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자유인’ 이나영
MBC TV 의 여주인공 이나영(25.중아 역)의 패션은 신선하다. 적어도 한 회사에서 협찬받아 여러 연예인들이 주르르 돌려가며 입은 듯한 상업적인 냄새는 나지 않는다.
아일랜드 입양아인 중아는 인정옥 작가의 전작인 의 경이 못지않게 엉뚱하다. 중아는 아일랜드 가족들이 총에 맞는 것을 목격하고도 도망쳤던 자신을 용서 못해 정신장애가 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한국에 돌아와 착한 남자 강국(현빈)을 만나 결혼하지만 정착을 못한다. 그의 운명적인 사랑은 남편이 아니라 오빠인 줄 알았던 재복이다.
중아의 패션도 운명만큼이나 독특하다. 치마 두 개를 겹쳐 입어 속의 치마가 밖으로 나오는 레이어드룩을 보여주고 키보다 긴 목도리를 목에 친친 감았다. 한여름 장면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발토시를 신는가 하면 티셔츠인지 원피스인지 모를 이상한 옷(빨간색)을 입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주워 입은 듯한 중아의 옷은, 그러나 '이나영의 패션 공식'에 따라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다. 셔츠인지 원피스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옷은 관계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중아의 '자유 정신'을 닮았다.
친엄마인 줄 알았던 이휘향을 만나러 갈 때 입었던 털실로 짠 한복스타일의 니트 카디건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목을 한 차례 감고도 기다랗게 늘어뜨린 시폰 목도리는 날아갈 듯 가볍다. 무채색과 퍼플, 그린을 위주로 한 배색은 중아의 어두운 과거와 방황,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각각 상징한다. 드라마 초기 중아는 누더기처럼 주렁주렁 장식이 매달린 그런지 룩을 입었다가 요즘은 점점 절제된 느낌의 모던 룩으로 옮겨가고 있다. 재복에게 사랑을 느끼는 최근에는 와일드 팬츠, 스커트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다.
유 씨는 "나영이는 옷투정을 하지 않지만 협찬받은 티가 팍팍 나는 옷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구두, 모자, 부츠, 목도리 같은 소품은 웬만하면 유 씨가 직접 제작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메이커' 옷을 입게 될 때는 출시가 안된 다음 시즌 옷을 입어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중아의 패션이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나영은 엉뚱함 또는 독특함으로 진정성을 만들어 내는 재주를 가진 영리한 배우다.
작은 얼굴·넓은 어깨 콤플렉스…소품으로 커버
170㎝ 49㎏의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진 이나영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 얼굴 크기가 보통 사람들의 2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깨가 넓어 보인다. 유현정 코디네이터는 "어깨 때문에 나영이가 한덩치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했다.
이런 체형의 비밀 때문에 이나영은 시중에 출시된 기성품 모자는 아예 쓰지를 못한다. 제일 작은 사이즈를 골라도 모자가 얼굴을 '먹어'버린다. 그래서 이나영이 쓸 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코디네이터가 100% 제작한다.
어깨가 넓어 보이는 콤플렉스 때문에 몸에 달라붙는 딱 떨어지는 정장, 어깨가 드러나는 끈 원피스, 홀터넥 셔츠는 피한다. 대신 어깨 부분이 강조되지 않는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의 카디건이나 망토를 주로 입는다. 또 머플러, 목도리 같은 소품을 활용해 시선을 몸 전체로 분산시킨다.
김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