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는 날은
오색의 단풍 위로 이렇게
가을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가 더욱 그리워진다
소리도 없이 싸늘히 내리는 비에
국화는 향기를 피워 올리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바람에 하늘거린다
가을비가 내리는 날은
가슴속에도 비가 내려
마음은 한없이 젖어들고
정처 없는 나그네 되어 길떠나고 싶다
어디라 정해진 목적도 없이
무한정 길을 나서서
바람이 이는 곳 찾아
바람에 마음 실어 보내고 싶다
잔뜩 찌푸린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가려진 하늘만큼이나
답답한 마음 풀릴 길 없어
허물어져 내린다 산사태처럼
심연 속으로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
억겁의 세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비가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은
나그네 되어 길 떠나고 싶어진다
속으로 젖어드는 그리움 삭히려
2003년 1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