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바람은 나뭇잎을 감싸고 맑은 햇살위로 드리워 지고 있읍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에 어떻게 아버님은 세상을 등지고 싶으셨습니까?
그 마음 깊은곳에 어두운 절망이 그토록 힘드셨습니까?
어떻게 어린 아드님을 남겨두고 떠나실수 있는 용기가
아니면 절망이 그 사랑보다도 더 참혹 했읍니까?
아버님은 세상 과 역사의 한 편에 서서 말없이 저버린 한잎 고운 잎새 였고
그리고 아버님에게는
원망할 그 누구도 없습니다.
아버님 당신은 비록 그렇게 이 아름다운 세상을 선택하지 않으 셨지만
제가 아버님의 외로움과 그처참한 한을 풀어 드리고자 합니다.
아버님도 물론 저를 탐탁하게 맞이 하지는 않으셨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천국에서 보셨을 것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아드님을 내 진심으로 사랑하고저 한 며느리는 아니라는것을
잘알고 계실 것 입니다.
저는 저의 야망과 허황된 욕심때문에 당신의 아드님을 사랑할 여유가 없었읍니다.
그러나 당신의 손녀 손자를 훌륭하게 키우지 않았읍니까?
저의 능력으로 그것이 저로써는 최선 이었읍니다.
세상은 어쩌면 이토록 아름답습니까?
아버님이 떠나시던 그 날도
이토록 하늘은 높고 가이없는 흰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웠고
눈부신 햇살이 비처 와 이같이 찬란했습니까?
그토록 눈이 부신날에 당신은 깊이 아주 깊히 사랑하는아드님을 가슴에 묻고
눈물로 유언을 하셨읍니까?
아버님 천국에서 이제 당신의 손녀 손자를 도와 주소서 .
아버님의 깊고 아득한 선택의 절규를 풀어드리도록 도와 주십시요
그리고 편안하십시요.
아버님의 며느리가 최선을 다해서 무너진 아버님의 가문을 기필코 일으킬 것입니다.
도와 주십시요.
그리고 이젠 편안히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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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셨지요?
갑자기 써진이가 시집을 갔나..
아니? 손녀 손자라니? ^^
아시는분은 짐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어머니의 글이예요...
며칠전에 돌아가신 저의 친 할아버지의 제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유난히 맑고 푸른날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늘 그랬듯이 얼굴도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날이었지만 엄마의 얼굴에 다른날과 다른 그늘이 있었습니다.
.......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가 아주 어렸을적에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릴때는 옛날 어른들이 그러하듯 고약한 병에 걸려 오랜시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으려니했는데...
어느날 문득 왜 그렇게 일찍돌아가셨을까? 무슨병에 걸리셨던걸까?
아버지의 아버지는 어떤분이셨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할어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많아 친가식구들 모두 꺼려하나보다...
할아버지는 좋으시겠다. 이렇게 오랜동안 식구들이 그리워하시니...
그리고 , 이렇게 제 스스로 궁금증의 열기를 식혀버렸습니다.
혜정아
할아버지 있지?
나도 잘은 모르긴하지만..
엄마는 종일 저와 함께 만든 제사 음식들을 조용히 덮어두며 말씀하셨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자살하셨단다...
싱크대에서 기름투성이인 제 손을 힘차게 닦고있던터라..
물소리에 섞여 잘못들었나 싶어 물을 잠그며 다시 물어봤습니다.
엄마 .. 자살?
엄마는 저를 쳐다보며 목소리의 톤에 조금의 변화도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그러셨데..
.... 왜?
대충 이야기는 6.25로 돌아갔습니다.
무거운 진흙의 바다와 같은 배고픔의 함성소리가 엄마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들었습니다.
어린 내 아버지의 벌거벗은 울음소리와 고단한 할머니의 손에 쥐어진 세명의 고모들의 모습도
엄마의 손짓 발짓하나에 묻어났습니다.
그러나 전 할아버지의 세상을 향한 마지막 선택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엄마도 같은 생각이셨던 것 같습니다.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할텐데..
그러기엔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이 너무 많아..
............
지독한 감기에 며칠동안 정신이 몽롱하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하루종일 고단했던지..
잠시 쇼파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부엌에서 무언가 적고계셨던것 같은데..
시끄러운 소음에 눈을 번쩍떠보니 어느세 식두들도 다 들어와있고, 시간을 보니 두어시간을 잤나봅니다.
오랜만에 뵙는 작은 아버지 , 고모들..
감기약에 쩔어 퉁퉁부은 눈을 겨우 겨우 떠가며 대충 인사를 나누고 휙! 돌아서습니다.
사실 아들 둘이라지만(작은 어머니도 바쁘다는 핑계로 잘안오심)
저희 엄마 시집와서 할아버지 제사며..
나중에 할머지 제사..
그리고 명절등등..
저희 외가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너무나 힘들어 했을 엄마임에도 불과하고
친가 식구들은 아무도 엄마를 도와주지 않았던 터라 전 친가 식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고모들이야 돈 몇푼..쓰윽 내놓고..동서 고생많았지? 이말 한마디..
저희 어머니 시집살이 많이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정말 맘에 안들지만.. 인사는 꼬박꼬박했는데
감기탓인지 더 보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화려하게 준비된 엄마와 나의 할아버지 제사상을 보니..
또 마음이 숙연해지고..
할아버지 제사상 앞에 서있는 저희 아버지를 포함한 친가 식구들이..세삼 안타까운 마음에..
미운 마음이 또 ..
어딘가 도망가고..
미래의 제 동생과 저 둘뿐이 어느날을 두렵게 했습니다.
그때 핑크빛 예쁘게 접은 편지 한통을 엄만 할아버지 제사상에 조용히 올려놓습니다.
뭘까..
다른 식구들이 다 궁금하다는 듯이 엄마를 쳐다봤지만..
엄만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계속진행하라는 신호를 하고..
제사는 시작됐습니다.
몇번의 절과 술잔을 돌리는...
간단한 절차를 거쳐 제사를 끝내려는 동시에 부엌에서 황급하게 달려나와
그 고운 편지한통을 다시 챙겨 앞치마에 숨기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스치는 생각이..
부엌으로 다시 돌아선 엄마뒤에 그림자처럼 따라가
엄마! 그거 할아버지한테 보내는 편지야? 하고 장난삼아 말했는데..
너무나 싱겁게.. 응.. 하는 엄마의 대답에..
반은 흥미롭고, 반은 재미있고, 그리고 아주 조금은 왠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렵게 엄마한테 승낙을 받아 식구들이 없을때 혼자 몰래보고
해가 떠오르기전에 조용히 태워버린다는 조건하에 아주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그 편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
한번도 당신을 불러보지 못한 며느리입니다....
.
.
.
할아버지의 죽음이 어떠하든..
그 숨막힌 찰나에 세상의 뒷모습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은 불행하시지는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훌륭한 며느리이자 자랑스러운 나의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때문에 ^^
엄마...
사랑해
ps/ 너무 길고 지루하셨던 것은 아니신지요
마음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club.nate.com/classicgarden
essay/ 추억#
by shjsojin 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