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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어머님께...)

들국화 |2003.10.09 13:02
조회 798 |추천 0

           

 

 

~~~~~~~~~~~~~~

 드높은 가을하늘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가슴에  와 닿는 바람결을  느낄수 있어서 행복한날입니다.

 

어머님...

저는 당신을 떠올리면 너무나 많은 생각이나서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모릅니다.

 

1.4후퇴때 오빠와 둘이서 피난 내려오신뒤 오빠와도

헤어지고 혼자서 살면서 열여덟이란  나이에

한남자를 만났고 그 사이에서 남매를 두었지요.

하지만 그후 알고보니 남자는 처자식이 있는 몸이었었고...

그렇게 어찌 어찌 몇년의 세월이 흐르고.....

남매를 그집에 두고는

 

당신은  지금의 아버님과 재혼을 하시고...

아버님 사이에 2남2녀를 두었지만 딸 둘은 어려서 당신의 가슴에 묻고.....

지금은  형제만 남아있네요...

 

1.4후퇴때 헤어진 오빠를 30년뒤에 만나서 얼마나 반가우셨던가요..

그렇게 보고파하던 오빠였는데....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셨지요...

우리집 큰애가 태어나고 일주일이 조금 지났을때  돌아가셨네요.

그때 당신께서는 그렇게 슬피우셨다지요...

오빠는 당신께 단 하나 혈육이었는데...

 

당신은 지금도 고향인  이북을 가시고 싶어하시죠..

부모님도 형제도 그곳에 계셨으니....

이산가족 찾기 8차에 되셨다고 하시더니

인터넷에서 8차 명단자를 확인해보니 당신의 함자는 없더군요..

 

         

 

그날밤 전화를 드리니 당신께서는 약주한잔 하신 목소리로 그러셨지요..

나 기대안한다....천천히 기다릴란다....라고....

아범과 저도 많이 실망을 했었지요...

아범이 당신을 모시고 가려고 힘들게 여비까지 다 마련을 해 두었었는데....

그래요....어머님...천천히 기다리세요...조급해 하지 마시구요...

 

아버님과 결혼후에도 순탄치 않았던 당신....

먹고 살기위해 약을 팔러 등에는 아기를 업고 머리엔 약을 이고.....

몇십리씩 걸어다니시며   고생을하시고...

집에오면 남편의 폭력에  또다시 무너지고....

놀음 좋아하는 당신의 남편은 약장사해서 번돈을 다  놀음에 쏟아 부시고....

 

 

하지만 당신께서는 또 다시 일어나시고...

그렇게 벌어서 자식 교육시키고 논밭도 사고...송아지도 사고...

 

저는 당신을 보면 질경이가 생각이 납니다...

밟아도 밟아도 다시 끈질기게 살아나는.....

 

처음 당신을 보았을때 꼼꼼히 뜯어보는 당신의 눈길에

저는 잔뜩 겁을 먹었었지요...

145될까 말까한 자그마한키의 당신.....

하지만 당신이 어느 어머님보다도 좋은분이란걸 살면서 느낍니다...

 

          

 

아들한테는 얘기도 하지 않았던 비밀 이야기를

며느리인 내게는 이야기를 하시는 당신....

제가 때로는 그렇게 당신 딸이 될수는 없을까요...

 

시골에 내려가면 손자들 반찬 걱정에 장을 봐 놓으시고...

나물반찬 좋아하는 내게는 반찬을 앞으로 기져다 주시며

요거 먹어봐라...오늘 한건데 맛이 괜찮을거야...

 

좀 매울라나....하며 매운것 잘 못먹는 며느리 걱정도 하시고...

그래요...어머님...... 저도 당신과 식성이 비슷하죠.....

된장찌게에 푸성귀만 좋아하니....

 

그시절  고기를 접해 보시지 않으셨던 당신께서는 지금도

고기를 드셔도 살코기만 드시고...닭을 드셔도 껍질은 버리시고....

찌게를 끓이셔도

살코기만 넣으시려고 하시지요...

 

그래서 저는 당신께 이렇게 말하죠...

어머님~~~찌게 끓일때는 비계를 넣어야 맛있어요...라고... 

 

너무나 바지런하신 당신...

잠시도 가만히 안계시고 늘 일을 찾아서...만들어서 하시는 당신...

맨날 다리 아프시다고 아들,며느리 걱정하게 하시고는

산으로 고사리도 꺽으러 다니시고 산나물도 뜯으러 다니시고...

밤도 주우러 다니시고...

왕복 한시간정도 걸리는 멀리있는 밭까지 걸어서 다니시고

그렇게 하시니 다리가 아프시지요...

 

 

우리집에 다니러 오셔서 열흘이고 보름이고 계시면

다리 아프다는 소리 안하시면서...

너무 많이 걸으셔서 아프신게지요...이젠 당신 연세도 생각하셔야지요...

당신께서는 벌써 일흔하나랍니다.

 

옆집에 아줌마가 어머님이 한번 오시면 며칠씩 계시니까

아직도 계시냐면서 놀라지요...

그집은 시어머님이 올라오시면 하룻밤만 주무시고 내려가시거든요..

그러니 일주일,이주일 계시는 어머님을 어떻게 힘들어서 모시냐고

그러더군요...

 

우리 가족만 살때와 어머님이 계실때는 당연히 제가 더 힘들지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하지만 어머님은 제게 싫은소리 한마디 않하시죠..

소파에 앉으셔서 때론 누우셔서는 거실을 오가며 일을하는

며느리를 당신의 눈길은 언제나 저를 따라 다니지요...

당신께서는 하는짓이 다 이뻐보여서 그렇다지만...

사실은 어머님.....저는 당신의 눈길이 부담스럽답니다...

당신은 모르셨죠....

 

밖에 바람도 좀 쐬시고 그러시라고 해도 집에만 계실려고 하시는 당신...

시골에 계시던 분이시라 보름정도만 계시면 내려가고 싶어하시고...

 

하루종일 움직이는 며느리를 보시고는 좀 쉬어라...한숨자거라...하시고..

아이들 공부 시키는것 보시고는   니가 선생이다...라며

시골에 있는 어린 손자들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하나  걱정하시는 당신....

 

어머님 이젠 좀 쉬세요...여기 올라 오셔서 같이 살아요...라고 말하면

당신께서는 그러시지요....나 나중에 몸을 혼자서 움직일수 없으면

그때 같이 살란다...지금은 괜찮다...

큰아들 내외와는 못 사신다는 당신....

작은아들,작은며느리가 좋다는 당신...

 

           

 

 

얘 어멈아...

나중에 제사도 다 니가 지내야한다...라며 당부를 하시는 어머님...

명절에 상 차리는것 음식 준비하는걸 보시더니

이제는 안심이 되시는지

부엌엔 들어와 보시지도 않으시고 차례상만 차리시는 당신...

이젠 며느리한테 맡겨도 된다고 생각이 드시는걸까...

 

그래요...어머님...

아주버님만 허락한다면  제사도 제가 다 모실게요...

그런 걱정은 놓으세요...

 

여기 저기 아프시다며  하시는 말씀...

건강하게 살다가 자는듯이 죽어야할텐데 그래야  어멈도 안 힘들지...

혹시 노망나서 벽에 똥칠해서 어멈 힘들게하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시는 당신....

그런 당신께 저는 이렇게 말했지요...어머님도 참....별소리 다하시네요....어머님은

건강하게 사시다가 어머님 소원대로 자는듯이 가실거예요....라고....

 

하지만 어머님....

당신께서 혹시나 그렇게 되신대도 저는 당신을 모실랍니다...

그렇게 된대도 그것도 제 복인걸요....

비록 편안하게 모시지는 못하겠지만 같이 살거예요...

하지만 당신께서는 착하시기에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실거에요..

 

저는 다만 이런 지금의 제 생각이 변하지 않기를 가끔씩 다잡아 본답니다..

어떠한 일이 닥쳐도 어머님을 모시겠다고....

혹여나 힘든 시련이 닥친대도 나중에 언젠가는 반드시 그 댓가가

내게로 되돌아 올거라고 생각하며  어머님을 모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걱정놓으세요...

 

 

           

 

요즘도 저는 연습을 한답니다...

당신께서는 아시는지요...

예전에 저희집에 다니러오셨을때  저녁상을 물린후

술상을 차려서 당신과 아범....그리고 저...이렇게

셋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분위기 좋게 마신후에

 

아범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한다며 술상을 치우는

모습을 보시고는 당신께서는 언짢고 불편한 모습으로 아범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얘~~~~너 지금 뭐하는거냐? 라며 헛기침을 하셨지요....

그때 아범이 하는말..... 엄마~~보면 몰라~~~설거지하잖아....라고 말하고는

당신은 얼른 들어가 씻어...라고

 

저는 당신께서 언짢아 하시는것   다 알면서도 그냥 두고 목욕탕으로 향했었지요..

서운하셨겠지요... 내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다니..

며느리가 미우셨겠지요...당신 세대는 이해를 못하시지요...

당신 며느리도 그런 당신맘 모르는게 아니랍니다...

 어머님 앞에서 그런일은 일년에 한두번 일어날까요...

 

 

하지만 어머님을 모시면 어쩌면 더 자주 접해야 되는일이 될지도 모르기에

저는 그냥 모른척 아무말도 안했답니다...

나중에  당신과 제가 편하게 지낼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할것 같아요...

저는 그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답니다...

 

당신께는 아범이 효자지요...

당신말이라면 뭐든지 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언젠가....당신께서 막둥이 손자한테 과일을 주었는데

그 과일은 그녀석이 싫어하는 과일이였지요..

 

 

하지만 남편은 할머니께서 주시는건 뭐든지 다 먹어야 한다며

억지로 다 먹으라며 말하기에....

저는 그녀석 마음을 알기에 아냐...먹을만큼만 먹어....이렇게

말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어머님 앞에서 싸움을 하였지요..

 

그후 난  아범이 기분이 좋은날을 골라서 이렇게 말했지요...

당신 그렇게 너무 어머님편만 들고 어머님이 말씀하시는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어머님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있다고...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도 때로는 틀릴때가 있는거라고...

당신 그렇게 무조건 어머님편만 든다면..... 나 나중에 어머님 모실때 힘들다고...

그래서 지금부터 연습이 필요하다고.....그랬더니...

 

응..........그래....알았어...

그래 엄마말이 다 옳은것만은 아냐....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더군요...

 

          

 

제게는 새어머니가 계시지만

저는 언제나 제게 부모님은  어머님 한분밖에 안계시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어머님께서 더 오래 오래 우리곁에 계시기를 바라구요...

 

비록 여우같이 살살거리는 며느리는 아니지만

당신께서는 아시지요...속이 깊다는거....

 

저도 당신께 다가가서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왜 그렇게 손이 안가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당신 등뒤에서 어깨를 두드려 드릴려고 주먹을 올렸다 내렸다

몇번을 망설였는지  아시는지요......

  

당신께서 며느리를 너무 어려워 하시는것 같아서 그런건지요...

제 앞에선 말도 조심하시고....혹시 목마르시면 냉장고 열고 물 드시라고 하셔도

냉장고도 안여시고....저는 밤에 목마르실까봐 기어이 당신의 자리끼를 준비해

드리지요....

 

당신께서도 아들네집을 당신집으로 생각하시고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요번 추석때 당신을 보고 아범은 이렇게 말했지요...

우리 엄마는 늘 그대로야....아직도 젊어~~라고...

하지만 어머님....

저는 느꼈습니다....

당신을  가까이서 모셔야 할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겉으로 많은 표현은 안하시지만 ...

하나 하나 정성으로 챙겨서 싸주시는 모습만 봐도

당신께서 며느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시는지 느낀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큰녀석 작은녀석 차별을 두는데

당신께서는 샘많은 작은손주 녀석이 서운해 할까봐

두손주 녀석들에게 늘....언제나 똑같이 용돈을 주시지요...

손주맘을 제일 잘 읽으시는 당신....

 

 

어머님 제가 비록 잘 모시지는 못하지만

그냥 같이 부대끼면서 살아가요...

조금이라도 서로가 편안하게 생각하면서  그렇게 살아요..

 

어머님....

어머님으로만 계시지 마시고 때로는 딸로 생각도 해주시고

못하고 서운한게 있더라도 언짢아 마시고 보듬어 주시고

때로는 야단도 쳐주시고.... 그러면서 살아요....우리....

 

저는 당신을 향한 제 자신의 마음이 늘.....변함없기를

다잡고 다잡아 봅니다.

 

당신께서는 나쁜일 안하시고 심성이 고우시고 바르시기에

건강하게 오래 오래  저희곁에 계실거예요.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마음 또한 변함이 없기를.......

 

 

 

 

※오늘은 557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이며  24절기중의 하나인 '한로'입니다

만원권에 그려진 세종대왕 모습은 (운보 김기창) 화백님이 그린 그림이랍니다

저는 오늘 처음 알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한로: 찬이슬이 맺히고 곡식과 과일이 결실을 맺을때...

차츰 공기가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찬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직전.

한로를 전후해서 찬이슬을 머금은 국화가 향기가 그윽해서  국화전과

국화술을 많이 담근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엔 비가오고 그후 다음주엔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쌀쌀한

날씨가 된다고 하더군요...

 

건강 미리미리 챙기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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