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의 현대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 -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신앙에서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호 관계성에서부터 여행을 로맨틱하게 하는 마음과 태도에 이르기까지 - 을 깔끔하게 포착할 수 있는 어떤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공항밖에 없을 것이다. 온갖 소란과 교차 속에서 아름답고 흥미롭게 펼쳐지는 공항 풍경은 현대 문명의 상상력의 중심에 자리한다.(Epilogue)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구름 위를 지나는 British Airbus는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드는 세계인의 발자취가 닿는 곳, 어떤 이는 수년만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또 어떤 이는 매일 광대역 위성이 전해주던 목소리로만 그 존재를 확인하던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을, 어떤 이는 꿈을 품고 처음 내딛는 낯선 곳에 한껏 꿈을 담은 캐리어 가방을 끌러 놓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처럼 가슴팍에 묻힌 이의 묵직한 떨림만큼이나 눈물로 떠나보내는 이들까지. 공항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는 곳이지만 그 사연들은 머물러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이 오묘한 공간에서 작가가 상주한 일주일의 시간은 내가 이 책을 읽은 일주일 간의 시간 동안 고스란히 담기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것 하나만큼은, 여행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꼭 공항에 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