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유학중인 17살 여학생입니다
남동생과 함께 외숙모댁에서 홈스테이를 하고있고요
외삼촌께서는 이번에 새로 시작한 사업일로 인해 12월말에 캐나다 위쪽으로
올라가시는 바람에 외숙모 혼자 당신 자식들과 저, 제동생을 돌봐주시고 계십니다
쓰다보니 글이 조금 길어졌어요
1월 22일 화요일.. 한국시간으로는 23일 수요일이였겠네요..
학교가 끝난뒤, 며칠후에 있을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여섯시까지 공부를 하고나서 집에 여섯시반쯤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하층에 신발을 벗어놓고는 계단을 통해 일층으로 올라왔더니 친척오빠가 제 현관문 소리를 듣고 달려나오며 제 동생이 학교에서 뇌진탕을 일으킨 것 같다고 하더군요
놀란 저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동생과 함께 쓰는 방의 방문을 열었고,
동생은 마침 잠에서 깬듯이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비스듬히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친척오빠가 너한테서 뇌진탕 증상이 나타난다는 거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나? 내가 뭐? 우리학교에서 무슨일 있었대?"
라며 오히려 저에게 되물어보더군요..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이거 왠지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영어단어 extension을 하나 내주고는 십초 후에 다시 물어볼테니 외우라고 하였습니다
십초 후, 대답을 못 하덥디다
단어가 약간 어렵나 해서 평소에 동생이 좋아하는 운동인 football로 단어를 내줬습니다
일요일마다 풋볼 중계를 챙겨보던 녀석이.. 학교 점심시간마다 친구들과 풋볼을 하는 녀석이..
지퍼를 달았는지 입을 앙 다물어버렸어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안 잡혔습니다..
차근차근 설명을 들어보니, 그날 세시에 학교가 끝난 제 동생이 아무도 없는 집에 제일 먼저
도착하였고 두번째로 친척오빠가 도착을 했답니다
동생이 MSN을 로그인 해놓고 화장실을 간 사이, 친척오빠가 무심결에 모니터를 봤는데
동생친구들에게서 괜찮냐며, 병원 가봐야되는거 아니냐며, 대화를 걸었다더군요
동생친구들과 대화를 해본 결과,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풋볼을 쫌 과격하게 하다가
얼어있는 땅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고, 동생은 시간이 얼마 지난 후에 몸을 일으켰다네요
찬찬히 다 듣고나서는.. 와.. 환장하겠더라구요..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제 동생 저한테 날짜랑 요일 17번 물어봤구요
자기가 알림장에 써 놓은 숙제를 보고도 뭐가 뭔지를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타이레놀을 하나 먹인 후 잠을 재웠고,
24일날 아침에 날짜, 요일, 어제 저녁에 먹은 음식, 간단한 단어 테스트..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다행히도 다른 것들은 조금씩 조금씩 기억해냈는데
학교에서 머리를 다쳤을 때부터 자신이 집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이 안 난다는 겁니다
결국 23일날 병원에 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CT 촬영이랑 MRI 촬영을 찍었습니다
운동하다 넘어져서 잠시동안 기억 못 하는 경우는 꽤 있다며 이상없으니 걱정말라고 했는데요
다만 검사 결과, 뇌에서 적어도 5-6년동안 방치되어 있던 덩어리가 발견됬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부터 평소에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구요
줄넘기 하다가 머리 아프다고 하고, 낮에 잘 놀던 녀석이 저녁 먹고는 머리 아프다고 하고..
전 그게 그냥 하는 말인 줄 알고 옷 좀 따땃하게 입고 다녀라, 이불 차내버리지 말고 자라..
라고만 했지 뇌에 이상이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뛰거나 과격하게 움직이면 뇌 안에 있는 덩어리가 움직이는 바람에 머리를 아프다네요..
24일, 오늘 아침 9시에 정밀검사를 받으러 나갔다가 4시간전인 6시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종양이네요.. 5.2cm*7.2cm*7.8cm 탁구공만한 크기의 덩어리가 오른쪽 뇌에 있다네요..
다행히 아직 초기단계인데다가 악성종양도 아니고 눈이 안 보인다거나 귀가 잘 안 들린다거나
하는 증상이 없는 걸 보면 수술 후 괜찮을거라고 하네요
만약 캐나다로 유학을 오지 않았더라면..
만약 이번에 풋볼을 하다가 넘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한참이 지난후에나 뇌속에 있는 엄청난 크기로 불어난 종양을 발견했다면..
후아.......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동생 검사해 준 캐나다 의사가 자기랑 친한 한국인 의사가 연세대병원에 있으니깐
소개시켜줄테니 한국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아무런 증상도 안 나타는 상태에서 종양을 초기에 발견하기가 힘든데..
정말 불행 중 다행이였어요... 의사가 제 동생보고 넌 럭키가이라고 그러던데요..
한국에 계시는 엄마, 아빠께서도 전화받고는 무척이나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학교에서 필요한 서류랑 진료, 수술에 필요한 서류 챙기고
6월달치까지 캐나다 교육청에 낸 학비도 되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나서..
15살 제 남동생 다음 주 수요일 오후 비행기로 한국에 갑니다
일단 엄마 아빠랑 같이 지내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안정 좀 취하면서 수술날짜 잡는대요..
무쪼록.. 잘 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