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나는 대원들 여섯을 데리고 계단으로 올라섰다. 계단 입구에 사람 하나가 보인다.
머리에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놈은 HK416을 들고 있다. 탕-! 놈을 보자마자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놈의 가슴팍을 정확히 맞춘 듯하다. 녀석은 어깨가 잠시 바르르 떨렸을 뿐 금세 바닥에 쓰러진다.
내 뒤를 따르던 여자대원 하나가 놈의 가슴에 한 방을 더 쏘았다.
문을 열고 총부리를 겨눈 채 대원들에게 손짓했다. 저벅저벅.
귓가에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구별되지 않는 느낌.
건물 깊숙이 들어가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
쾅!
투두두두두두두-
순간,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총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나는 검지에 힘을 줘 방아쇠를 반쯤 당긴 채 동작을 멈춘다. 내 뒤를 바짝 따르던 대원도 멈춰 섰다.
총소리는 1층에서 들린 것이다. 이미 1층은 접전 중인 모양이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좀처럼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우리는 점점 속도를 내어 걸었다.
나는 무전 버튼을 눌러 본부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본부, 여기는 블랙코인 원. 2층 복도의……”
펑-!
눈앞이 뿌옇다. 핑! 귓가에 뭔가 강한 파열음을 내며 스쳐간다. 고막이 찢어질 것 같다.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내 손은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총구에서는 끝없이 총탄이 뿜어져 나온다.
탕! 탕! 탕!
끄아악-!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 소리가 복도 안을 자욱하게 채운다.
“끄으윽-”
고막의 통증 때문에 비명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다.
어느새 나는 바닥에 착 붙어 엎드려 있다. 이제야 연기가 조금씩 사라진다.
아까 보았던 놈처럼 복면을 쓴 사내 대여섯이 바닥에 쓰러진 게 보인다.
놈들을 지나서 걸음을 더욱 빨리 했다. 귀가 먹먹하다.
복도 끝에 방 하나가 있다. 그 옆으로는 1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방을 발견하자마자 나는 뒤로 몸을 숨겼다.
혹시 방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적이 총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에서는 아무 기척도 없다.
대원 한 명과 방문 앞에 선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들고 하나씩 접었다.
셋, 둘, 하나! 쾅!
문이 열리자마자 의자에 묶여 있는 장 박사가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문 뒤로 피해 벽에 붙었다.
탕! 탕! 투두두두두두두두두-
예상대로 총알 세례가 이어졌다. 총알은 바로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바로 옆에 있던 대원 하나가 비명도 못 지르고 무방비로 총알 앞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인다.
코끝이 비릿하다. 가슴 안쪽으로 손을 넣어 데저트 이글을 꺼냈다. 총을 바로 잡고 숨을 멈춘다.
탕! 탕! 탕! 탕! 탕!
복면은 모두 다섯. 다섯 발을 쏘고서 재빨리 다시 몸을 문 뒤로 숨기자
그제야 총열의 뜨거움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맨 앞에 무방비로 있던 장 박사가 총알에 맞지 않았어야 하는데…… 다시 총구를 겨누며 방을 향했다.
장 박사 뒤로 검은 복면 하나가 보인다.
탕! 탕!
“클리어!”
복도에 대고 소리쳤다.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내 뒤로 몇몇 대원들이 따라 들어오고 나머지는 복도를 확인했다.
방에는 장 박사와 총 맞은 복면들 외에 아무도 없다.
바닥에 널브러진 복면들은 모두 가슴 위쪽에 총을 맞았다.
나는 다시 소총을 장전해 확인사살 했다. 의자에 묶인 장 박사가 재갈 물린 입 사이로 신음을 흘렸다.
장 박사는 다행히 팔에 총알이 스쳐간 것 말고 멀쩡해 보였다.
“당신이 장 박사?”
대원들이 의자에 묶인 팔다리를 풀어주자 장 박사는 입에서 재갈을 빼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숨이 막혔는지 그는 기침을 하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일어나시오. 몸은 움직일 수 있겠소?”
그때 이어폰을 통해 목소리가 들렸다.
-전대원 듣기 바란다. 은행 금고 안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보고다.
1층 적은 모두 클리어. 폭탄을 해제한다.
1층에 있는 대원이었다. 내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2층 클리어. 목표 달성. 인질 대피 후 폭탄 해제 바람.”
무전 버튼을 떼고 나는 장 박사를 일으켜 세웠다. 장 박사는 잠시 중심을 못 잡았다.
“자네, 우리 진입로로 장 박사 대피시켜.”
“네!”
소총을 재장전한 뒤 1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무전이 다시 울렸다.
-긴급상황. 긴급상황. 폭탄해제 불가. 모두 대피하라.
나와 대원들은 아예 뛰어서 금고를 향했다. 나는 소리쳤다.
“시간은?!”
-60초, 앞으로 59초. 해제가 불가합니다.
“기다려.”
1층의 로비에는 아직 건물을 나가지 못한 일반인들이 건물을 빠져나가려 웅성대고 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금고로 뛰었다.
“헉헉- 어떻게 된 거야?”
폭탄 전담 대원은 금고 안에 쭈그려 앉은 채 뻘뻘 땀을 흘리고 있다.
“아, 중위님. 해제 방법을 모,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니 말이 돼!”
“변이형입니다. 건드렸다가 오히려 위험합니다. 안 되겠…습니다.”
녀석의 손끝이 덜덜 떨고 있다.
“좋아, 그럼. 우리 둘만 여기 남아 해제를 성공하고 나머지는 건물 바깥으로 대피한다. 실시!”
녀석이 고글 너머로 나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게 느껴졌지만 별수 없다.
임무는 아직 안 끝났으니까.
“자, 이제 어떡하면 되지?”
검은 계기판처럼 생긴 폭탄을 보며 내가 물었다. 다른 구식 폭탄과 별로 다를 바도 없게 생긴 걸
왜 못한다는 거야, 도대체?
“중위님, 차라리 대피하시는 게…… 제, 제가 여기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어서……”
“좋아. 지금 그 말은 나가서 본부장에게 꼭 얘기해주지. 그럼 넌 진급이다. 계약금도 오를 거라고.
자, 얼른 설명이나 해!”
“이, 이거 기체를 이용한 거라 작동된 이상……손 쓸 도리가 없습니다.”
“기체라고? 그럼 이 버튼은 뭐야? 선 같은 건 전혀 없다는 거야?”
“네, 이건 아주 최신식입니다. 전 못합니다. 빨리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빨간 숫자가 깜빡이며 ‘15’를 표시하고 있다.
“뭐하나? 얼른 뛰어!”
우리는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마음은 벌써 백 미터 앞을 달리고 있는데, 몸은 묵직하기만 했다.
모래주머니가 달린 것처럼 무거운 몸을 끌고 최대한의 속도를 냈다.
그런 우리의 뒤로 째깍째깍 소리가 따라 붙는 듯했다.
“뛰어! 미친 듯이 뛰어!”
“헉헉… 중위님!”
건물의 바깥으로 몸을 던졌을 때 등 뒤에서 폭파음이 울렸다.
쿠콰쾅-!
“엎드려!!”
다음 날,
SS용병회사 본부.
본부장이 내게 시가 한 대를 건넸다. 나는 오른쪽 눈을 치켜뜨고 그를 올려봤다.
이 영감이 무슨 속셈이지? 아무튼 나는 시가에 불을 붙였다. 향이 아주 기막혔다.
“어때, 향이 죽이지?”
본부장이 이마의 굵은 주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예, 아주 좋네요.”
“쿠바산이지.”
쿠바라…… 나는 말을 멈추고 가만히 시가를 바라보았다.
“자네 고향 근처지? 자네한테 또 고향 생각이 나게 한 모양이군?”
“아닙니다. 쿠바라면, 값이 꽤 나가겠군요.”
“그렇지. 내전 중이니까. 피의 대가로 태어난 거라고나 할까.”
말을 내뱉자마자 본부장은 껄껄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피의 대가라, 그런 말을 하면서 저렇게 웃을 수 있단 말인가?
“부르신 이유는……?”
“자네도 모르진 않을 텐데. 이번에 그쪽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여간 구시렁거려야지……
아, 물론 자네 탓이라고 하는 건 아니네. 자네 탓 아닌 건 나도 잘 알지……
어쨌거나 임무는 완수를 했으니. 허지만 윗사람들이 어디 그런 거 아나.
늘 계획대로 착착 다 될 줄 알지.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내 탓이라고 욕이라도 해대면 속이 시원할 것을, 애써 뱅뱅 돌려 말하는 영감 꼴 보기가 영 사납다.
물론 폭탄 설치를 막지 못해서 은행 건물을 비롯한 주변 대부분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가 생긴 건 알고 있다.
그 때문에 T&H쪽에서 시 쪽에 돈 물어주느라 계약금 두 배 되는 돈을 썼다는 것도.
하지만 그런 걸 갖고 투덜거릴 거면 아예 박사인지 뭔지 하는 사람 죽도록 내버려둘 일이지.
아니면 이미 저 세상에 간 테러범 자식들한테 돈을 뱉어내라고 하던가.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나는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십 년짜리 용병을 어디서 쉽게 구할 수는 없을 테니
쉽게 계약을 끊자 고는 못할 거다.
“아마 자네가 하기 싫어할 테지만 말야.”
내가 싫어하는 것? 설마……
“신병 훈련을 맡아줘야겠네.”
“뭐요?!”
아뿔싸. 나도 모르게 흥분해버리는 바람에 탁자를 내려치고 말았다.
탁자 위에 놓인 크리스털 재떨이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덜덜거렸다.
“나더러 신병을 훈련시키라구요?”
“이, 이렇게 흥분할 것 없잖나.”
“난 죽어도 전장에서 죽을 거요. 나 말고 잘난 훈련 조교 많지 않습니까? 왜 날…”
“이봐. 상부 명령이야. 이건 징계 대신이라고. 자꾸 이러면 계약 불이행이야.”
제길, 그놈의 계약 운운하고는.
“한 기수만 훈련시키면 되잖나. 자네도 인간인 이상 쉴 시간도 필요할 거고 말야.
휴가인 셈치고 30일만 맡게. 이후로 내 다시는 전장 밖으로 나가란 말 안 하지. 약속하네.”
나는 눈을 부릅떠 본부장 영감을 쳐다보았다. 영감의 표정에서 움찔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듯 내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좋습니다. 이번 한 번만입니다. 계약은 그쪽만 하는 게 아니라 나도 한다는 걸 잊지 마쇼.”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제대로 타들어가기 시작하는 시가를 재떨이에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