 매우 어려웠다. 제도를 개혁하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냐, 아니면 주로 양반들만 호위호식할 수 있는 제도로 결국은 국가경쟁력이 정체될 것인가가 조선이 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혁은 기존의 권력자들에 도전하는 것이었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기개 있는 선비들이 있는 법이다. 조선역사에서 국가제도의 개혁을 주장하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키우기를 간절히 염원했던 학자들이 있었다.
조광조(1482~1519)는 아마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개혁가일 것이다. 연산군의 폭정을 뒤엎고 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중종은 조광조를 신임하여 오늘날의 검찰총장에 중용했다. 조광조는 중종이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성군이 되기를 바랬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다. 조광조는 권력자들의 부패를 들추었고 갖가지 죄목이 폭로되었다. 조광조의 추상같은 개혁의지 앞에 권력자들은 벌벌 떨었다. ‘백성들이 춤을 추는 세상…’ 조광조가 간절히 바랬던 꿈이었다. 하지만 결국 권력자들의 반격에 밀려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유성룡(1542~1607)은 조선최고의 재상이다.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은 유성룡은 우리가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를 깊이 생각했다. 그 결과 유성룡은 토지제도와 병역제도가 나라를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망하게 할 수 있다고 간파했다. 그래서 토지제도를 개혁하여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고, 양반도 병역의무를 지게 하는 개혁을 추진하다가 결국은 삭탈관직 당했다. 유성룡은 고향인 하회마을로 낙향하여 은거하면서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썼다.
정약용(1762~1836)은 불세출의 학자로 당시 거의 모든 유학서적을 읽고 그 요점을 파악했고, 아무도 섭렵하지 못했던 ‘주역’까지 통달하였으니 조선최고의 학자라고 할 수 있다. 정약용은 유학이 이론이 아니라 반드시 잘못된 현실을 고쳐서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실천적인 실학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그 핵심이 토지제도를 개혁하여 백성들에 나누어주고, 병역제도를 개혁하여 양반에도 부여하는 것이었다.
조선 최고의 개혁군주였던 정조는 조선의 개혁을 간절히 바랬다. 소수 특권층만 호위호식하다가는 나라가 망할 수 있으니 국가제도를 개혁해서 국가와 백성전체가 부강해지기를 염원했다. 정조는 정약용과 같은 젊은 유학자들을 극진히 대했고 의기투합했다. 조선의 앞날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정조는 그 뜻을 오래 펴지 못하고 일찍 죽고 만다. 정조의 죽음은 조선의 불행이었다.
정조대왕 사후 사실상 조선은 끝이었다. 백성들의 피눈물이 하늘에 닿았고, 조선은 나락으로 추락하여 결국은 100년 뒤에 망국의 길을 걸었다.
자기세력만 잘 살 수는 없다. 국가와 국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은 국민전체의 경쟁력이 바탕이다. 일부만이 아닌 국민전체가 행복한 국가… 더불어 사는 정신을 조선역사에서 배우고 싶다.(펌, by 전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