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 비상사태 발생!!
뚜~ 비상사태 발생!!
헉!!!
순간 놀라고 당황한 나는 서둘러 그곳을 도망치고 말았다...
요즘엔 아파트 뿐만 아니라 작은 건물, 빌라, 연립, 오피스텔 등
공동 거주 건물 입구엔 전자 출입 장치가 되어 있다. 출입 방법은
카드식과 비밀번호식이 있다. 대체로 비.번식이 많은데, 내가 담당
하고 있는 구역에서도 아파트와 건물등이 적지않아 외우고 있는
비.번만 약 25개 정도 된다.
언젠가 한 아파트 단지를 인수 받게 되었는데, 그 곳은 동뿐만 아니라
라인마다 비.번이 모두 달랐다. 흔치않은 경우라 이유를 물었더니,
절도사건이 있은 후에 재발방지 차원에서 각 라인별로 비.번을 모두
다르게 바꿨다는 얘기였다.
적어준 비.번을 들고 아파트 출입문에서 순서대로 번호를 눌렀다.
3번째 라인까지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문제는 4번째 라인에서
였다. 2번씩이나 같은 번호를 눌러도 "번호가 다르니 다시 누르십
시요!" 라는 말만 되풀이 될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적어준 비.번을
결코 의심치 않았던 나는, 내가 잘못 눌렀거나, 출입문 전자 센서의
에러라고 생각하고 다시 천천히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다급한 음성이 기계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
뚜~ 비상사태 발생!!
뚜~ 비상사태 발생!!
허걱!!! 이게 무슨 난리인가??..
생각해보라, 모두가 잠든 쥐죽은 듯 조용한 새벽녘에, 갑작스레
터져나와 울려 퍼지는 싸이렌 소리와 비상사태 발생이라니?!...
그것은 마치 한순간 범죄현장을 들켜버린 범죄자의 충격과 당황
스러움 같은 것이 엄습하는 기분이었다.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지못해 난감해진 나는 서둘러 그 곳을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도.망. ... 마치 범죄자(!) 처럼...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인계자가 비.번 뒷자리를 잘못 적어준 게 그 이유였다.
어쨌거나 인계자의 작은 실수 하나가 나에겐 당혹스러움과 쪽팔림(!)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 혹시라도 그 상황이 궁금하다면, 새벽녘 아파트 출입문의 비.번을
3번만 잘못 눌러보라! 과연 도망치지 않을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