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일(토) 3:18 [경향신문]
ㆍ“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확률로 따져서는 안돼”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사진)은 최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이같이 비유하면서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협상으로 규정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과정을 주시해 온 박 국장은 최근 야당들로부터 청문회 준비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 요청을 받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1%도 되지 않는데 굳이 수입을 막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를 보면 AI에 걸린 닭만 살처분하는 게 아니고, 인근 지역의 닭 수만마리를 함께 살처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광우병 의심 소가 도축되고, 어린이 보호시설에까지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광우병에 감염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도 발생했다. 사상 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도 있었다.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는 확률로 따질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인들도 쇠고기를 많이 먹고, 재미 교포들도 아무 문제없이 먹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미국 사람들은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머리나 내장, 천엽, 곱창, 간 등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소는 사육과정에서 성장 호르몬을 사용해 유럽으로는 수출을 할 수가 없다. 다량의 항생제 사용은 물론이고, 유럽이나 일본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이력추적제를 민간 자율에 맡겨 놓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3500만~4000만마리의 소가 도축되는데 90%는 자국내 소비이다. 10%를 수출한다고 보면 되는데 이 중 68%를 한국·일본·대만·홍콩·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소의 평균 도축 연령은 20개월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20개월 미만 소로 제한하면 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연령 제한을 폐지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뒤 이명박 대통령이나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료들의 발언을 접하면 미국 축산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관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일화가 있다. 1990년 5월 영국의 농수산부 장관이 어린 딸을 데리고 BBC에 출연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일은 없다’며 햄버거를 먹는 쇼를 벌인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그와 절친한 친구의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내용 중 가장 잘못된 점을 꼽는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위생검역조건은 각국의 고유한 식습관, 음식문화, 건강과 안전조치를 고려한 고유한 주권사항이지만 정부는 쇠고기 협상에서 이를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정부는 사실상 즉각적인 미국산 쇠고기 개방인데도 2단계 개방인 것처럼 국민을 현혹시킨 측면도 있다.”
-축산단체는 한·미 쇠고기 협상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데.
“졸속협상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국회 차원에서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광우병 대책 국제 심포지엄을 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국회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제거에 관한 특별법 같은 것을 제정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글 오관철·사진 강윤중기자>[스포츠칸 '온에어' 원작 연재만화 무료 감상하기]-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