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은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하고 몰래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혁준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민상을 따라 나갔다. 그곳은 아주 음침한 나무숲이었다. 여학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미인이었다. 혁준은 일을 하는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구경하게됐다고 속으로 킥킥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뜨거운 영화를 찍는 중이었다. 정말 거친 사랑을 할 줄 아는 젊은 남녀였다. 그들은 뜨겁게 키스를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민상은 여학생의 옷단추를 풀었다. 그리고는 가슴을 애무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을 움켜쥐기도 하고 가슴을 물기도 했다. 정말 사람 애간장 녹인하고 혁준은 생각했다.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연출되려는 순간이었다. 혁준은 침을 삼켰다. 너무 오래 독신생활을 해왔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여학생은 정말 섹시했다. 마른줄 알았던 몸매는 육감적이었다. 혁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 여학생 유령도 혁준 옆에서 무슨 좋은 구경인가 하는듯이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서서히 놀라고 있었다.
혁준은 그녀가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았았다. 갑자기 분노가 커지면서 그녀의 모습이 그 섹시한 여학생에게 보인 것 같았다.
갑자기 여학생이 비명을 질렀다. 민상은 그녀에게 마지막 단계의 뜨거움을 연출하려는 찰나였고 여학생은 그를 받아들이려는 단계였다.
민상이 여학생의 입을 가렸다. 하지만 그녀의 놀람은 가려지지 않았다.
혁준은 조금 기다렸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때 교관들과 한생 몇이 뛰쳐나왔다. 한적한 시골에 여자의 비명소리는 모든 사람들의 잠을 깨우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민상과 여학생이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듯했다.
민상과 여학생은 그제서야 서로 떨어져서 옷을 챙겨입기에 바빴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 놀란 것은 여학생 유령의 모습 때문이었다. 민상도 그제서야 그 여학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누구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민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섹시한 여학생은 덜덜 떨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잠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듯 했다.
"이 나쁜놈. 바랑둥이.....내가 너 때문에 죽었는데도 넌 여전히 그런 짓
을 하는구나."
"난 내 눈을 믿을수가 없어. 그리고 그건 오해야...."
하지만 아무도 그말을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 섹시한 여학생은 옷을 챙겨입고 창피한듯 달아나버렸다.
사람들이 쑥덕거림이 커졌다. 철우는 자신의 눈을 믿을수없다는듯 유령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원중의 대표였던 그 착실남이 철면피자 바람둥이이며 여자들을 건드리는 악덕한 놈이라는 것도 믿을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건장한 남자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정말 가관이었다.
그 다음날 민상은 퇴소당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루종일 그 이야기로 쑥덕거렸다. 철우는 마지못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도 내 눈을 믿을수 없지만 유령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게
됐소. 그리고 사람이란 겉모습만으로는 알수 없는 것 같소. 앞으론 이런
피해가 없도록 조심하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철우는 마지못한 것 같았다.사례비를 받고 혁준은 짐을 챙겼다. 여학생 유령과는 이미 작별을 한 터였다. 여학생 유령은 공개적인 망신을 준 일이 아주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다음엔 겉모습에 속지 않고 아주 성실한...... 정말 저만 좋아해주는 진
실한 유령 남자친구를 사귈 거에요...."
하고 그녀는 사라져갔던 것이다.
혁준이 짐을 챙겨 나오는 중에 갑자기 철우가 아는 척을 했다.
그는 또 대련을 원하는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상대를 해주시겠소?"
" 자신없는데요."
하면서 혁준은 아무도 눈치못채게 웃었다. 이제 일은 끝났다. 더 이상 철우와 타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철우는 먼저처럼 혁준을 잡아챘다. 하지만 그 다음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혁준은 힘들이지 않고 철우를 쓰러뜨려 제압해버린 것이다.
"어...이게 무슨 일이지? 어제 너무 놀라서 필요이상의 초능력이 나왔나
봐요."
학생들이 쑤근쑤근 거렸다. 고소해죽겠단 표정이었다. 철우는 자신이 졌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듯 그것도 힘한번 못쓰고 옴짝달싹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듯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혁준은 예의바르게 철우에게 인사하고 학생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그곳을 나왔다. 학생들의 환호성이 등뒤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철우에겐 한꺼번에 여러가지 충격이 가해진듯 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혁준은 차창밖 사이로 잠시 뭔가를 본듯했다. 혁준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지금까지 봐온 유령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말 그대로 한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악귀였던 것이다. 혁준이 놀라서 차를 세우고 다시 돌아봤을 때 이미 악귀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그 악귀는 더욱이 혁준을 알고 있는듯 했다.분명히 그를 향해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말이다. 혁준은 왠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가슴은 섬뜩함으로 두근거렸다. 하지만 곧 별거아니라는 식으로 잊어버리려고 했다. 다시 대면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준은 알지 못했다. 그 악귀와는 언젠가 다시 대면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도 단지 시작의 한 부분으로서 말이다.
집에 돌아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집엔 이미 재원과 강후가 돌아와 있었다.
재원은 혁준을 위해 삼겹살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함께 제공되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서비스가 굿인데......친구란 이래서 좋군."
"네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진 모르겠지만 정말 귀신이 존재하다는 건
믿지 않아. 네가 과장했거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순간 어떤 환각을 본 걸
거야. 왜 그런 거 있잖아. 어떤 특별한 물질이 착시현상을 느끼게 하는
것 같은 거.참새들이 허수아비를 보고 무서워하는 것처럼 말이지....."
"맘대로 생각해. 어차피 네가 뭐라고 말할 줄은 이미 알고 있었어.."
"아줌마. 귀신은 정말 있어요."
강후가 그렇게 말하자 재원은 혀준을 잠시 노려보고 강후를 안됐다는듯 쳐다봤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건 정말 슬퍼. 니 아빠가 널 아주 물들여놨구나. 정
말 용서못할 일이야."
"이 아줌마한텐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니까....."
마치 포기했다는 투다. 재원은 혁준을 노려봤다.
"참 아빠. 토요일날은 학교 끝나고 영수네 갔다올게요."
"왜?"
"영수네 지하실에서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난데요. 우는 소리 같기도 하
고 긁는소리 같기도 하고.....그래서 저랑 친구들이랑 같이 알아보기로
했어요....더욱이 그날 어른들이 집을 비운데요. "
"말도 안돼. 애들만 놔두고 어른이 어떻게 집을 비워."
"여럿이 같이 있기로 했어요. 그리고 영수네 삼촌이 오기로 했어요. 고등
학생이래요."
"고양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내 놈은 지킬 수 있다구요."
재원은 이 두부자의 대화를 어이가 없다는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절대로 허락해선 안돼. "
"여자는 이럴때 참 피곤해....'
둘은 서로 동의한다는듯 의견을 주고 받았다.
재원은 혈압이 올라 소릴 질렀고 둘은 못들은듯 무시했다.
강후는 숙제를 하기 위해 자기방으로 갔고 혁준과 재원은 정원으로 나갔다.
"난 이곳이 참 마음에 들어.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아내가 유난히 정성을 들였던 곳이지....'
"알아. 그때 이 정원은 정말 아름다웠어.모두 감탄할 정도였지. 현희씬
정말 좋은 여자였어.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감탄할 정도로 좋은 여자였
어. 다른 여자들은 다 자신 있었는데 현희씨만은 이길 수가 없었어. 나
실은 현희씨한테 정말 미안한 일이 있어.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현희씬 모르는척해줬어....."
"어. 그런게 있었어? 그게 뭔데. 나도 그 약점 잡아서 네가 말 안들을 때
마다 써먹게....."
"이 바보야. 넌 몰라도 되는 일이야. 아마 평생 넌 모를 거야. 그리고 그
건 여자들만의 은밀한 비밀이구......"
갑자기 재원의 얼굴이 슬퍼보였다. 재원은 여자들은 정말 알 수 없다고 잠시 생각했다. 현희와 재원은 사이가 좋았다. 현희는 남편의 이성친구를 이해해주는 정말 마음 넓은 아내였다. 그리고 여자들에겐 여자들끼리만 통하는 세계가 있는가보다. 남자인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어쨌든 집에 오니 정말 좋다......"
"나도 네가 서울에 있다는 게 좋아. "
하루는 평화롭게 저물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알지 못했다. 앞으로 불어올 바람이 얼마나 매섭게 그들에게 닥쳐올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