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에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여자가 몇이나 될까?
생리 중에는 정말 할 수만 있다면 당장 확 죽어버리고 싶다.
생리를 시작한 지 십몇 년이 훨씬 넘었으니 벌써 십몇 년 동안이나 이 짓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혹시 피임을 확실히 하지 않은 섹스라도 했다면 통증과 함께 찾아오는 시뻘건 피가 반갑기 그지없겠지만 최근의 나처럼, 동정녀 마리아가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면 피가 비치는 즉시 한숨만 들 뿐이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앞으로 사오일 동안은 산 채로 고문을 당하겠구나.
삶의 의지가 습자지처럼 얇아지는 일주일
흰 옷은 절대 꿈도 못 꾸고, 하루종일 저런 표정(사진 오른쪽)으로 보내야 한단 말이다.
물론 나는 여자들 중에서도 생리로 인해 당하는 고통이 매우 큰 축에 속한다.
정확히 생리를 시작하기 2주 전쯤부터 월경 전 증후군을 극심하게 겪는데,
이것만 하더라도 어서 죽여라 빨리 죽여라 할 만큼 삶에 대한 의지는 습자지처럼 얇아지고 만다.
생리를 시작하기 전에도 아랫배에서 오는 고통이 쿡쿡 쑤시고 신경이 면도날처럼 날카로워지지만, 막상 생리가 시작되면 아랫배에서 오는 고통은 면도날이 배를 온통 후비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진통제 없이 이 유혈사태를 맞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통제가
이 상황을 완벽하게 완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고통의 날을 조금 둔중하게 누그러뜨릴 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 유혈사태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브를 몇백 번, 몇천 번이고 저주했다.
그녀가 그 망할 놈의 과일을 먹어서 우리 여자들이 이 고통을 당한다는데, 망할 인간 같으니.
그러다가 또 식탐을 어떻게 막나, 하고 통증에 두드려 맞은 몸으로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이불 위에 유치원 아이가 놀다 버린 종이인형처럼 구겨져서 그저 견뎌내는 채로 십 몇 년을 보내 온 것이다.
그럴 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생리대 광고를 보면 버럭 하고 화가 난다.
나는 아직까지 정해놓고 쓰는 생리대 브랜드가 없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그들이 나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한 까닭이다. 광고를 보면 사람이 그걸 사고 싶어야 하는데 나는 생리대 광고를 보고 단 한 번도 그것을 사고 싶다고 끌려 본 적이 없었다.
포카리스xx 광고와 전혀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 순결한 얼굴을 한 순결한 흰 옷의 아가씨들이,
그 날도 괜찮다며 청순하게 웃는데 뭣하러 그걸 사야 한단 말인가.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여자들이라면 무슨 생리대를 쓰던지 생리 자체가 별로 고통스럽지 않은 여자가 분명하다.
우리의 고통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차라리 이런 광고를...그 날 이렇게 잘 수 있다면 1년치를 몽땅 사겠어요.
생리대 광고에 나오는 것만 보면, 생리란 매끈한 피부와 흰 옷으로 조금 불편하다고 우아하게 말하면서 견뎌낼 수 있는 괜찮은 그 무엇인 것 같지만, 나를 포함해서 심한 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들에게는 수명을 이십 년 내 준다 해도 지금 당장 폐경하고픈 그 무엇인 것이다. 그 날에도 활동을 실컷 할 수 있느니 마느니 하는 건 둘째 이야기고, 일단 그 날에도 살아남아서 밥벌이는 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흰 치마 입고 웃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뭉친 피로 가장 민감한 부분의 피부가 짓물러 울고 싶은 지옥 같은 한 달의 며칠인데. 정말로 생리대를 팔고 싶다면 그날 차마 웃을 수 없는 여자들을 노려야 한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부터 당장 일 년 치는 사겠다. 나는 앞으로도 이십오 년 정도는 생리를 할 우량 고객이니까. 그러니 제발, 흰 웃음에 흰 옷을 입은 아가씨들을 집어치우고 진짜 우리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눈치만 보여준다면, 나는 감동해서 당장 가게로 쫓아가겠다. 정말이다.
출처 : 매거진T "김현진의 이상한 나라의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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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왕공감.
생리통을 겪진 않는데 언니는 하루전날부터 생리통에 시달려야하는지경이라..
심할땐 일어나지도 못할정도.
게다가 생리하는날 하얀옷을 입는여자가 몇명이나 된다고.-_-
아무리 좋은 생리대를 써도 생리통의 고통이 줄어드는것도 아닌데..
저 광고는 너무 포장을 했더라는...
생리통이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은 도시 라이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대만 바꾸면 마냥 행복해질것 마냥 광고를 하는게 웃깁니다.
예전부터 말이 있어 왔던게 생리대의 특정 성분이 생리통을 심하게 할 수 있다는 거 아니였나요? 저만해도 제몸에 맞는 놈을 쓰면 나름 괜찮고 정말 화학성분으로만 만들어진걸 쓰면 죽을거 같은데 아예 아프다 소리도 못할 정도까지 되니까요. 환경호르몬의 영향이라고도 하구요.
그것 뿐만 아니라 냄새 걱정에 양 걱정에...
저같이 생리증후군이 심하거나...
징크스가 있어서 시작하는 날만 되면 하루종일 뛰어다니면서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은... 정말....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