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칭도형
이중근은 인간 신체 이미지를 이용해서 만든 평면 작품 ‘달콤한 혀’를 선보인다. 마치 활짝 핀 핑크빛 꽃처럼 보이지만, 혀와 항문 등을 컴퓨터로 반복하고 합성해 벽지처럼 만든 형태다.
신치현의 ‘비너스’ 조각은 그리스 조각의 황금비를 수학적 연산을 거쳐 컴퓨터 픽셀처럼 재구성한 것이다.
민중미술가로 널리 알려진 신학철의 초기작 ‘숫자놀이’ 연작은 오브제에 실을 감아 캔버스에 매달거나 꿰매는 식으로 제작되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으리라 추측된다.
곽남신의 ‘겁’은 마야인의 장주기 계산법에 등장하는 수식을 조형적 요소로 도입한 작품이다. 해독하기 힘든 암호처럼 휘갈겨진 숫자와 문자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 내려온 문명을 상징한다. 밀랍과 파라핀을 재료로 쓴 화면은 오래된 사진처럼 아득한 느낌을 준다.
피보나치수열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집’과 ‘숲’이라는 문자를 반복해 써 넣었다. 그 결과물을 캔버스에 옮긴 그림이 추상회화가 되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정광호는 가느다란 구리선을 용접해 나뭇잎의 잎맥을 표현한 ‘잎 42235’를 선보인다. 부분적형태가 전체 형태와 닮아 있고, 전체 형태는 다시 부분의 형태와 닮게 되는 프랙탈기하학의 적용을 보여준다.
1980년대 초에 제작된 김정명의 ‘날들(日, 月)’과 ‘카렌다8205’는 한 장씩 찢으며 날을 셈했던 실제 달력과 이를 확대한 조각품을 나란히 제시했다. 숫자는 세월의 흐름을 표기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수홍의 조각은 울퉁불퉁한 자연 그대로의 나무 형상과 직선 중심의 인위적인 형태가 대조적이다. 자연물과 인공물, 실체와 그림자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재효는 나뭇가지 수십 개를 둥글게 이어 붙여 구형으로 만든 ‘0121-11102199062’를 선보였다. 원래의 불규칙한 형상은 정련된 원형 속에 다듬어져 있다. 완전함을 상징하는 원형이 실은 불완전한 것들의 조합으로 완성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빗살무늬 판화로 유명해진 김봉태는 과거의 스타일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그의 최근 관심은 단순명쾌한 기하학적 형태를 강조한 ‘Window' 연작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