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 방송된 드라마 '대물'에서 중국 영해에서의 잠수함 좌초로 인한
군인들의 모습이 비추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천안함 사건을 떠올렸는데요
군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군가산점 문제 혹은 군복무자 특혜에 관해 말하려고 왔는데
제가 글을 길게 쓰는 타입도 아니고 제 주장을 하기보다
그냥 여러분들께 여운있는 글을 하나 남기고 가려고 합니다.
요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공정한 사회'가 거론될때
항상 회자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하버드 대학에서 정의론을 강의하는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여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겠습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조금 있으나 아주 뜻깊은 구절들이니 자세히 읽어 함께 생각해보아요)
다음은 Justice의 일부분, 미국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례에 대한 책의 설명입니다.
어떤 상처를 입어야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미덕과 영광을 둘러싼 문제가 너무 두드러져서 부정하기 힘든 사안도 있다.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을 놓고 벌어진 최근의 논쟁을 보자. 미군은 1932년부터, 전투를 벌이다가 적의 군사행동으로 다치거나 사망한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해왔다.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영광을 누릴 뿐 아니라 재향군인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특전을 얻는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는 재향군인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잦은 악몽이나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재향군인 가운데 적어도 30만명이 외상에 따른 스트레스나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보고도 들린다.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들에게도 상이군인훈장을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신 손상도 신체 손상만큼이나 사람을 쇠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국방부 자문단은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2009년 상이군인훈장 대상은 신체 손상을 입은 군인으로 한정한다고 발표했다. 정신장애와 심리적 외상에 시달리는 재향군인은 정부가 지원하는 치료와 장애상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훈장을 받지는 못한다. 국방부는 두 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적이 군사행동을 통해 의도적으로 유발한 것이 아니라는점. 그리고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방부의 결정은 과연 옳았는가? 이유만 놓고 볼 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라크전쟁에서 상이군인훈장 수여 대상으로 인정받은 가장 흔한 손상은 고막 파열이었다. 가까이에서 폭발물이 터졌을 때 생기는 손상이다. 그러나 총격이나 포격과 달리 폭발은 적이 아군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구사한 전술의 결과가 아니다. 그보다는 (외상후스트레스처럼) 교전중에 생긴 부수적 피해에 해당한다. 그리고 외상에 따른 정신장애는 다리가 부러진 경우보다 진단은 어렵지만, 그 후유증은 더 심각하고 오래간다.
상이 군인훈장 논란이 확산되면서 훈장의 의미와 훈장이 칭송하는 미덕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훈장과 관련한 미덕은 무엇일까? 다른 무공훈장과 달리 상이군인훈장은 용맹이 아닌 희생을 칭송한다.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적에게 입은 손상만이 기준이 된다. 문제는 어떤 손상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재향군인이 모인 상이군인훈장협의회는 훈장 수여 대상을 정신 손상까지 확대하는 데 반대하면서, 그럴 경우 영광을 "깎아내리게" 되리라 주장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은 "피를 흘린" 행위가 훈장 수여의 자격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피를 흘리지 않은 손상을 왜 제외해야 하는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 손상도 수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전직 해병대 대위 테일러 부드로는 이 논란을 설득력 있게 분석했다.
"강인한 마음가짐을 요구하는 사회는 정신이 무척 건강한 사람도 전쟁의 폭력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을 은근히 부정하도록 부추긴다. (중략)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군대가 전쟁에서 입은 정신적 상처를 은연중에 경멸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정신 고통에 시달리는 재향군인들은 절대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정신적 상처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외상에 따른 스트레스나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재향군인도 팔다리를 잃은 사람만큼이나 국가를 위해 영광스럽게 희생했다고 주장한다.
우선 다시 한번 천안함 사건 희생자들에게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같읕 슬픔을 나눕니다.
군인들은 언제나 목숨을 내걸고 군복무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복무기간 동안 전쟁이 안나서, 총을 맞거나 다치지 않아서 아니한 말로 군대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비해 재수 좋게 전역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위의 사례를 한국 사회에 일방적으로 투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같을 것이고 위의 사례처럼 모든 현역 군인들이 정신적 손상을 입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들 '군대'라는 것을 통해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나이에 본인의 기본권을 국가에 헌신합니다.
우리 사회가 국가를 위해 자신의 기본권을 희생하고 제약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따뜻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대물에서 고현정(서혜림 역)의 대사가 기억납니다.
"대한민국에서 더는 국가가 지켜주지 않는 국민들이 나와서는 안됩니다."
지금 군대에서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복무하고 있는 우리 국군들은 나라를 지키고 여러분들을 생명과 재산, 기본권, 자유 등을 지키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도 국가로부터 그들의 인격권을 보호받아야 되는 국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