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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고 싶습니다!!

게으른 며... |2008.02.21 17:59
조회 820 |추천 0

가끔 톡을 보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래두 나는 많이 나은 편이구나... 하면서 위안을 삼곤 했었죠;

32세의 결혼4녀차 전업주부입니다(남편 36세)

27개월된 딸이 하나 있구요

남편이 결혼 전에, 시댁에서 대부분 지불하고 남편이 좀 보태서 남편 명의로 집 한 채를 사뒀답니다

10년도 넘은 집이라 천만원 돈을 들여 깔끔하게(?) 고쳐놓았답니다-이 돈도 시댁에서 지불;;

결혼하고 들어와 살면서... 시아버님이 하시는 말씀이... 4,5년 살다가 큰집으로 이사가라!!

첨엔 신혼을 전세가 아니라 내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좋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집이 시댁과 너무나 가깝다는 거였죠--;;

100세대쯤 되는 아파트 상가입구의 구멍가게가 시댁이였고, 우리 부부 사는 층수가 4층이란 걸 감안해도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던 셈이죠

전업주부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고 그래서 생각이 더 많았던 탓일까요??

시댁이 코앞이라는 게 점점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제가 처음 상견례하고 급하게 식을 올리는 바람에 시댁부모님 얼굴도 몇 번 못 보고 결혼을 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 하는 왕따인 성격였는지라... 일줄에 몇 번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 얼굴을 보는 게 완전 고역이더라구요--;;

좀 멀리 떨어져 살았음... 가끔 가 뵈어도 덜 눈치가 보일 것 같은데...

이건 코앞에 살면서도 자주 못 가 뵙는 게 어찌나 죄스럽게 여겨지던지;;

저희 신랑...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인지라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여쭙고 다니더라구요

신혼 초라... 마누라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봐야 할 시간에... 두고 온 부모님 걱정에 매일같이 얼굴도장 찍는가 싶어서... 그것도 좀 맘에 안 들고--;;

신경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한달도 못 돼서 전 신랑에게 내집에서 안 살아도 되니 제발 이사를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들은 척도 안 하더군요

어차피 먹혀들을 거라 생각도 안 했습니다만... 그래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함 생각해보자고 말이라도 해줬음 좋았겠지만...;;;;;

결혼 전부터 우울증이 조금 있었는데... 근심많은 신혼을 보내다보니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도 늘고... 술 마시고 신랑한테 주정도 좀 부리고...

결혼 전에라도 저는 아이를 빨리 갖고 싶어했으나 남편이 아버질 될 맘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해서 못 갖고 있다가... 이대로는 알콜중독자가 되겠다싶어 임신이라도 해서 술을 끊어야겠다 싶어서 남편을 졸라 임신을 하게 되었답니다

임신 중에도... 저의 이사가자는 요구는 그치지 않았고... 어느 날엔 신랑도 지쳐서 그랬는지 정말 화가 났는지 이럴꺼면 차라리 이혼을 하자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정말 애만 없었어도... 아마 이혼을 했을 겁니다--;;;;;;;;;;;;;;;;;;

결혼은 썩 내키지 않았고 애는 꼭 갖고 싶었는데... 지금 남편을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고 평생을 이렇게 맘고생하고 살 줄 알았음 그때 애를 갖지 않을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애를 낳고 엄마가 돼서 키우다보니 아무래도 시댁출입이 잦아졌고...

얼굴도 자주 보게 되고 시간도 흐르다보니 시부모님과 정도 많이 쌓이긴 했습니다

저희 시부모님... 참 인자하고 좋으신 분들입니다

가족에겐 적어도 자식들 일이라면 껌뻑 하시는 분인데...

손녀 사랑도 이만저만이 아니시고요

 

집이 가까운지라... 아침 일찍이고 밤이고 연락도 없이( 가게 문만 열면 저희집 창문이 보이니 불이 켜져 있음 있는 줄 아시고 아무때나) 불쑥 방문하시는데...(뭐 자주는 아니고 한달에 두어번 정도??)

대개는 어머님이 해주신 반찬이나 국을 들고 오시거나... 과일 몇 가지를 봉지에 싸서 들고 오십니다

자식들 먹을꺼 챙겨주시는 부모님 맘 모르는 거 아니나...

아침 일찍(제가 밤잠 없는 딸땜에 새벽 늦게 잠들거든요 덕분에 남편 아침도 못 챙겨주고 늦게까지 잠을 자는데--;;)오실 때도 그렇고,밤에 저녁식사 시간에 오시면 가끔 저희 중국음식이나 간식꺼리 시켜먹을 때 있는데 그런 때 오시면 어찌나 눈치보이는지(안그래도 외식 자주 한다고 잔소리 들었거든요@@;;;;;;)

언제 어느때 들이닥칠지 모르니까 집안도 항상 깨끗하게 치워놓아야 하고... 내집인데도 옷도 편하게 입고 있지 못하고...

시댁엔 일줄에 한 번쯤 가서 잠깐 앉아있다 오거나... 한달에 한 두번 가서 식사하고 설거지하고 오긴 하는데...

도통 시부모님이 편해지질 않으니 그것도 무슨 일처럼 느껴진다니까요;;

3년 넘게 살면서... 게으른 전업주부라 몸은 편했을지 몰라도 맘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답니다

 

첫애가 돌이 지나고 두돌이 넘어가니까... 몇달 전부턴 둘째 언제 갖냐고 대놓고 물어보십니다

전 첫애도 간신히 키우고 있고, 자식 욕심도 없을 뿐더러 애 키우다 제 젊은 시절 다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과도 정이 새록새록해서 관계를 자주 갖는다면 모를까...

애 낳고 나선 쫓겨나지 않을 정도로만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 시부모님 제가 그런 줄 아시면 당장이라도 이혼시키고 싶어 하시겠지만...

이사 문제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태교에도 신경 못 쓰고 성질 더러운 애 낳을까봐 걱정돼서 임신은 생각도 못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설득끝에 남편의 올해 봄쯤 이사를 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요

그것도 쉽지가 않네요

전에 여러번 타도로 전근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두 자꾸 미루다 이제서야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선 어데도 이사를 갈 수가 없고, 결혼 전에 모아둔 신랑 돈이랑 결혼해서 한 푼 두 푼 모은 거랑 다 해도 겨우 갈까말깐데...

그 돈이라는 게  아주버님 두 분한테 빌려드려서 저희 수중엔 돈이 하나도 없답니다

물론 저희 친정엄마한테도 얼마 빌려드리긴 해서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 돈은 언제든지 받아낼 수 있는 돈이라 걱정이 없는데...

이사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 벌써부터 박스를 구해다 짐을 싸고 있답니다

일명 시위를 하고 있는 것입죠

하지만 신랑은 그것도 못 견디겠나 봅니다

얼른 이사갈 집 구해놓으라고 오히려 저한테 큰소리를 치는데... 이집 내놓구 아주버님들한테 빌려준 돈을 먼저 받아내야 살 집을 구해도 구할 꺼 아닙니까

아직 여력도 안 되는 거 같은데... 그냥 몇 년 더 살지 그러냐구요???

38 먹어서도 아직 장가를 못 가고 있는 아주버님이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요

그분이 언제 장가를 가실지 모르지만... 아주버님 장가 가시면 시아버님이 저희랑 같이 살자고 하실 지도 모르거든요;;;;;;;

저희 신랑이 막내인데... 유일한 효자라... 저희 없는 살림에 용돈도 꼬박꼬박 드리고... 시부모님 돈 급할 때 제깍제깍 빌려드리고... 그나마 젤 편한 자식이라 같이 사시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데...

전 싫거든요--;;;;;;;;;;;;;;;;;;;;

저희 친정부모님 모시고 살래도 저는 싫다고 했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하고 싶은데...

큰형님은 서울에 사시는데... 큰아주버님과 10년째 별거중이시고... 둘째 아주버님은  아직 장가도 못 가고 있고...

둘째 아주버님이 부디 착한 여자와 결혼을 하셔서 시부모님 봉양을 어떻게든 나누고 싶은데...

시부모님... 두분다 칠순 넘으셨고... 어머님은 협심증과 당뇨에 거기다 관절염까지 있어서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고(당신 살림하는덴 지장 없으실 정도--;;)... 아버님은 고혈압과 또 다른 지병이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건강하신 편입니다

 

가끔 저는 이런 상상을 합니다

제가 어느날 길을 가다 번개를 맞아서 머리속이 개조되는 거죠

그래서 정말 착하고 참한 며느리가 되어서...

시부모님도 흔쾌히 모시고... 나중에(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올 것 같아 불안합니다--;)몸져 누우시면 병수발도 암말않고 들고... 부지런해져서 신랑 내조도 잘 하고...

한마디로 현모양처가 되었음 하는...

그것도 안 됨 직장생활을 할 줄 알아서 살림에 보탬이라도 되던가요...

번개를 맞지 않아도... 얼마든지 노력만 하면 못 할 것도 없다는 거 압니다

이사문제땜에 맘고생하랴... 딴은 애 키운다고 내 시간 하나없이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정말로 힘든 앞으로의 시간을 보내기 전에...

잠시잠깐이라도 저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게...

이사 가서 맘껏 살아보고 싶다는 게...

그게 그렇게 큰 바람입니까?????

제가 너무 이기적인 겁니까??

그리고 꼭 둘째를 낳아야 하는 겁니까??

(남편은 막내라 그런지 어린애에 대해 별로 애정이 없습니다... 물론 피붙이에 대한 집착은 있겠지만요)

가끔은 남편은 나와 울 딸이 없었어도...

자기 부모님만 있음 잘 살았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가정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지만... 부모 얘기만 나오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열혈효자라...

그게 부부사이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때가 많답니다;;;

전 다시 태어나면 꼭 현모양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효자하곤 절대 결혼 안 할 겁니다

긴 글 읽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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