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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날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비록 부질없고 싸구려 연대감이지만

고독을 그것과 바꾸고 싶을 때도 있고,

형편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좋으니,

겉치레라도 그들과 함께

고독을 나누고 싶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

 

특별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보편성의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 댓가로, 고독이라는 것을 요구한다.

(그것이 내적인 것이든, 외적인 것이든.)

 

나 역시도, 보편성의 틀에서 벗어난 댓가로,

고독이라는 것을 짊어져야만 했다.

 

누군가는,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독이라는 것이 마치 열등의 증거인 양,

그것을 짊어진 사람들을 이단아로 취급한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우면,

필사적으로 그것을 감추려 들거나,

무엇으로든 그것을 메꿔넣어보려고 애쓰곤 한다.

 

'사랑이란 무턱대고 덤벼들어 헌신하여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과 미완성인 사람,

그리고 무원칙한 사람과의 만남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랑은,

그 내면에서 고독의 무게를 지워버린 사랑은,

날이 갈수록 가벼워져만 가고,

이제는 사랑이라는 것의 진짜 의미조차,

세상은 잊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바로 그런 시간들이,

고독이 자라나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나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단아 취급을 받을 것이고,

너도나도 고독의 짐을 내려놓는 것을 보며,

내 고독의 무게를 더욱 깊게 느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짊어진 고독은,

나 자신의 선택으로 짊어진 이 고독만큼은,

그것이 비록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짓누르더라도,

싸구려 연대감을 위해 그것을 내려놓거나,

아무하고나 그것을 함부로 나누는 짓 따위는,

하고싶지 않다.

 

'...사랑도 배워야 하니까요.

모든 노력을 기울여 고독하고 긴장하며

하늘을 향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승화되고 심화되는, 홀로됨입니다...'

 

7년 전의 그때처럼,

'진짜'를 보고 느낄 수 있게될 때가 온다면,

그때가 아마도, 내 고독의 짐을 비로소

내려놓는 때가 될테니까.

그때까지는, 고독을, 홀로됨을, 승화시키고 심화시킨다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이를 물고, 느껴보려고 한다.

 

......

 

위대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하늘빛 편지가 마치, 하늘색 눈물방울처럼 느껴지는 날.

 

아무리 내가 여자를 원해도,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보단,

같이 울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 주리라고 다시 다짐해보는 날.

 

그냥 오늘은 그런 날이다.

어쩌다 한번쯤, 언제나 그랬듯,

고독의 무게가 실없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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