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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행렬은 연꽃을 감상하기 위해 태액지라는 연못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종의 눈에는 그 어느 것도 옆에 앉아 있는 양귀비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그래서 주위의 궁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여기 있는 연꽃도 해어화(解語花)보다는 아름답지 않구나,"말을 알아 듣는 꽃"즉 옆에 있는 "양귀비(楊貴妃)를 두고 한 말이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은 아래의 백거이의 "장한가"라는 장편 서사시로 인해서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는데.."말을 알아 듣는 꽃"은 결국 당 현종의 총기는 빼앗아 망국의 길로 접어들게 하였으니 亡國花이기도 한셈이었지만 그녀와 그들의 이러한 사랑을 기리는 후세인들 또한 많으니..
장한가/백거이
당나라 임금 여자를 중히 여겨 미인을 생각했으나, 천하를 다스린 지 여러 해 되도록 구하지 못했네. 양씨 집안 딸이 막 장성했는데, 깊은 규방에서 자라 사람들은 아지 못했네. 그러나 하늘이 낳은 고운 바탕 스스로 버리기 어려워, 하루 아침 뽑히여 임금 곁에 있게 되었네. 눈길 돌려 웃으면 온갖 아리따움 피어나니,
여섯 궁전 고운 후궁들 얼굴빛을 잃었다네.봄 날 쌀쌀한데 여산 화청궁서 목욕하시니, 온천물은 매끄러이 엉긴 기름처럼 고운 살갗 씻었네. 시녀들이 부축해도 아리따이 힘없는 모습은, 처음으로 은총을 받든 때문이라.
구름 같은 머리에 꽃다운 얼굴 화려한 머리 장식, 연꽃 수놓인 따스한 장막에서 봄 밤을 지내는데,봄밤은 괴롭게도 짧기만 하고,어느덧 아침해 높이 뜨노라.이로부터 임금께선 조회를 안보시었네. 기꺼움 받들어 잔치 시중하느라 한가한 새 없고,봄이면 봄놀이, 밤이면 온 밤을 홀로 독차지하였네. 아름다운 후궁이 삼천인데, 삼천의 총애를 한 몸에 모았다네. 황금 방에서 치장을 하고서, 밤 시중을 드고 화려한 누각서 잔치가 파하면 취한 채로 봄처럼 화합했다네.
여자 형제, 남자 형제 모두가 땅을 하사 받으니, 아름다운 광채가 집안을 빛나게 했다네. 마침내 세상 부모들,아들 낳기보다는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되었네. 여산의 별궁은 높은 하늘 위로 솟았는데, 신선의 음악이 바람결에 실려 곳곳이라,
느린 곡조에 나긋한 춤, 온갖 악기와 어울어지고, 종일토록 임금은 만족할 줄 모르고 바라본다.
홀연 어양 땅에 반란군이 일어나 북소리 땅을 울리며 몰려와,임금이 즐기던 고운 가락 놀라 깨어지게 하였네.구중 궁궐 연기와 먼지로 휩싸이고, 수만 기병이 호위하는 임금의 행렬은 서남으로 피란이라, 비취깃 장식한 깃대 흔들흔들 가다가 다시 멎더니,도성 문 서쪽 백여 리 되는 곳서, 군사를 앞을 가지 않고 망국의 책임을 추궁하니,아리따운 미인 양귀비는 군마들 아래서 죽어 갔다네. 꽃 비녀 땅에 버려져도 거두는 사람 없고, 비취 장식, 금 머리 꽂이, 구슬장식도 버려졌다네.임금도 얼굴을 가린 채 구하지 못하니, 돌아보는 눈가엔 피눈물이 흘렀다.
누런 먼지 자욱하고 바람도 쓸쓸한데 높은 사다리길 꾸불꾸불 사천으로 들어가는 검각을 오른다. 성도 남쪽 아미산 아래 인적 드물고 깃발들은 빛을 잃고 햇빛도 가리웠다. 사천 땅 강물은 푸르고 산천은 푸르른데 임금은 아침 저년 양귀비를 그리는 정 태웠다.피난 땅 궁전에서 보는 달은 아픈 맘의 빛이고, 밤비 속 말방울 소리 애간장을 저미는 소리라. 세상 일 바뀌어 수레 돌려 돌아오는데 이곳에 이르러 머뭇머뭇 떠나지 못한다. 마외의 언덕 아래 진흙 가운데 구슬 같은 얼굴 뵈지 않고 죽은 곳만 보인다. 임금과 신하들 서로 돌아보며 옷깃을 적시며 동녘 도읍 문 향해 말에 몸을 맡긴 채 돌아간다. 돌아오니 못과 정원 예전의 모습이라, 태액 연못 연꽃이며, 미앙궁 버드나무 의연토다.연꽃은 그리운 이 얼굴이고 버들잎은 눈썹이라, 이를 보고 어찌 눈물 흘리지 않을소냐. 춘풍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날이면, 가을 비에 오동잎 지는 날이면, 그리움 사무친다.
상황이 되어 사는 서궁과 남내에는 가을 풀만 무성하고 낙엽이 섬돌 가득해도 쓸지 않았다. 이원의 악공들도 흰 머리가 돋았고, 황후궁의 궁녀들도 이젠 늙어버렸다.저녁 궁전에 반딧불 날면 생각 더욱 슬퍼지고 외로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잠 못이루노라. 느직한 종소리 북소리에 밤 깊었음을 느끼고 훤한 은하수만 밤 하늘에 걸려있다.원앙새 모양의 기왓장엔 싸늘히 서릿발 짙고, 비취새 수 놓은 이불 찬데 뉘 더불어 자야할꼬. 아득한 생사의 이별은 해를 거듭하여가나, 혼령조차 꿈에 한번 나타나지 않는구나.임공 땅 도사 홍도객이란 이가 정성으로 혼백을 부른다는데, 상황의 잠 못이루는 사랑에 감동하여서, 도사가 정성으로 혼령을 부른다 한다네.
허공을 밀치고 바람을 타 번개처럼 달리어 하늘로 올라가고 땅으로 들어가 두루 찾았다. 위로는 하늘 끝, 아래론 황천까지 다 다녔으나,어느 곳에고 보이질 않았다. 문득 바다 속 신선들이 사는 산이 있는데 산은 아득하고 까마득한 사이에 있다는 소리라. 그곳엔 누각이 영롱하고 선녀들이 많다더라. 그 가운데 자가 태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눈같은 살결 꽃 같은 모습이 양귀비와 비슷했다. 금장식한 문이 있는 서쪽 행랑채로 가서 옥으로 된 문을 두드려 하녀 소옥에게 말하니 다시 하녀 쌍성에게 알린다.
당나라 천자의 사신이 왔다는 소식에 화려한 장막 안의 꿈꾸던 혼령이 놀란다.
옷자랍 잡고 베개 밀치고 일어나 안절부절하다가, 구슬 주렴 은 고리가 슬며시 열린다. 구름 같은 머리는 기울어져 잠자다 막 깬 듯하고, 꽃 장식 매만지지도 않은 채 대청을 내려온다. 바람에 불리어 옷 소매 찰랑찰랑 마치 예상의무를 추는 것만 같더라. 구슬 같은 눈물 줄줄이 흐르고,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은 듯. 정을 머금고 응시하는 눈으로 임금께 감사드리며 한번 이별하니 소식이고 모습이고 까마득하더란다.
소양전에서 속삭이던 사랑은 끊어지고 신선 사는 궁전에서 세월만 길더라고. 머리 돌려 아래 쪽 사람 사는 고장을 바라보면 장안은 뵈지 않고 먼지와 안개 뿐이라더라. 오직 옛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고자,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보내겠단다.
비녀는 한 갈래 남기고 상자는 한 쪽을 남겼으니, 비녀의 황금 나뉘고, 상자의 자개 쪼개졌다. 다만 마음을 금이나 자개처럼 굳게 가져준다면 하늘 위나 이 세상서 반드시 만나리라.떠날 때 은근히 새삼 말을 전하는데, 말 가운데 맹세가 있어 두 맘만이 아는 일. 칠월 칠석 장생전서 밤중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속삭일 때, 하늘에선 나래 붙은 두 마리 새가 되고 땅에서 가지 붙은 두 나무되자 맹세했다고. 하늘 땅 영원해도 다할 날 있으리나, 이 한은 다할 날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