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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에 고무신,,가난이 편합니다",,

패랭이 |2003.11.18 07:13
조회 379 |추천 0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납니다**

     글 이오덕, 권정생 - 한길사,,

 

 

" 두 평도 채 못되는 방안에 들어가니 대낮인데도 깜깜한 동굴같다.

전등불을 켜고 누워 덮고 있던 홑이불을 밀치며 앉으라고 했다.

방안이 비좁은 데다가 벽에다 책을 쌓아두어 조그만 창문마저 가려 방안이 한밤중 같았다.

군데 군데 거미줄이 끼어있는 모습도 여전했다."

 

지난 7월 아동문학가 권정생(66)씨가 기거하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8평 누옥을 찾아간 문학 평론가

김용락씨가 계간 시 전문지 '시작'(가을호)에 쓴 탐방기의 일부다.

 

한국 아동문학의 두 봉우리인 '몽실 언니'의 권정생씨와 '일하는 아이들'의 이오덕씨가 1973년 부터 1986년까지

주고 받았던 200여통의 편지가 책으로 묶였다.

 

편지는 12살 나이 차를 뛰어넘어 서로를 "선생님"으로 호칭하는 존경과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 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고, 언젠가 만나고 싶습니다.

열한 시가 가까워옵니다.

손이 시려 더 쓸수 없군요.

73년 2월 8일 권정생 드림."

 

1937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해방 이듬해 조국의 땅을 처음 밟은 권씨는 편지에서 고향조차 없는

외톨이로 살아온 설움을 구구절절 토로하고 있다.

당시 시골학교 교사였던 이씨는 권씨에게 이렇게 답신한다.

"저는 전근이 되어 또 다시 산골로 옮겨왔습니다.

춘양서 한 시간 이상을 걸어 재를 오르고 산등을 타고 걸어야 하는 벽촌입니다.

가족은 전임지에 있고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만 그런 대로 산에 정을 붙이고 살고 싶습니다.

권 선생님을 생각하면 불편이고 뭐고 너무 사치한 소리입니다.

이 봄과 함께 건강을 되찻으시기를 기원합니다.

73년 3월 11일 이오덕."

 

두 사람이 나눈 편지는 참으로 소박하고 때로는 너무 간단하다.

그러나 가슴엔 깊은 감동이 새겨진다.

권씨가 다시 이씨에게 편지를 냈다.

" '토끼나라' 원고를 가지고 애쓰신 것, 죄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저는 돈 하고는 인연이 머니까, 고료는 받지 않아도 되니, 어디든 지면만 있거든 주어버리세요.

그보다 작품이 제대로 씌어졌나 하는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저 때문에 너무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올해도 보리밥 먹고 고무신 신으면 너끈히 살아갈 수 있느니까요.

가난한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날씨가 따뜻해 오니 이젠 살아난 것 같습니다."

 

말이 헤픈 이 시대에 두 사람의 편지는 우리 가슴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가난한 마음이 문학을 낳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도 있다.

그 가난한 마음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여기는 어제 아침에 벌써 된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꽤 얼었습니다.

그 허술한 방에서 무더운 여름을 지나게 하고 또 겨울을 보내도록 해서 참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사람 같지 않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미워집니다.

81년 10월 16일 이오덕."

 

그 시절, 권씨는 안동의 일직교회에서 종지기를 하며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폐병으로 밤낮을 고통스럽게 지내면서도, 그는 종지기집에서 '몽실언니', '강아지 똥'

같은 대작을 완성했다.

"누워있지도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가 16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는데

그래도 또 살아났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인 직책은 거의 다 해 내었습니다 .

새벽종을 단 하루 놓쳤을 뿐입니다.

81년 11월 19일 , 권정생."

 

말 그대로 오막살이에 살면서도 동화책 인세는 다른 이를 위해 쓰는 권씨는 글과 삶을 일치시킨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사표가 아닐 수 없다.

이씨는 타계 직전, 자신이 묻힐 충주 무너리 마을 선산에 시비(時碑)두 개를 마주보게 하고

그 하나에는 권정생의 시 '밭 한 뙈기'를,

하나에는 자신의 시 '새와 산'을 담도록 했다.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한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의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뙈기

돌맹이 하나라도

그것 '내'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밭 한 뙈기' 전문)

 

두 시비는 오늘도 서로 마주보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새 한마리

하늘을 간다

 

저쪽 산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어머니의 품에 안기려는

아기같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날아가는구나!,,,,,,, ('새와 산')

 

 

패랭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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