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 사회] 2003년 10월 19일 (일) 13:42
'모두 한국 탓이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미국 과학잡지의 표지 사진 때문에 한·일 네티즌이 설전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 네티즌의 교류를 위해 한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콘텐츠인 '인조이제팬'에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 중 하나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게시된 것이다. 452m 높이의 페트로나스빌딩은 지난 1999년 8월 완공된 88층 건물. 당시 한국의 삼성물산과 극동건설, 일본의 하사마와 미쓰비시건설 등이 하나씩 맡아 경쟁적으로 건설했고 결국 한국이 먼저 완공했다. 더구나 삼성물산은 일본 하사마건설이 지을 엄두도 못 내던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까지 만들어 세계에 일류 건축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문제의 사진은 일본 네티즌 'ss_tyo'가 올린 <아메리칸 사이언스> 1997년 12월호 표지다. 표지에는 페트로나스빌딩 사진과 '바벨탑의 위기-말레이시아의 가장 큰 빌딩과 한국에 의한 큰 실수'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뿐만 아니다. 나사가 제작한 2013년 페트로나스빌딩 시뮬레이션이라며 한쪽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 사진도 올라 있다. 이 사진에는 기울어진 건물에 'We are very sorry… samsung'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까지 걸려 있어 한국 네티즌을 자극했다.
또한 기사 내용이라며 "국립 말레이시아대학 건축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페트로나스빌딩은 완성 때보다 약 0.8㎝ 기울고 있으며, 모든 것이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고 기술적 경험이 부족한 한국 때문이다"는 내용도 게재했다.
이에 한·일 네티즌은 진위 여부에 대해 설전을 벌였고, 민족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서로 '왜족 기생충'과 '조선 바보'라 부르며 험한 말까지 오갔다. 특히 사진을 올린 일본 네티즌 'ss_tyo'는 "건물이 어차피 자멸할 것이기 때문에 오사마 빈 라덴도 테러 대상에서 페트로나스빌딩을 제외했다"며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구했다"고 비꼬았다. 또 일본 네티즌 'yosie168'은 "한국 덕분에 말레이시아에 훌륭한 관광명소가 생겼다"며 "2013년에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해라"고 감정을 건드렸다.
이에 한국 네티즌은 사진의 진위 여부에 집중했으며 결국 그래픽 처리된 가짜라는 것을 밝혀냈다. 한국 네티즌 'acu87'은 "원래 표지기사는 '가장 큰 빌딩'이며 사진 또한 날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daumsoft'는 "일본은 하루라도 날조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나 보다"고 말했다.
한편 이 콘텐츠에서는 '2개의 페트로나스빌딩 중 어느 나라가 지은 건물이 더 밝은가' 등 페트로나스빌딩과 관련, 한·일 네티즌의 공방이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페트로나스빌딩 완공 당시 조기완공을 위해 말레이시아 마하트마 총리가 한·일의 민족감정을 이용했다고 알려진 것과 같이 지금도 이 건물은 한·일 네티즌의 감정싸움 '거리'가 되고 있는 것.
이에 한국 네티즌 'a_bomb'는 "한·일 양국의 건설업체가 함께 노력해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했다는 데 의의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으며, 'chon_san'은 "두 건물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무의미한 논쟁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