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인데
공부도 안되고 쓸쓸하고 울적해서 글이나 끄적거려 봄...
읽기 귀찮은 사람은 읽고 욕하지 말고 뒤로가기 [♡]
나한텐 두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있음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맞벌이라 종종 둘만 집에 남아 있었는데
나 없으면 죽을 것처럼 내 치맛자락만 붙잡고 따라다녀서
나는 또래 여자애들하고 놀 수가 없었음...
그 대신 내가 형처럼 총싸움 칼싸움 공룡놀이 로보트삼단합체도 해주고
같이 늑대소년 모글리마냥 이 산 저 산 헤집으면서
도롱뇽 개구리 한 주머니 잡아주고 그랬음
하얀 피부에 비쩍 말라서 머리만 큰 -_- 녀석이 얼마나 불쌍했는지
방과 후면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의 로망인 핑클놀이 세일러문놀이를 포기하고
동생을 돌봐주어야 했음...
난 내가 지금도 테트리스나 알투비트 같은 여성스러운 게임 못하고
스타 워크 디아블로 이런 파워 돋는 게임 하는 이유가
전적으로 내 동생 탓이라고 생각함(-_-;)
그렇게 내가 애지중지 길러놨으면 어느 정도 커서 보은을 할 것이라 생각했음
그런데 이 배은망덕한 녀석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초딩기를 지나며 대가리가 굵어지더니
보은은 개뿔 슬슬 나를 깔보기 시작했음
어릴 땐 그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뉴냐 뉴냐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ㅇ_ㅇ*"
이러던 귀여운 녀석이
요새는 내가 외출하려고 화장하면
내 방에 들어와서 화장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빤-히 쳐다보고는
고개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 푹... 쉬면서 나감................ㅡㅡ
가타부타 말은 없는데 기분이 참 더러움...
녀석이 나한테 복종할 때는 오직 음식을 해주거나 용돈을 주었을 때 뿐임
근데 그것도 참... 복종은 복종인데... 기분이 아리까리 함...
지난 번에 알바비 받고 5만 원 줬더니
하루종일 날 따라다니며 굽신굽신 거렸음...
뭘 시키면 하는 것도 아님... 그저 따라다니면서 굽신굽신 거림...
물 한 잔 갖고 오라면 안 갖고 옴... 그냥 굽신굽신 거림...
내 생각엔 굽신을 가장한 업신인 것 같음...
나이가 들수록 나와 말하는 횟수도 줄어듦
지금은 고3이라 얼굴 볼 일도 없으니 더 함...
지난 주에 내 동생이랑 일주일 만에 대화함
"누나"
"어?"
"누나 한 달 넘게 접속 안해서 길마가 누나 짤른대"
"ㅡㅡ..."
이게 대화의 전부였음...
나 길드 짤렸다고...
던파 안톤써버 렙 10 이상 길드 계신 분 있으면 나 좀 데려가길 바람...
오늘 아침이었음
녀석은 오늘 오랜만에 자습이 없는 날임
낮까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음
치~~~~~~~~~~~즈!!
찰칵!!
=_=????????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 황급히 내 방을 나가는 녀석의 뒤통수가 보였음
녀석은 급히 달아났지만
우리 집은 그렇게 넓지 않음
내 방에서 나와 성큼성큼 서너 걸음 걸으면 동생 방임
녀석이 나의 끔찍한 딥슬립픽쳐를 누군가에게 전송하려는 정황을 포착함
나는 평화주의자지만 녀석의 행동에 유혈사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음
그걸 같은 반 친구녀석에게 전송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임...
나의 혹독한 고문에 녀석이 절규했음
"아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ㅠㅠ"
아주 예전에 녀석이 주말 자습날 도시락을 안 갖고 가서
내가 한 번 학교에 도시락을 가져다 준 일이 있었음
그 때 나를 본 녀석의 친구 하나가
평소 연상녀를 사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그 날 이후 자신의 최종 목표를 나로 하겠다고 엄숙히 선언했다 함 ㅋㅋㅋㅋㅋㅋㅋ
경악한 내 동생이 놈을 회유도 해보고 설득도 해보고 협박도 했지만
대체 나를 누구랑 헷갈렸는지(동생의 말) 푸른 대나무와 같이 절개를 지켰다고 함 ㅋㅋㅋ
ㅋㅋㅋ
친구놈의 평소 언행을 아는 내 동생은 그 녀석이 영 탐탁치 않았는데
아무리 해도 놈이 마음을 바꿀 것 같지 않아서
나의 이상한 사진을 보여주면 마음을 접지 않을까 해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네끼리 자알 놀고 있음
왜 밥 사줄테니까 한 번 데려와보지 그러냐고 빈정거렸더니
내 동생 정색하고 버럭 소리질렀음
"그 새끼는 안 돼!!!ㅡㅡ 알지도 못하면서!!!"
ㅋㅋㅋㅋㅋ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내가 너보단 많이 알 것인데...
이 자식 은근히 귀여움...
아주 예전에 내 동생이 먹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취해서 한 말이 있음
"그래도 나는, 누나가 있어서 참 좋다."
평소에 그런 말 절대 안 하는 무뚝뚝한 녀석인데,
술도 못 마시는 게 우겨서 소주 두 잔 마시고 저랬었음
내 생일엔 손수건 한 조각 안 주면서 지 여친이랑은 백 일 이백 일 선물도 챙기는
재수없는 놈이지만
이 맛에 동생 기르는 것 같음....ㅡv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