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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가 보는 것은 나의 가슴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남은 행복이야!"

바이올렛 |2003.10.22 15:05
조회 695 |추천 0

 

 

 

 

프롤로그.  "지금 너가 보는 것은 나의 가슴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남은 행복이야!"

 

 

1.

 

"어!  아베마리아?"

"뭐야? 15년만의 만남을 우리 이런 장소에서 해도 되는거냐?"

 

 

아이구머니나!

이건 또 웬일이람?

 

하얀 가운이 유난스럽게도 눈이 부셔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쓴 후에야 조금씩 또렷해지는 얼굴 하나...

힘이라고는 없는 풀죽은 모습으로 진료실로 들어가던 나를 대뜸 먼저 알아보고는 성큼성큼 다가와 유쾌하게 손을 내미는 남자...

 

빙글빙글 시원한 웃음을 흘리는 반갑고도 낯익은 그의 모습이 가까운 거리에서 완전히 눈에 들어오는 순간...

반가움보다는 이렇듯 절박한 순간의 벼랑에서 만난 아는 얼굴에 대한 안도감이 더 컸던 탓일까?

옆지기 몰래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소리죽여 참고 참았던 울음이... 그만 염치도 없이 그제서야 순식간에 통곡이 되어 몰려 드는 것이었다.

 

소설과도 같은 그런 우연한 만남과

믿기지 않는 드라마와도 같은 통속된 글의 소재가 나의 조용한 삶속으로 찾아든 몇날이...

솔직히 아직도 내게는 제대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눈물 많은 니 가슴의 우물은 우째 그리 세월도 안 타노?"

"암튼 니 여린거 하나는 알아줘야 된다 아이가..."

"근데... 이제 겨우 불혹의 시작인데... 우리 벌써부터 이런 곳에서 만나면 별로 안 좋은 거 아니냐?

 

머스마...

위로랍시고 던지는 한 마디 마다 눈물샘을 자극시키는 아픈 말만 골라서 하는 꼴이라니...

예전 스무몇살의 동아리 시절로 돌아가는 그 기억 속에도

참으로 말씨에서는 센스가 곰발바닥 같다고 놀려대던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가...

88년 잠시 서울에 머물던 그 때

인사동 자주 가던 주점에서 동아리 선배 몇명과 동동주잔 마주치며 그의 미국행을 아쉬워 하던게 불과 엊그제와도 같은 기억이건만...

 

마감시간에 쫓긴 기자 선배는 먼저 자리를 뜨고...

누군가의 주청으로 우르르 몰려갔던 가라오케에서 그는 이별선물로 꼭 듣고 싶다며 내게 "라노비아"를 신청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이미 동아리 모임에서는 익히 알려진 나 만의 애창곡...

멋모르고 후배 한명이 MT가서 그 노래 제목으로 멋드레지게 열창을 하던 날...

"어이~~ 후배...  그 노래는 오늘만 특별히 들어준다!"

"그 노래 임자는 따로 있으니까 앞으로 모임에서는 절대로 다시 부르지 마래이..."

 

쓸데없는 사소한 일에도 더러 내 역성을 자주 드는 바람에

동아리 내에서도 의혹의 눈길로 주시를 하던 몇몇 엄한 선배때문에 고약한 가슴앓이를 내게 지병으로 안겨주기도 했던 그 친구...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나를 따라다니는 친근한 별명...

저 친구는 아마도 내 이름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를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부르는 그 친구만의 내 이름은 늘 "아베마리아" 였다.

 

"이 환자 챠트 빠진거 없나 한번 더 챙겨보고 방사선실에 연락해서 결과지 빨리 챙겨보내달라고 하세요!"

 

휴~~

긴 세월 돌아앉았던 15년 만의 그런 만남 앞에서...

그 친구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환자" 라는 표현 앞에

자꾸만 먹먹해 오는 가슴 통증을 붙잡고...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약한 의지땜에도 속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샘은 이미 바닥을 드러낼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2.

 

미치겠다.

저 남자...

병원 복도 끝에서 하염없이 창 밖만 내다보고 있는 저 넘의 쓸쓸한 뒷모습...

오늘따라 왜 이리도 그의 어깨가 한없이 낮아만 보이는 건지...

혹여 속으로는 울음이라도 애써 참고 삼키고 있는 걸까?

제법 가까이 다가서도록 미동도 않는 그의 처진 어깨를 차마 건드릴수가 없었다.

때로는 미움이 켜켜로 쌓여 쥐어박고도 싶던 내 남자의 뒷머리에도 가만히 보니 흰머리가 제법이나 보인다.

염색한지가 얼마나 됐다고...

"근심이 쌓이면 사람의 뼈를 녹인다더라!"

문득 입버릇처럼 자주 외던 그의 말이 떠올라 가슴 밑바닥 저만큼으로 아득하게 슬픔이 가라 앉는 듯했다.

뒤돌아서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의 긴 자락이... 눈물에 잠겨 오래도록 흔들리는 모습으로 흐려져 갔다.

 

 

 

 

3.

 

오후에 다시 찾은 그 친구의 진료실...

들어서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얼굴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르고 있음을 이미 눈치로도 짐작을 할수가 있었다.

 

"나... 심각한거니?"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느라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속으로 흘러드는 공포심으로 이미 절반은 얼이 빠진 내 모습이 정말로 보기싫기만 하다.

미처 귀국인사도 챙기지 못하고 시작된 그 친구와의 만남 앞에는...

그렇듯 어려운 숙제를 펼쳐놓고서 서로간의 침묵이 깊어져야만 하는 서글픔이 오래오래 깔려 있어야만 했다.

 

 

 

4.

 

"야! 그래도 한 쪽은 건졌으니 참 다행이다야!!"

 

문디 머스마...

그 것도 위로라고 하는 말이라구... 어쩌면 저렇게 꼭 매를 버는 말만 하고 앉았으니...

그럼... 한 쪽은 잃을수도 있다는 말인데...

 

"왼쪽이 조금 조짐이 안 좋아 보이네."

"가능하면 절개까지는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설마설마했던 기대치가 무너지는 순간...

순간적으로 북받혀오는 설움이 고스란히 눈물이 되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손수건 한 장 준비를 못하고 얼굴을 통째로 가린 손바닥으로 그 눈물 다 받아내고 있는 내게로

그 친구의 손수건이 얌전히 내 손에 꼭 쥐어졌다.

 

 

 

 

에필로그.  "지금 너가 보는 것은 나의 가슴이 아니라... 내 남은 인생의 행복이란거... 알지?"

 

 

대충 무너져 내린 억장을 정리해 보고는...

위로인지... 상세한 설명인지...

연신 진지한 자세로 뭐라 뭐라 그러는 그 친구의 얼굴을 멍한 시선으로 지켜봐도

웅웅 거리는 소음인듯 여전히 귓바퀴 바깥으로만 겉도는 말.. 말.. 말들...

 

"다음주 최종 결과 나올 때까지는 마음 편하게 가지고 지냈음 좋겠다!"

 

"아베마리아! 니가 최고로 사랑하는 제일 큰 빽(하나님)이 있잖냐?"

 

"너를 위해 요번 한 번만 오진을 한 돌팔이 의사가 되었음 정말 좋겠다!"

 

진심을 다해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는 그 친구의 따뜻함이 진료실을 나서는 나의 등뒤로 화살처럼 아프게 와꽃혔다.

마지막까지도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놓치지 않고 평정심을 찾게 해주려 애쓰던 그 친구의 마음이 고마워서도 다시 눈물이 나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돌아서면서 몇 번을 생각을 해봐도

지금까지도 말재주라곤 정말이지 눈꼽만큼도 없는 넘... ㅎ

 

"우짜노? 우리 손도 한번 못 잡은 사인데... 만나자 마자 가슴부터 열어보라고 해서..."

 

푸~후후~

울다가 웃으면 뭐 어쩐다더라만...

 

고마운 넘...

나를 위해 한 번만 돌팔이 의사가 되었음 한다는 너의 그 약속만 어디 꼭 기다려 볼란다.

그게 우리 15년만에 만나자 마자 내 부끄러운 속살을 보여준 제일 절실한 나의 기도 제목임을... 너가 진정으로 안다면 말이다...

 

 

 

(매순간마다 목숨을 태우는 절절한 마음으로 드려보는

 어미의 기도를 꼭 들어주실거라 믿어 보면서...)

 

 

 

 

어미의 기도

 

 

씨줄 날줄로 얽어맨

인연의 무서움 다 버리고

 

한자락 바람에도

마음을 다치는

이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목숨줄 보다도 더 질긴 실타래로

소망을 휘 감아

마지막으로 내어놓는

울음이 하나 있나니...

 

피고름 보다 더 진한

시린 가슴으로

흐르는 눈물...

 

퍼주고 내주어도

돌아서면 언제나

배고픈 자리...

 

여린 속살로

선혈이 뚝뚝 흘러

마음을 건드리고 지나는 자리마다

그득한 슬픔만

주워 담으려 하나니...

 

주님!

부디

욕심내지 않는

소원 하나 들어 주소서.

 

그저

넉넉하고 따뜻한

어미의 자리에만

좀더 머물게 하여 주소서.

 

햇살 품어

그득히 차오르는

포만감으로

 

가슴 가득히

차고 넘치는

값 없는 사랑 한 줌 이면 되나이다.

 

떨구고 가는 가을잎에

나를 실기 전에

부디

어미의 모진 자리

끝끝내 붙들도록 도와 주소서.

 

허허로운 세상 이별

보내고 떨치더라도

어미의 눈에서 흐르는

더운 눈물만은

내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소서.

 

그저

값 없는 사랑 한 줌...

 

어미의 자리에서 나누는

험한 세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게

도와 주소서...

 

 

 

 

 

* 바이올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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