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은 커터, 붉은 실, 피, 술이나 소금, 물, 그리고 텅빈 집, 쌀, 신체의 일부 그리고 상당히 중요한 인형이 필요해요. 사지가 달린 것으로요. 그래야 움직이죠. 아 그리고 술은 도수가 높을수록 좋데요. 그리고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인형은 예쁜 게 좋을 거 같네요.
준비가 다 되었다면, 인형의 배를 열어요. 꼭 배가 아니고 등도 상관없어요. 솜만 빼면 되니까요. 그리고 그 자리에 쌀을 채우고 신체 일부를 넣어요. 손톱이나 머리카락 피 등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리고 그 인형을 붉은 실로 돌돌 감아요. 그리고 인형에 이름을 붙여요. 여기까지가 인형손질이구요. 인형을 곱게 단장시켰으면 욕조나 대야에 물을 채워서 인형을 넣어요. 그리고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티비만 빼고 빛나고 소리 나는 건 모두 끄세요. 시간은 새벽 3시가 좋아요. 그 때가 귀신이 놀러오기 좋데요.
그 다음으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넣고 “OO가 술래다.”를 3번 외쳐요. 그리고 화장실 밖을 나갔다가 10초 뒤 돌아와요. 그리곤 인형을 이름을 세 번 외치고 인형을 찔러요. 네 찔러요. 미리 준비하라고 했던 커터칼로요. 3번 찌르시면 되요. 그리고 인형 옆에 칼을 두고 숨으시면 되요. 숨으실 때 준비했던 술이나 소금을 입에 머금고 계세요. 숨을 자리에도 한 컵 두시구요. 그리고 숨으세요. 중간 과정은 직접 해보시는 재미를 위해 여기서 적진 않을게요.
끝내는 방법은요. 인형을 ‘찾아서’ 인형한테 입에 머금고 있던 소금이나 술을 뿌리세요. 숨을 때 들고 갔던 종이컵에 소금이나 술도 뿌리세요. 왜 찾아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인형을 잘 말려서 태우시면 되요. 그런 의미에서 술을 뿌리는 게 더 태우기 쉽긴 하겠네요. 그래서 높은 도수가 좋다고 한 걸까요?
과정 설명이 끝났으니 과정에 깃든 의미를 알아볼까요? 쌀은 귀신 밥이에요. 귀신도 먹고 살아야죠. 그리고 신체의 일부는 널 내 분신으로 인정한다는 뜻이고요. 물은 탄생의 의미래요. 그래서 시작할 때 물에 넣어두죠. 소금이나 술이 퇴마의 힘이 있다는 건 유명하구요. 붉은 실은 금제예요. 예로부터 붉은 색은 퇴마의 힘이 있잖아요. 그래서 애 낳으면 고추랑 숯으로 금제도 치구요. 그리고 인형을 찌르는 건, 뭐 쉬운 의미예요. 여러분도 친구가 이유없이 때리고 도망가면 화나서 쫓아가시죠? 한마디로 귀신한테 시비 거는 거죠. 저 모든 과정의 뜻을 종합하면 한 문장이 나와요.
“나 찾아서 칼로 찔러라. 그러면 내 몸을 주겠다.”
귀신이 정말 열심히 찾을 조건이죠? 매력적인 조건이네요. 귀신은 몸을 얻을 수도 있고 저희는 스릴을 얻고. 몸을 걸고 하는 게임이네요. 해보실래요? 저라면 절대 안할 거예요. 그런데 이 게임을 많이 하더라고요. 네 솔직히 안 믿기잖아요. 귀신이라니 말이 되는 소린가요. 그래서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네요. 네 지금요. 한 번 가보실까요?
티비만 켜져 있는 어두운 방안에서 한 여자가 인형의 등을 가르고 있네요. 저 자비 없는 손놀림이란 일전에 생선 머리 좀 따본 솜씨군요. 등을 다 갈랐는지 인형의 솜을 빼네요. 예쁘장한 소녀 인형의 등을 가르다니 인형의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니면 주의사항을 충실히 따른 걸까요. 인형의 등을 가른 칼은 그대로 바닥에 두는 군요. 설마 저걸로 게임을 할 작정일까요? 커터칼 쓰라고 했는데 부엌칼이라니. 그리고 거기 쌀을 채워 넣는군요. 국산 쌀이에요. 농부들은 쌀 소비가 촉진되었다고 기뻐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일본 귀신이나 중국 귀신보단 한국 귀신이 더 올 거 같긴 하네요.
“아야!”
칼을 대충 바닥에 던져놓더니 결국 베였네요. 근데 이 여자, 지혈할 생각은 안하고 피를 멍하니 보고 있네요. 그러다가 갑자기 인형에 피를 떨어트려요.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또옥- 또옥- 또옥- 손가락 끝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네요. 손가락에 난 상처에서 피가 슬금슬금 나오고 그 피가 조용히 흘러서 손가락 끝에 맺혀요. 그리곤 조금씩- 조금씩- 커지다가, 안 떨어지려고 버티다가, 끝내 떨어지네요. 인형 속으로요. 어두워서 새까맣게 보이는 인형 속으로 피가 떨어지네요. 충분히 넣었다고 생각했는지 인형을 봉합하고 붉은 실로 인형을 감아요. 참 꼼꼼하게, 참 느긋하게, 천천히 감네요. 그리고 예쁜 리본으로 묶기까지. 저주 인형을 만들어서 어디 선물할 작정도 아닐 텐데요. 그리곤 그 인형을 화장실에 두고 물에 넣어요.
“술래는 지은! 술래는 지은! 술래는 지은!”
말을 마치고 화장실 문을 닫고 나가네요. 까만 어둠, 그리고 그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붉은 실을 감은 예쁘장한 여자인형.
다시 문이 열리고 여자가 들어와요. 아 이제 이름을 알았으니 이름으로 불러야죠. 지은이 들어와요. 그리고 사정없이 찌르네요. 칼로 아까 자기가 베였던 칼로 찔러요. 칼끝에 묻어 있던 피 때문에 인형이 찔린 곳이 살짝 붉게 보이네요. 마치 정말 찔린 것 처럼요. 칼을 정확히 3번 찌른 후, 한 번 더 찌르네요. 정말 저 인형에 원한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성격이 원래 저런가. 찌르는 동안 말도 끊임없이 하고 있었어요. 중얼거리듯 읊조리듯 ‘세유 찾았다,’, ‘세유 찾았다.’, ‘세유 찾았다.’
인형 손 근처에 칼을 두고
“이번 술래는 세유! 이번 술래는 세유! 이번 술래는 세유!” 라고 외치네요. 그런데 이렇게 두고 보니 칼이 꽤 크네요. 저 인형이랑 키가 비슷해 보여요. 인형이 저 칼을 들 수나 있을까요? 그 전에 인형이 움직이지도 않겠지만.
불을 끄고 화장실에서 나와요. 다시 까만 어둠 속에서 덩그라니 있는, 붉은 실을 감은 예쁘장한 인형. 피를 흘리고 손에 칼을 든, 붉은 실을 감은 예쁘장한 인형.
여자가 바로 자기 방으로 가네요. 그리고 방문을 걸어 잠가요. 물론 입에 술을 머금은 채로요. 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네요. 발렌타인 17년 산, 화가 나네요. 그리고 어둠 속에서 앉아 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나 보자’ 라는 자세 같아요. 밖에서는 티비에서 틀어 논 음악이 흘러요. 잔잔한 클래식. 술과 클래식 그리고 어둠이라니 되게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어느 사이에 이 여자 거의 음악 감상 수준이네요. 입에 술을 머금고 있으면 힘들텐데. 아니 이미 슬쩍슬쩍 마시고 있는 걸까요. 어쨌든 조용하네요.
끼익- 끼익- 끼익-
금속성의 물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요. 잔잔한 음악 사이로 끼익- 끼익-
박자와 박자 사이 한 템포 쉬는 사이에 끼익-
점점 커져요. 끼익- 끼익- 그리고 안 들리던 소리도 들리네요.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옷이 끌리는 소리.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려요.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스르르- 덜그덕-
문을 열려다 잠금 장치에 걸리는 소리.
덜그덕- 덜그덕-
여자의 눈동자가 더 흔들려요. 문도 흔들려요. 덜그덕-
그러다가 다시 스르르- 스르르- 스르르- 끼익- 끼익-
티비가 켜놓았던 티비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어느 사이에 꺼진 걸까요. 다시 들리는 소리는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그리고 팟-
팟- 티비가 다시 켜지는 소리예요. 그리고 채널 돌아가는 소리.
채널이 빨리 돌아가는 모양이에요. 정신 없이 채널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요. 채널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요. 점점 빨리- 점점 크게-
어-
어? 채널 돌아가는 소리 중에 다른 소리가 들렸어요. 여자는 미처 못 들었나봐요. 듣고 싶어 보이지도 않지만.
치익- 치익- 어- 치익- 치익- 어-
이번에는 여자도 들었어요. ‘어’ 라는 소리가 티비에서 나오고 있어요.
여자가 결심을 했는지 손에 술을 들고, 여전히 입에 술을 머금은 채로 방문을 향해요. 손잡이에 손을 올려요.
치익- 치익- 어- 치익- 치익-
끊임없이 들리는 ‘어’라는 소리
여자가 손잡이를 똑바로 잡고 문을 돌리려는 순간에도 계속 들리는 소리
치익- 치익- 어- 치익- 치익- 어-
잠시 망설이는 지, 문을 잡은 채로 그대로 서 있어요.
치익- 치익- 어- 치익- 치익- 어-
치익- 치익- 어- 치익- 치익-
치익- 어- 치익- 어-
치익-
치익- 어-서나와- 치익-
그리고 뚜욱-
조용하네요. 스르르- 끼익- 스르르- 끼익-
반사적으로 문을 열어버린, 그래서 굳어버린 여자는 거무스름한 형상을 보고 정신을 차렸어요. 거실 가운데 덩그라니 놓여있는 예쁘장한 인형.
칼을 들고 붉은 상처를 가진 예쁘장한 인형.
그 다음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요. 귀신이 인형에서 탈출해버렸거든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이 모든 걸 어떻게 보았을까요?
마지막으로, 함께한 정을 생각해서 주의사항 하나만 전해드릴게요. 정말 귀한 주의사항이에요. 지금,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