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J.B.Grunuie님의 글을 퍼온것 입니다.
![]()
서해의 가장 북단에 있는 작은 무인도. 이곳은 형식적으로는 국방부의 전시 작전본부로 등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외딴 섬에서는 특수한 임무 수행을 위해 극비리에 병사를 키우고 훈련시키고 있는 외인부대가 존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소속은 없었으며, 단지 교관들만이 국방부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
그날은 태풍으로 섬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교관들은 모두 여름 휴가를 떠난 후 였고, 병사들은 모두 각자의 막사에서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천둥 번개 소리 때문에 총소리가 나도 분간하지 못 할 정도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금방이라도 작은 섬을 삼켜버릴 기세로 몰아치고 있었다. 박성우 대위는 막사에서 긴 장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 사건이 있기 까지 섬은 태풍을 제외하면 너무나 평화로운 밤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갑작스럽게 문이 ‘꽝’하고 열리면서 한 병사가 쓰려지며 막사에 들어왔다. 병사는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크게 놀란 박성우 대위는 병사를 급히 부축했다. 그러나 병사는 이미 처참하게 찢긴 상태로 아무 말도 못 한 채 절명한 후 였다.
박성우 대위는 다급하게 권총을 파지 한 상태에서 손질하던 칼을 들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왔을 때 3개 소대가 있는 막사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달마저 없어 앞을 분간하기조차 힘들었다. 대위는 1km정도 떨어진 막사를 향해서 연병장을 가로질러 비를 받으며 뛰어갔다. 비바람은 계속 세차가 몰아치고 있었다. 막사에 가까이 다가가자 비바람과 섞여서 쇠 부디 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섞여서 대위의 귀를 마구 때리고 있었다. 대위는 갑자기 오한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막사에 막 도달하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적막했다. 모든 사건이 종결 된 듯…. 거센 비바람만이 망자의 비명처럼 귀가에 전해졌다.
대위는 가정 먼저 1소대의 막사에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그러나 막사는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2소대 막사도 역시 텅 비어 있었다. 사병들은 모두 3소대 막사에 있는 듯 보였다. 마침내, 3소대 막사에 들어선 박성우 대위 앞에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경악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세 개 소대 전원이 모두 3소대 막사에서 피를 쏟으며 살해되었던 것이다. 그의 앞에는 펼쳐진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성우는 총을 뽑아 들고 조심스럽게 시체의 산을 넘고 있었다. 그리고 시체를 하나 둘 넘어설 때, 그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빛이 닿지 않는 벽의 한쪽 구석 어둠 속에서 살기가 찬 공기를 타고 생존자의 숨소리가 그에게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그림자가 속에서 마지막 생존자로 보이는 대원이 시퍼렇게 빛나는 칼을 들고 나타났다.
“너는…”
“대위님… 오셨어요?”
병사는 너무 슬퍼보이는 얼굴에 살기를 품고 있었다. 그는 마치 자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위를 보자… 살기가 가라앉고 있었다. 거짓처럼…. 그러나 대위는 역으로 스스로 억누를 수 없는 살기가 일어서고 있었다. 그에게 펼쳐진 이 광경은 수 많은 전우들의 살육 현장 그 자체였던 것이다. 대위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네가…. 한 짓이냐…”
대위의 목소리는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은… 또 다시 대원에게 잠자던 살기를 깨우고 있었다.
“네”
“왜…지…”
“절 이해 하지 못하시겠어요?”
“뭘 말이냐! 어떤 이유에서도… 이건 용납 될 수 없다”
“절 죽일 건가요?”
대위는 대답을 주저했다. 그리고 그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권고하듯 말했다.
“포기해라”
“그냥 보내줄 수 없나요?”
“절대로…”
“죄송해요. 전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 아직…”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대위는 결심한 듯 총을 버리고 칼을 뽑아 들었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미쳐버린 살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살기를 쏟아 부어 칼을 들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달려 들었다. 밖에는 뇌우와 함께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칼을 부딪히며 격렬한 감정을 교환하고 있었다. ‘죽여버리겠어’ 병사는 말이 없이 계속 칼을 휘둘러 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바라본 성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살기가 가득하다고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그 얼굴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창백하게 차가워진 얼굴에는 오히려 자신이 발산하는 살기와는 다른 어떠한 살기도 삶에 대한 미련도 없어 보였다. 오직 무의식 속에서 훈련 받은 그대로 동물적 감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통곡하고 있는 것인가…? 성하… 너는… 도대체…”
그들의 싸움은 훈련 받은 대로 흔적 없는 혈전이었다. 병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냥 성우를 따라 싸움의 방식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무의식 중이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기를 더해가고 있었으며, 격렬해져 가고 있었다.
“젠장, 역시 의식이 없는 건가?”
병사의 행동에 의문점을 갖고 있던 대위는 생사를 다투는 싸움에서 집중력이 흩어져 그만 병사의 칼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리고 그 피는 병사의 얼굴에 튀어 파랗게 질린 병사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순간 병사는 칼을 멈추고 한참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병사는 칼을 거두며, 막사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때, 성우가 다시 총을 겨누며 멈출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병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멈춰 서서 말 했다.
“정말 쏠 건가요?”
병사의 이 물음에 성우는 그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성도 마비되는 듯 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 여리고 슬프게 들렸다.
“이제 의식이 되돌아 온 건가?”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병사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막사를 나갔다. 그리고 성우는 결국 병사를 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