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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의 '추억의 속도' ***
**도시의 새들은 비루하다.
사람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역전이나 터미널 광장의 비둘기들은 하나도 평화롭지 않다.
기껏해봐야 조악한 과자 부스러기 따위에 혈안이 되어 먼지 속에서 아우성이다.
박수를 치듯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살아있는 날것을 사냥하던 그들의 뜨거운 피는 차갑게 식어버렸는가.
먹이를 향하여 습관적으로 몰려드는 그들의 파렴치를 보라.
애당초 비루한 것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때로 먹고 사는 일이 비루함보다 위대하다고 해도 좋다.
도시에 밥이 넘쳐나지만 밥벌이는 여전히 눈물겹다.
버려지는 밥은 있을 망정 남아도는 밥은 없다,,,,,
그 광장 차가운 벤치 위에서 '추억의 속도'(그림같은 세상)를 읽는다.
저자 장석주는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서른 여섯 해를 서울에 살면서도,
늘 생각은 깊고 생활은 단순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도시의 번잡한 일상은 그의 소박한 삶의 원칙을 지켜주지 못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빠른 속도,
강요되는 경쟁속에서 규격화되는 개인,
팽창하는 물질주의의 톱니바퀴속에서 그는 문득 피로에 지친 자신을 발견한다.
생각은 얕고, 생활은 한없이 복잡해져 버렸다.
2000년 여름의 끝에 저자는 서울살이를 접고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골에 집을
짓고 들어 앉는다.
새 집에서 맞는 첫 밤, 그는 어린시절의 다락방과 같은 아늑함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과 불안을 버리고, 깊은 내면의 고요와 평온을 얻었다고 했다.
이 책은 이로부터 두 해의 가을을 맞는 동안 저자가 보고 느낀 성찰의 기록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내달리던 그는 어느 순간 대열을 이탈해버렸다.
그는 외로움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를 얻었다.
온전히 자신을 대면하게 되자 천천히 세상 만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침묵,
산책,
낮잠,
글쓰기를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함,
느림,
나눔,
사랑이었다.
대지에 뿌리박고 선 나무들과 풀꽃들, 거기 깃들여 사는 작은 생물들을 눈여겨 살펴보았다.
어떤 존재든 타고난 이름과 본성이 있고, 제각기 분수에 맞는 삶이 있었다.
물가에 서면 푸른 이끼마저 황홀하고, 물에 어리는 별빛은 그윽하였다.
더 이상 설익은 과일을 훔칠 만큼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으니,
대신 농익은 과일을 억조창생과 나누어 먹을만한 여유를 얻었다.
이제 책을 덮고 일어설 시간이다.
여전히 광장은, 무표정하게 빈 손을 내미는 부랑자와 옷소매를 잡아끄는 호객꾼들로 넘쳐난다.
누구에게나 깨달음과 결단의 시간은 있다.
다만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나는 이 도시를 벗어날 수 있을까?,,,,,,,,,,,
다만 나는 내 마음의 시골을 꿈꿀 뿐이다.
흰 비둘기떼가 일제히 푸른 하늘로 날아오른다,,,,,
** 패랭이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