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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재완 터널을 가다!~~

사랑의 앙마! |2003.09.26 16:33
조회 311 |추천 0

안녕사막의 촬영
-안녕사막은 우리 버드나무에서 다루고 있는 리얼 시트콤의 제목이다.- 을 위해
재완이형이 있다는 여의도로 향했다.
늘 광화문에서 액자를 팔던 사람이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 여의도로 자리를 옮겨 잡았나?
한 곳에 눌러 앉아야 단골이 생길 것 같은데도 재완이형은 방배역, 양재역..
오늘은 또 여기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다.
여름인가 보다. 좌판에 널려 놓은 부채의 수가 많이 늘었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어도 부채의 수가 줄어들 생각을 않는다.
거들먹거리며 다니지만 하나도 팔지를 못한다.
하지만, 재완형은 부채가 안 팔려도 초연하다.
안 팔려도 초연한 모습……. (연기인지 실제인지.. 실제라면 대단한 성숙함이다.) 오늘은 특히 더 덥다.
자기 물을 좀 먹었다고..너 목마르구나..하면서 빈병에 물을 떠오라 그런다.
재완이형의 말은 마치 시 같다.
"너 목마르구나." 이보다 극명한 시가 어디 있을까?
… 정말 목이 말랐다. 아주 오래전부터.
장사하는 사람들 다툼에 기웃거리는 재완이형. 진지하게 엿듣다가 기분이 안 좋아졌는지
“너 돈 있냐?” “만 천 원요.” “부채 세 개만 사라.” ..강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 그만 두련다.”
어이가 없다. 그리곤 부채 챙기는 거까지 다 시킨다. 그리곤 “따라와” 한다.
막무가내다. 이게 재완이형의 매력이다. 거침이 없다.
길 가다가도 썬글라스장사하는 젊은애형편을 걱정한다.
통감자구이장사에 약간은 건방진 태도로 참견까지 한다. 결국 통감자 한 접시를 얻어냈다.
여의도 공원 쪽으로 걸었다.
‘공원에 가는가? 그러면 별 볼게 없는데... 만천원을 투자했기에 본전은 건져야 하는데...’
갑자기 길옆으로 빠지면서 나타난 지하도... 예상 밖이다.
인적이 드물고...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직 초여름인데 어디선가 매미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가 터널입구를 지키고 있다.
흔들리고 휘청 이는 자만 오라는 듯이…….
형은 미궁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한 마리의 벌레 같다.
지하도로 내려가자 놀라운 광경. 끝이 막혀 있는 듯한 긴 지하도... 붉은 조명아래…….
"이 터널이름이 뭔지 알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난생처음 와 본 곳인데…….
"재완터널. 음침하고 끝이 안보이잖아" .............이것도 시 같다.
재완이형은 모든 풍경을 자신의 뒤틀린 몸속에 각인시키는 묘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사진을 찍었다. 만 천 원어치 모델값 하느라 생각보다 성실히 포즈를 취해준다.
안 그랬음 "야 이 새끼야. 그만 찍어" 를 벌써 몇 번이나 했을 텐데…….
"내가 이십대 때는 키가 142밖에 안됐어"
"지금은요..?"
"153"
"어떻게 그렇게 커졌어요?" "이런 데를 싸돌아다니다 보니까 커졌지"
웃으며 한 말이지만 어디 슬픈 우물에 작은 돌 하나를 떨어뜨리듯 서러움이 번져왔다.
"왜 이런 데를 돌아 다녔어요?"
"그래야 세월이 빨리 가니까……."
재완이형이 이곳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상상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끝이 막힌 이곳에서 그는 세월을 죽이고 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아니, 하늘은 알았겠지……. “형. 무슨 사진을 찍어 볼까요?”
“이거 찍어 이거.”
“…….”
하필이면 가장 어두운 구석의 담배꽁초를 가리킨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빛이 없는 곳에서 찍는 사진은 곤란하다.
빛이 있는 곳에서 빛을 잘 살려 찍는 것 보다
빛이 없는 상황에서 맨 몸으로 찍는 사진이 훨씬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두운 구석의 담배꽁초 사진은 자신 없다는 변명이다.
자신 없는 이것저것을 다 빼고 나면 내가 찍을 수 있는 건 몇 개나 남을까?
자기모순과 연민에 빠져 버렸다.
결국, 셔터의 2분의 1초라는 시간동안도 버려진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반성이다.
여의도가 '너의섬'이란 뜻을 가졌다고 들은 적 있다.
조선시대 장마가 지면 쓸모없는 땅이 되는 이곳을
사람들은 '너나 가져라 '하는 의미로 여의도라 불렀단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지만 찾는 이가 드문 이 어둡고 축축한 이 터널은
형의 것이다. 재완터널…….

재완이형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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