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스텔*
[이제 어느정도는 움직여도 될꺼야. 무리하면 안돼고, 생각보다 회복이 빠른편이라 다행이구나]
[체력하난 '특A급' 이쟎아요. 벌써 붙고 있다니 ㅋㅋ 괴물]
[시끄러워.... 우빈형은? 왜 계속 J가 있는건데?]
[근신중이야. 그녀석도 그편이 나을테고]
[누나]
신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J가 무겁게 입을 연다.
[곧 회장님 입국하신다. 너 이런 꼴인거 알면 그땐 진짜 끝이야. 우빈이도 나도...]
[철 없는 녀석]
그녀는 J의 앞을 가로질러 방을 빠져 나갔다.
[...근신으로 끝나는거야?]
[아닐걸...니 실수야. 날 부른것과 너무 쉽게 니 몸을 내던진...뭐 그림자의 업보 아니겠어? 철없는 도련님?]
J는 그렇게 말하곤 방문을 열고 거실로 움직였다.
신현은 우빈의 모습을 기억해 냈다.
자신을 원망하듯 바라보던 눈빛과 자신의 말에 놀라던 눈동자.
['..형....']
갑자기 전신을 뚫고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공포감.
곧 할아버지가 온다.
뭐지? 이 느낌은...??
무언가 잘못되어가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할수없는 상태...
전화기도 통제되어 압수 당했고, 벌써 며칠째 침대에만 누워있는 걸까?
달력도...TV를 보는것도 금지되어 있다.
오늘은 몇일이지? 무슨 요일이지?
과연 그녀는 내게 어떤 대답을 가져올까?
신현은 비스듬히 일어나 침대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켜 본다.
어제 했을때 느꼈던 고통보다 조금 들한듯 하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일어설수 있을듯 했다.
발목이 아직은 부어있지만 다행히 부러지진 않았다니 조만간 이곳을 나갈수 있으리라
예전엔 도피처였던 이곳이 지금은 마치 감옥같았다.
항상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J
신현은 일부러 J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수 없도록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는 결코 마음으로 신뢰할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이번에 J를 부른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우빈이 알았다면 애초에 진명을 만나지도 못했을것이다.
우빈은 그런 사람이니까...
모든걸 자신이 덮어써버리는 바보같은 사람이니까
결과적으론...더 좋지 못한 상황이 되버렸지만....
신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의 판단미스...그로인해 벌어질 알수없는 상황
무언가..결론이 필요한 시기...
영감이 오기전에 빠져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주 큰 무언갈...왠지.... 놓칠것 같은 불안감이 신현을 괴롭게 조여오고 있었다.
[일주일 있다 다시 올거니까...감시 잘해]
그녀가 흰가운을 벗어던진 후 징이박혀있는 카키색 외투를 걸치자 이미지가 180달라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박 화영
올해 34살의 독신.
일찍이 의과대학을 나와 (조기 졸업) 논문 발표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러브콜을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학위 취득
세계의 이슈로 큰 화재를 모았던 그녀는 3년간의 잠적으로 의학계에서 '희대의 천재'라는 명칭만 남겨 놓고 사라졌다.
그녀는 차에 몸을 실은뒤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술에 물었다.
[우빈이 지금 어딨는지 알아봐]
[예]
차가 출발을 하자 차창밖으로 그녀가 내뿜는 담배 연기가 길게 꼬리를 물고 지나갔다.
[그쪽으로 모실까요?]
[...불러 들여]
그녀를 태운 검은색 리무진이 담배연기와 함께 도시를 가로질러 질주한다.
* 저스틴 *
우빈은 이미 만취상태였다.
주머니속에 넣어둔 핸드폰은 쉴새없이 울어댔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술 한병과 빈 잔이었다.
취한 그는 술을 제대로 잔에 따르지 못했고, 그 행동을 고집스럽게 계속 이어가로 있었다.
[그만 마셔! 많이 취했어!]
이때, 술병과 잔을 빼앗는 마스터
[...아직 멀었어요. 주세요]
[너 요새 왜그래? 현이가 또 사고친거야? 뒷수습이 잘 안돼? 내가 그녀석을]
마스터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조심스럽게 우빈을 바라본다.
[현이....그녀석...ㅋㅋ]
[우빈아? 차 우빈!! 이 녀석 정신차려~]
우빈은 그대로 테이블에 얼굴을 묻었다.
마스터는 그런 우빈을 바라보다 계산대에 대기중인 손님곁으로 황급히 자리를 옮긴다.
[...그녀석...알고 있더라구요... 내가...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알더라구요...잘 숨긴다고 생각했는데...그리고 있죠. 마스터...그 녀석 살고 싶데요...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 녀석이....살아가고 싶다고...살아야 한다고...ㅋㅋㅋ 원래 고딩이면 당연한 일인데 아니, 사람이면 누구나 살고 싶어하쟎아요...당연한 건데...그 녀석은... ....그러면 안돼는데...그쵸? 마스터....]
우빈은 힘겹게 눈을 떠 그들이 자주 앉았던 중앙의 테이블을 바라본다.
취한 그의 시선에 그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즐거운듯 대화하는 이들의 무리속에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신현
그리고 그 옆엔 자신의 모습...
굳어 있는 신현의 얼굴을 살짝 건드리면 발끈하는 그의 모습에 미소짓던 자신의 모습
[저희와 가주셔야겠습니다]
테이블에 몸을 맡긴 우빈의 곁으로 건장한 사내 두명이 다가와 예의를 갖춘 후 입을 열었다.
미동이 없자 한 사내가 우빈의 팔을 잡아 일으킨다.
[당신들 뭐야? 누구야?]
황급히 다가온 마스터가 그의 팔을 붙잡아 저지하자 술에 취한 우빈이 겨우 입을 움직였다.
[괜챦아요...마스터...괜챦아...]
그들은 조심스럽게 우빈을 차에 태워 그곳을 빠져 나갔다.
차 뒷좌석에 거의 반쯤 몸을 눕힌 우빈이 중얼거린다.
[...늦었네...바로 올줄 알았는데...]
[일단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
우빈은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상황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점차적으로 침식해 오고 있었다.
그토록 퍼부어 마셔댔던 알콜의 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나는듯 미세하게 손끝이 떨려온다.
거의 집앞에 도착했을땐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아이 하나 두고 가겠습니다]
[이봐~ 난 낯선 사람있음 잠 못자. 데려가]
[아침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못들었어? 데려가라고~도망칠거면 벌써 너희들 센서밖이야. 그럴맘 없으니까...그냥 데려가...자극하지 말고]
[......쉬십시요]
그는 눈짓으로 그를 불러 냈고, 우빈은 그들이 현관을 나서자 있는 힘껏 문을 닫는다.
[빌어먹을....일부러 그러는거 다 안다고...젠장~]
순간 핑~하고 현기증이 일어난 우빈은 그대로 쇼파에 몸을 내동댕이 쳤다.
그제서야 온몸에 긴장이 풀렸고, 술기운이 파고 들었다.
승주야...미안하다..... 미안해....
정말....너랑...도망치고 싶었어....
너라면...다시 시작할수 있을 자신이 있었는데...
또 다시 기다리게 만드는구나....미안....미안해....
우빈의 눈꺼플이 스르륵 내려 안는다.
캄캄한 어둠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맞이하듯 그의 몸은 쉴새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